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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soso
- 작성일
- 2020.7.18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글쓴이
- 최지은 저
한겨레출판
푹 빠져 읽고 책을 덮었다. 맞다. 최지은 작가님을 내가 이래서 좋아했지. 어쩜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갈하고 유머 넘치게 쓰시는지 글솜씨에 반했고, 또 부러웠다. 그리고 싱글인 이 시점에 이 책을 읽은 것이 너무 너무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작가님의 전작 <괜찮지 않습니다> 를 읽으며 머리가 지릿했던 그 때 처럼, 얼핏 알고 있던 걸 아주 명확한 언어로 받아들였던 그 때처럼 이 책을 읽고 공감하며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제목의 워딩이 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출산 여부는 반려동물을 입양 하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지처럼 느껴졌으면 한다. (결혼했으면 애 낳아야지XXX, 그렇게 선택한 이유가 있겠지OOO )각자의 상황이 있는 건데 고려하지 않은 채로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건 ^^ 아이 한 명을 양육하는데 4억이 드는데 그 돈 쥐어주면서 아이 낳으라고 할 거 아니면 정말 그만..ㅎㅎ 그런 이유로 부모가 된다는 게 외압과 순리라는 이유로 절대 합리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개를 싫어할 수 있는 건데 개를 키우라고 강요할 순 없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그렇게 입양한 강아지는 영문도 모른채 불행할 수 밖에 없다. 작은 강아지하나 키울 때도 상황과 환경이 되는지 충분히 고심해야 하는데 출산은 더더욱 심사숙고 해야한다. . 또한 그렇기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선택과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거잖아요. 솔직히. 개인의 선택을 왜 타인에게 설득시켜야 하는지 1도 모르겠다.
최지은 작가님께서 친척 어른들께 이 책을 별로 추천하고 싶어하지 않으셨는데 나는 역으로 이 책을 정말 우리엄마한테 선물하고 싶었다. 아니 이 책을 진짜 모든 어른들께 소개하고 싶었다. 아 그러고보니 동년배에게도 후배들에게도 선물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거실 책상위에 올려두고 자면 아마 새벽에 엄마는 다 읽을 거다. 그렇게 똑똑한 엄마는 우리를 양육하겠다고 모든 커리어를 포기하고 주부가 되었다. 아빠보다 훨씬 능력있었으면서. <그 많던 여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를 엄마 앞에서 낭독한 적이 있다. 엄마는 그 시를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래서 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러면서 엄마는 모순적이다. 나에게 당장 내일이라도 결혼하라고 한다. 몇 시간 전에 있던 일이다. "시집은 아무것도 모를 때. 가야 돼 아무것도 모를 때" "뭐라고? 모를 때 가면 인생 망하는 거 아냐?" 언니와 엄마 모두 깔깔 웃었다. "그냥 그럼 애 낳고 사는거지." "아 그냥 동공이 텅 빈 채로 사는 거 아니고?" 엄마와 언니가 더 크게 웃었다. 다들 동의하는 웃음. 아 아무것도 모를 때 결혼 안 하길 잘 했다. 그동안 스친 남친들만 생각하면 진짜 안도의 한숨이;;; ㅋㅋㅋㅋ 엄마가 가장 후회하는 결혼. 재산이 준비 되고 말고를 떠나서 인간이 된 사람을 골라 결혼한다는 게 쉬운 일인가, 아 물론 돈도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나보고 결혼하래.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책을 기점으로 출산은 선택이고, 무자녀를 선택한 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책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또한 결혼과 출산과 육아를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미디어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슈돌같은 편집된 판타지 말고.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어쩌구 하는 성교육 말고 실제로 임신하는 과정 속에서 여성의 신체의 변화를 자세히 알려주고, 진짜 옷이 다 늘어나고 애랑 있으면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현실 육아를 보여줬으면 한다. 아 왜 괜히 현실육아라는 말이 나왔겠냐고요. 육아를 하면 얼마나 고된 수고로움이 있는지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알려주기를 바란다.
이 책은 당신이 우려하는 비혼 조장!!!!!!! 의 책이 결코 아니다. 유자녀와 무자녀 라는 선택의 자유가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주 정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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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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