- 인문사회

무밍
- 작성일
- 2020.6.16
보통의 언어들
- 글쓴이
- 김이나 저
위즈덤하우스
이어폰을 꽂고 살았던 시절, 나의 그 시간을 위로해준 노래와 라디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무심코 듣다가 가슴에 콕콕 박히곤 했던 가사들에는 삶과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었고, 노래를 듣다보면 지금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건 나뿐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같은 노래를 듣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공감이 되기도 했다. 교과서에서 접하는 시는 딱딱한 시험문제일 뿐이었지만 이 시대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시는 노래 가사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 가사를 누가 쓰는지 궁금하던 건 나뿐이 아니었는지, 어느새 작사가 '김이나'는 작사가의 영역에서 벗어나 방송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노래 실력을 겨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감수성이 특출나게 뛰어난 사람이란 이런 사람이구나 싶은 평가를 말로 표현하고, 예능에서도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유명한 작곡가는 많이 봤지만 작사가의 존재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그녀의 언어감각은 빛을 발했는데, 짧고 간결한 가사를 넘어서 한 권의 책으로 나온 에세이를 읽다보니 그 가사들이 우연히 튀어나온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회사생활, 작사가, 그리고 평범한 한 사람의 삶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과 일상을 아주 간결하고도 따뜻한 언어로 잡아내는 그녀의 글이 여러 모로 좋았다. 그저 재미있었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아쉽고, 누군가 조곤조곤 아주 조심스럽게, 하지만 무척 따뜻한 마음을 담아 한 글자씩 써내려간 편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여느 소설가나 작가의 에세이와 조금 달랐던 점은, 아무래도 언어를 소리로 표현하는 '가사'를 쓰는 일을 해서 그런지 단어의 발음에 무척 예민하기에 포착한 표현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본문 중 '빛나다'와 '찬란하다'의 발음이 어떻게 다른지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단어 하나의 어감이 주는 무한한 풍경을 그녀 나름의 시선에서 설명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는 작업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입으로 소리내어' 글을 써보고 단어가 주는 표현을 상상한 적은 없었기에 더 신기했다.
실제로 라디오 DJ도 맡았던 경험이 있어서, 라디오 소개글이나 사연에서 소재를 얻어 쓴 글도 많다. 소박하고도 따뜻한, 한편으로는 참 예민(?)하고도 여린 취향을 지닌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친구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라디오 사연같은 느낌이 든다. 줄간격이 널찍해서 읽기 쉽지만, 다 읽고 나서 잊어버리지 말고 하나하나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많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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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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