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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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0.7.17
기억 1
- 글쓴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열린책들
불교의 윤회사상에 의하면 우리는 자신이 지은 업보에 따라 삶과 죽음을 반복한다. 현생은 전생에서 지은 업보의 결과요, 현생은 전생의 단면단면들이 모여서 만든 합이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 <기억>은 최면상태를 통해 자신의 전생의 모습들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면상태에서 무의식의 계단을 내려가 여러 개의 문들이 있는 복도를 지나 하나의 문을 열고 과거의 한 생에서 경험했던 삶을 체험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어나간다.
주인공인 르네 톨레다노는 유람선 공연장인 <판도라의 상자>에 친구 엘로디와 함께 방문한다. 거기에 체면술사인 오팔에 의해 체면을 경험하는 대상자로 선정된다. 그 체면 속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전생의 자신인 이플리트를 만난다. 이플리트는 참호속에서 용감하게 적들을 죽이지만 결국 적의 속임수에 걸려 단검에 죽음을 당한다. 르네는 큰 고통을 느끼자 체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장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세느 강변에서 낯선 사람과 시비가 붙고, 결국 그를 죽여 강물에 던진 후 집으로 돌아온다.
과연 르네는 전생의 경험을 하였을까? 아니면 최면술사인 오팔이 심어준 가짜 이미지에 속고 있는 것일까? 진짜 세느강변에서 그는 살인을 한 것일까? 잘못된 기억 속의 한 장면일까? 역사를 가르치는 주인공 르네와 과학을 가르치는 친구 엘로디는 이런 르네의 경험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다르다. 르네는 자신이 진짜 전생을 체험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으며, 친구 엘로디는 체면상태에서 체면술사가 심어준 잘못된 기억에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독자의 혼란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면서 기억에 대한 의미를 찾아나간다.
첫번째 전생체험으로 혼란에 빠진 르네는 친구의 조언으로 다시 최면술사를 찾아가 그녀를 협박해 또 다른 전생체험 여행을 떠난다. 임종을 맞이한 할머니 레옹틴, 로마 갤리선 노잡이 제노, 파란 물결이 이는 백사장에서 유유자적하는 게브 등 다양한 전생의 삶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현생에서 왜 결혼을 하지 않는 독신자로 살고 있는지, 포도주를 특히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단서도 발견한다.
최면이 하나의 마술일까, 아니면 무의식 속의 자아를 만나는 경험을 제공해 주는 도구일까? 우리의 생각과 기억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무의식의 세계는 환상의 세계일까? 전설의 섬 아틀란티스는 정말 존재했을까? 사회적 기억이라 할 수 있는 역사는 정말 올바르게 기록되었을까? 작가는 기억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심층사고 문제를 분석한다. 윤회라는 조금은 동양적인 주제를 무의식의 탐험이라는 서양의 과학에 근거해 풀이하려는 노력이 조금 어색해 보이기는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그 세계에 빠져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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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