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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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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쾌변
글쓴이
박준형 저
웅진지식하우스
평균
별점9.6 (37)
나날이

서초동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는 사람의 유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삶이라고 전제하면서 변호사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생활들을 적나라하게 적고 있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는 일상들이 법과 재판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다가든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무기는 솔직함이다. 자신의 부족함도, 자신이 처한 어려움도, 자신의 능력도 있는 그대로 표현해 준다. 그것이 오히려 진실하게 다가온다. 82년생의 나이라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세상을 그렇게 많이 살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나이의 저자가 만나고 겪는 일들이 그의 주관에 의해 재생되어 우리들에게 전해진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글은 3부분으로 정리되어 있다. <생계형 변호사의 노동하는 시간> <생계형 변호사의 현타 오는 순간> <생계형 변호사의 반복되는 일상>이 그들이다. 소제목에 생계형이라고 반복해서 표현하고 있다. 글 속에 <여기 그저 그런 직장인 하나 추가요> 하는 구절이 있는데, 변호사를 특별한 직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보통 우리는 판검사, 변호사 등 법을 다루는 사람들을 특별한 능력과 똑똑함을 갖춘 사람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그 직업을 우상처럼 대해온 많은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 생각들을 애초에 벗어버리게 하는 표현이다. 즉 저자는 많은 독자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와 변호사의 삶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3부분은 또 각자의 얘기들을 몇 개씩 제시하는 구조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글은 원래 온라인에 올렸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 적당한 곳을 찾아 쓴 글이 책이 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우연이라고 그럴싸한 대나무 숲 하나 찾은 김에 수시로 의미 없는 잡소리를 써댔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아무 말이나 떠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바로 실행에 옮겼고, 그러는 동안 불평도 고민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인터넷 공간이 글쓰기의 또 하나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서 저자의 길로 들어섰을 듯하다. 저자를 보면서 인터넷의 언어 표현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도 있을 듯하다. 저자는 그 기회를 잘 이용했고, 이렇게 번듯한 책을 통해서 독자와 교감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 책에서는 부분적으로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표현되었기에 그 중의 몇 부분을 책 속에서 가져와 함께 생각해 본다.

 

변호사는 대리인이다. ‘남의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변호사가 자기 멋대로 판단해서 일을 하면 곤란하다. 적어도 사건 진행의 기본 방향은 의뢰인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변호사는 다만 올바른 결정을 하루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의뢰인의 결정대로 그 일을 해주는 역할일 뿐이다. 의뢰인 입장에서도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스스로 결정해야 나중에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 미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p24

의뢰인들은 변호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 한다. 그리고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 그런데 일은 변호사의 일이 아니라 의뢰인들의 일이다. 결국 모든 자신의 일은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그것을 변호사에게 미루면 안 된다. 글 속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변호사에게 모든 것을 결정해 주길 바라는 의뢰인의 얘기를 한다. 하지만 변호사는 그것이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맞는 일이다. 그것이 흐트러질 때 상호 관계가 어긋날 수 있음을 생각할 수 있다. 변호사는 변호사의 일을 해야 함을 일깨워 주면서 사람의 본분을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조사 입회 변호사의 가장 큰 쓸모는 신문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반말, 욕설, 모욕, 폭행 등 혹시 모를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막고, 마치 보호자처럼 그 존재만으로 피의자의 잔뜩 위축된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그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어서 변호사들은 대체로 조사 입회에 가기 싫어한다. p31

검찰 조사에 변호사가 입회해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언급한다. 조사에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단지 의뢰인의 심적인 안정을 도와줄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변호사만 가면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세인들의 생각은 옳지 않다. 저자는 이렇게 변호사의 한계에 대해서 많이 언급한다. 우리들이 법적인 자문을 구할 수는 있어도 모든 행위에 대한 결단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저자의 말들은 법정에 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가 많은 깨우침이 된다. 변호사들의 삶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변호사들의 면면도 27,880가지 이상으로 다양할 것인데, 희한하게도 의뢰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변호사는 딱 두 종류다. ‘변호사 놈아니면 변호사 님이다. 앞의 를 쓰시는 분은 이따금씩 입담이 구성진 사람에게 신체가 온전치 못하다거나 정신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거나 아니면 뭐 개자녀, 후레자녀, 호로자녀 등의 취지로 변형되어 불리기도 하더라만, 하여튼 대별하면 저렇게 두 종류다. p114

