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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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글쓴이
이주영 저
나비클럽
평균
별점8.8 (56)
Aslan

 

결혼은 미친 짓은 아니다만, 

내가 결혼한 남자는 미친 책벌레 였다!

 

 

 

와 진심 책벌레 갑! 이다. ㅎㅎ

저자의 남편에 대한 일화를 서너 개만 접해도 그 후덜덜함에 누구나 혀를 내두르게 될 거다.

'당신은 책벌레 일까요?' 라는 설문조사 같은 게 있다면 이분은 단연 초 상위 권. 

 

 에두아르가 책장 앞에서 이 책 저 책을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하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뭔가 열심히 검색한다. 잠시 후, 다시 책장 앞에서 이 책 저 책을 뺐다 꽂았다를 반복하다가 부엌으로 가서 꿀을 한 숟가락 퍼 먹고 온다. 벌써 두 시간째 저러고 있다. 정신 사납다.

당분 섭취 후 잠시 안정을 찾는가 하더니, 다시 책장을 향해 달려가다(달려갈 거리도 아니다) 자빠진다. 얼씨구.  "한 가지만 하자, 좀! 왜 그러는뎃? 아까부터 왜 이렇게 산만핫뎃?"    (32쪽)


이주영 작가의 남편과의 일을 담은 책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어딘가 고전 프랑스 영화를 떠올리게도 하는 이 제목의 책은, 제목에 아주 충실하다.

아니 실은 제목은 많이 순화한 거다.

 

저자는 책을 집필한 의도가 '내가 우선 미치지 않으려고' 였다고 한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더니 왠 미친 책벌레 였다고!

정말 이런 과격한(?) 표현들이 절대 허언이 아니었다. ㅋㅋ

작가님 웃어서 죄송합니다.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문학과 라틴어를 가르치는 교사인 에두아르.

그는 못 말리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독서광이다.

책은 에두아르에 대한 집중 분석(!)을 거쳐서 

때로는 소소하고, 웃프고, 이런 가운데 생각할 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냈다.


 

 

 

책은 우선 물리적인 부피감이 있고, 공간을 차지하는 물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자가 이런 점을 불만스러워 하는 건 아니었다. 저자도 책을 좋아하기에.

요는 남편이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면서까지 책을 못말리게 애정하는 모습에 대해서 였다.

도대체 '어쩌다' 저런 지경까지 되었을까?

 

그냥 책을 마구 사는 것만으로는 에두아르급 책 사랑에 미치지도 못한다.

이미 있는 책의 다른 판본 구입이 기본이고, 까마득한 어렸을 때의 책들을 모아놓는다.

온통 책에 관심 집중 상태이다 보니, 지갑과 핸드폰부터 자잘한 물건들을 간수하지 못하는 건 기본.

이주영이 '분통 터져 하는' 건, 그러한 상황을 에두아르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

 

그러나 읽다보면 점점 에두아르게 적응되는 독자인 나를 발견하는 건 왜 때문일까.

더 정확히는 '그런 남편'을 종종 '비판'하면서도 또 지극히 사랑하는 저자 이주영을 발견하게 된다.

 

웃프고, 진지하고, 소소한,

책과 얽힌, 남편에 대한 온갖 일화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독서법이나 자신의 책 편력 편력을 담은 책은 꽤 많다.

나는 작년에 이동진의 그런 책을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또 전혀 다른 느낌으로, 그러한 쟝르를 개척하고 있기도 하다.

 

단언하자면 정말이지 어나더 레벨 이다. (웃음)

아니 책에 관계된 일화가 이렇게 요절복통 할 일인가. ㅎㅎ

 

저자의 날카로운 관찰, 애정이 녹아있는 표현들 덕분에 더욱 감상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자신의 독서에 대해서 한번쯤 돌아보고 싶은 때에

한번쯤 읽기 좋은, 아니 완전 추천하는 책 이다.

 

 추신.

본 리뷰어가 영화 애호가 여서 인지, 우리나라 영화를 프랑스인들이 어떻게 느끼나를 다룬 부분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공동경비구역JSA'에 대한 일화는 저자와 더불어 나도 울컥 

 

 

    책 중에서

 

 책을 산다는 이유로 바가지를 긁으면 무식하다고들 하겠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

이달만 해도 책을 몇 권이나 샀는가? 이 상태로 가다가는 가정경제가 파탄이 나게 생겼다. 들어오기만 해봐라!  (37쪽)

 

지난 7년간의 감성적 거리의 서러움은 아마도 나를 에두아르 옆에 아주 '심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에두아르도 그를 내 옆으로 아주 심는 칠 년의 서러움을 견뎌냈을 것이다.

서로 다른 감성의 서러움을 겪은 관계는 처음부터 같았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단단한 감성으로 서로를 연결해 줄지도 모른다.   (174쪽)

 

빙그레 미소 짓고 말았다. 묘한 아늑함에 휩싸였다. 에두아르의 누더기 책이 가득한 서재에서 나는 잠시 추억에 잠긴다.

그의 말대로 낡은 것에는 새것이 갖고 있지 않은 많은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이 먼지투성이 거지같은 서재에는 에두아르의 추억이 가득하다. 추억은 이야기를 한다. 집에 추억의 이야기가 있는 방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 싶다.   (296쪽)

 에두아르는 그저 앉아서 주구장창 읽으며 뭔가를 알아가는 것이 즐겁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며 감탄하고 동감하며 울고 웃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풍요롭게 한다.           (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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