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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느 작가의 오후
글쓴이
페터 한트케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2 (15)
MarkMorrison

 본 책이 줄거리가 없다고하는데 그것은 어쩌면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줄거리라는 것은 글을 요약해 놓은, 그야 말로 책의 핵심만 뽑아서 '사건'을 나열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줄거리이고 사건이고 또 핵심이기 때문에 줄거리가 없다라는 말은 틀린 말이된다.

  게다가 본 책은 줄거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언어, 그 자체로 이루어진 문학이기 때문에 줄거리가 필요 없다. 그저 작가의 시선에 따라 몸을 맡기고 사유를 따라 같이 생각해보며 언어 자체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다소 문장 문장 사이에 뚝 끊기는 느낌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 생각이 흐르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과연 생각을 할 때 다른 책들처럼 논리정연하게 순서대로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도 생각을 할 때 건너뛰고 뜬금없이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고 사물을 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고 똑같이 사유를 한다.

 

  하지만 본 책은 우리의 생각보다는 훨씬 더 정리되어 있다. 즉, 읽는데 아주 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끊어지고 비어져 있는 부분은 각자의 상상력으로 메꿔 나가면서 읽으면 된다.

  무엇보다 그의 문장은 너무나 아름답고 한문장 한문장 음미하며 곱씹을 때야 비로소 가슴에 와닿는다. 게다가 천천히 흘러가는 시선의 이동에 나도 모르게 말려 들어가 천천히 읽다보면 마치 내가 그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고 사유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도 든다.

 

  무척이나 정확하고 정교한 묘사와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생각의 자유로움. 무엇보다 사유를 함에 있어서 너무 감상에 치우치지도 않고 너무 무미건조 하지도 않은 채, 적정선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았다.

  만약 '나'라는 1인칭을 썼더라면 자칫 감상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대명사에 있어서 '작가' 또는 '그'라고 밝힌 것은 좀 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포함한 작가로서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함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한다. 실제로 작가 또는 그라는 대명사를 써서 읽는 내내 무척이나 신선하고 또 재미있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중편 소설임에도 이것이 '진짜 작가'가 쓴 에세이는 아닌가,라는 착각에 빠져서 읽기도 했다.

  위에서 리뷰를 적으면서도 굳이 진짜 작가와 책 중의 작가를 구별하지 않은 건 구분하고 싶지 않기 때문도 있고 어디서 구분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그만 그 흐름에 푹 빠져 순식간에 읽어내려 갔다. (여기서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는 것은 시간의 빠름이 아니다. 흡인력의 정도를 말한다.)

  

  비정치적인 성향이 두터운 내게 있어 문학에서 항상 사회적 흐름을 읽어내고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는데 지친 나에게 페터 한트케의 '어느 작가의 오후'는 그야 말로 단비였다.

  페터 한트케의 작품은 이것이 처음 접하는 것이었는데 너무나 만족스럽고 즐겁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자주 펼쳐보며 언어의 미학을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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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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