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0.7.18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 글쓴이
- 제롬 케이건 저
책세상
오랫동안 인간의 발달 문제를 연구하고 생각해온 노(老)심리학자가 인생의 끝자락에 자신이 생각해온 인간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쓴 이 책을 어떻게 평해야 할지 난감하다. 인간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썼다고 했는데, 특히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시각이 현대에 들어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비판은 그대로 현대의 주류적 시각에 대한 비판으로 현대 심리학이나 교육학 등에 대한 비판은 물론, 진화론을 비롯한 생물학, 뇌과학 등에 대한 비판을 포함한다. 그렇다고 그의 비판을 단순히 반(反)과학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다는 데 난감함이 있다. 이걸 난감하게 생각한다는 데 내가 생각하는 현대 과학에 대한 태도가 드러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 나는 그래도 과학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넓혀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인간에 대한 이해가 완벽해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또 그 방향이 언제나 옳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 과학이 될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제롬 케이건의 견해를 반(反)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는 데는 그가 현대 과학의 성과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과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 밝혀내는 성과를 해석하는 데 견해를 달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석이라는 것이 전혀 엉뚱하지 않다. 하지만 인간을 둘러싼 배경에 대한 과학적 해석에 대한 그의 시각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신의 주(主) 연구 분야, 즉 아동 발달에 관한 내용에서는 확정적으로 서술하는데, 다른 데 대한 그의 견해와 결이 달라 조금 당황스럽다.
그런데 그런 그의 시각은 그 동안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온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어느 정도는 그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과학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반대되는 결과나 근거가 있다면 의심하고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제롬 케이건의 이런 견해는 충분히 의의 있는 거라 생각해야 한다. 불편하고 당혹스럽지만, 그래도 읽는 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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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