글자만 보면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의미를 보면 크게 차이가 난다. 하나는 <빌어먹을> 정도고 하나는 <우리 선생님> 급이다. 그 안에는 승패의 냉혹한 논리가 있고, 의뢰자인 돈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의뢰자의 소망대로 일이 이루어진다면 <>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이 된다. 개인의 유익을 우선적으로 하는 재판의 생리상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아유 사장님, 이 사건은 무조건 이깁니다.”라고 장담을 한다면 그는 사기꾼이거나 인간의 탈을 쓴 신일 거다. 그런데 허구한 날 무릎 끓고 기도해봐야 들은 척도 안 하던 신이 하필 당신이 곤란할 때, 그 딱한 사정을 어떻게 알고 귀인처럼 나타나 승소를 장담해주겠는가. 그럴 리 만무하다. 그러니 결국 저 사람은 그저 당신의 돈은 노리는 사기꾼, 뜨내기임이 분명하다.p115

의뢰인을 대하는 변호사들의 태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일을 맡기 위해서 장담을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음을 얘기한다. 사람들의 심성을 잘 파고드는 얘기다. 그리고 변호의 일에 대한 결과에 대해 솔직하게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다. 법은 공정하다. 그리고 생물이다. 어떻게 흘러갈 지도 모르고, 어떻게 결정이 될 지도 모른다.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중요하고, 짐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추리가 따르더라도 그것에 대한 충분히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변호사회에서 여름철 법정 내 변호사 복장 간소화 안내라는 제목으로 뜬금없는 이메일이 온다. 요지는 혹서기에도 공사다망하신 회원님들을 위해 협회에서 변호사가 노타이로 법정에 출입할 수 있도록 법원에 양해를 구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니 모두 동참하시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뭔가 세심한 배려 마인드 같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뒷짐 지고 먼 산을 향해 실소를 내뿜을 일이다.p199

땀나고 불편하지만 양복 착용을 당연시하고 있는 전제를 깔고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양해를 구한다고. 지난 시절의 제도화된 사회에서 익숙했던 개념을 깔고 있다. 이런 것들이 통용되어야 하는 것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관행, 선비 정신 등의 보수적인 문화에 외형적인 것을 중시하는 굴레가 지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편이성과 실리적인 속성을 찾는 오늘의 생활 형태에 이반되는 일이다. 이런 이유로 옷도 양복으로 나날이 달리 입을 수 있도록 구비를 해두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자유분방한 의식을 가진 오늘의 젊은이들이 보면 우스꽝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사회적인 패러다임은 변하는데 의식은 변하지 않는 실상을 차림새를 통해 표현해 주고 있다. 무엇이 바른가를 판단하는 일은 독자의 몫일 듯하다.

 

그래서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한가할 땐 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사람이나 구경하는 게 좋은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취미가 있는데요.’라고 하면 물어본 사람한테 싸우자는 것 같고, ‘사람 구경을 즐기는 편이죠라고 하면 어쩐지 변태 같아서, 그냥 취미는 없고 이것저것 해보면서 찾는 중이라는 식으로 에둘러 말한다. p240

이렇듯 자문자답하면서 혼자 사람 구경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왜 내가 이렇게 밖에 나와 있지하는 의문과 함께 취미에 대해 걱정하던 이웃에게서 받은 스트레스가 사라져 있음을 목도한다. 저자는 그렇게 신경이 곤두섰을 때 멍하게 있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멍때리기 대회를 언급한다. 저자의 일상에 대한 생각이 글의 한 토막을 형성하고 있다. 자성적인 내용이 되겠다.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글이 개별적이면서도 일관성 있는 변호사의 일상을 적고 있다. 저자가 겪은 많은 변호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 소재가 변호사의 삶에 가미되면서 새로운 내용으로 태어난다. 의뢰인의 삶이 아니라 변호사의 삶으로 말이다. 책 제목이 <쾌변>이라는 말을 사용했고, <서초동 활극 에세이>이라 명명하고 있다. 글의 성격을 잘 규명한 말이 된다. 글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변호사의 삶이고, 저자의 삶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가 동시일 수도 있고 별개일 수도 있다. 저자의 삶이 다각도로 얘기되고 있음이다. 심지어 취미 얘기까지 말이다.

 

글이 무척 유쾌하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그것은 법조인에 대한 무게를 재음미해볼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진솔하고 거침없는 표현은 그 속에서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한다. 글은 솔직함으로 무기를 삼아 법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무너뜨리는, 우리의 의식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법을 무척이나 가깝게 만들어 준다. 항상 우월감과 무게감에 짓눌리던 법의 테두리를 쉽게 다가가도록 하고, 법조인도 우리들과 같은 직장인의 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한다. 변호사란 직업과 관계가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슬기로운 직장인의 한 사람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만나고 있다.

 

*YES24 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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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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