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0.7.27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 글쓴이
- 박성규 저
MID 엠아이디
아편, 모르핀, 코카인, 대마, 엑스터시, LSD ...
절대 곁에 두어서는 안되는 약들이다. 이른바 마약(痲藥)이라고 불리는. 말하자면 ‘약국에는 없는 약’이다.
그런데 이것들이 처음에는 각광받던 약(藥)으로 시작되었다. 그런 약들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약은 인간만의 것이다. 그래서 약에는 인간의 욕망이 아주 짙게 배어 있다. 고통을 피하려는 욕망, 오래 살려는 욕망. 부정할 수 없는 욕망이고, 그런 욕망을 지녔다고 누구도 비아냥거리지도, 탓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고통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진짜 약의 시대가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874년 살리실산을 공장에서 대량 합성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비로소 근대적인 약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제약회사 바이엘의 펠릭스 호프만은 부작용이 심했던 살리실산을 변형하여 아세틸살리실산을 만드는데, 바로 아스피린이다. 아스피린이야말로 진짜 약의 시초인 셈이다. 그 전에야 약이라는 게 위약 효과 정도에 의지하거나 운에 맡기는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근대 이후의 약은 그 효과를 예상할 수 있는 화합물에 기초한다.
그러나 저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스피린 이후 정상적인(?) 약의 역사가 아니다. 바로 약국의 약장에는 두지 못하는 약들에 대한 얘기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마약 종류다. 그런데 그 마약 종류들이 처음에는 거의 만병통치약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담배까지 포함해서(사실 담배의 중독성이야 잘 알려진 사실이라, 마약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다). 저자는 그 마약들이 어떤 식으로 처음 인간의 욕망 속으로 들어왔으며, 어떻게 각광을 받다가 이제는 건드려서는 안되는 금기의 약이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는 이 마약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금기시된 상황에 의구심을 품는다. 아편 등의 약이 흑인이나 아시아인들에 대한 견제의 측면에서 미국에서 처음 금지되기 시작했고, 1960년대에는 반전, 반문화 운동의 중심에 서 있던 히피들을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 LSD 등을 금지하고, 처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정신을 혼란시키는 물질을 탐닉하는 집단이 하는 주장은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반면에 이른바 Happy drug이라고 불리는 프로작과 같은 항우울제가 얼마나 엉터리 약인지도 고발하고 있다. 전혀 처방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지경이었던 약이 로비와 운에 의해 시장에 나올 수 있었고 대박을 친 약이 프로작이었지만, 개발 당시부터 임상시험 중에도, 그리고 나중에도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바로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던 것이다. 전혀 해피하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 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 약을 복용한 사람들이 원래 우울증을 앓았기 때문에, 우울증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해버리면 그만인,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참 편리한 약이었다.
저자는 ‘약국에 없는 약’을 통해서 약과 마약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조금은 뒤집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도 마약에 관해서 더 엄격하고 보수적이라, 이런 서술 자체(마약의 긍정적 측면, 또는 금지의 부당성)가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최근에 오후의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와 같이 일반 독자에게 마약류에 대해 그 역사와 효과 등을 자세히 보여주고, 나아가 치료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임상시험에 들어간 경우들이 종종 생기고 있다)를 보여주는 책들이 나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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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