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아보카도
- 작성일
- 2020.6.17
은희
- 글쓴이
- 박유리 저
한겨레출판
이 책은 은희라는 인물이 왜 죽게 되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 작가는 한 편의 추리극을 보듯 인물 간의 심리를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려냈지만, 이 책을 단지 추리극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읽기에는 너무 아픈 역사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기에 읽는 내내 마음 아프기도 하다. <은희>는 형제복지원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지만, 누구도 공감할 수밖에 없고, 꼭 알아야만 하는 인간의 불행과, 세상의 불의에 대한 거대한 서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두가 기억해야 할 아픔이기도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단지 가난해서, 혹은 인생이 꼬여서, 시대적 배경 때문에 끔찍한 불행을 겪고 억울한 죽음에 이르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우리 중에 누구라도 겪을 수 있을 일련의 고통들을 잘게 쪼개어 서술하는데,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처럼(혹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처럼) 똑같이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게 '당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국가라는 폭력적이고 거대한 힘과 맞서거나, 인간이 아닌 악마라고밖에 설명이 안 되는 이들에게 벌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끝까지 '기억'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당신들이 그런 짓을 했다고 경멸의 눈빛을 보내고 손가락질하며 끝까지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되기에 누군가가 나서 기억의 조각을 모으는 것, 그리고 여러 조각이 모인 거대한 '기억의 물질'을 끝까지 응시하는 것. <은희>의 저자인 박유리 기자님 같은 분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형제복지원 사건'도 진실규명을 위한 입법의 길이 열리지 않았나 싶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