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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쓰
  1. 손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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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은희
글쓴이
박유리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5 (24)
손쓰


그 밤, 우리는 세상 밖으로 달려나갔다.

모두와 이별한 밤이었다.

우리가 버려진 그날 이후 지금까지

누구도 폐기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p.69


1. 『은희』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사회 정화'라는 미명 아래 국가가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최악의 인권유린,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조명하는 소설이다.

2. 불행은 불행을 기억하는 자들만의 것이어야 할까?


『은희』는 그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 준과 미연은, 고통받는 것은 그 불행을 기억하는 자신들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병호는, 자신이 어떤 후폭풍을 맞게 되더라도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 법제화든 뭐든, 피해자들과 그 남겨진 가족들을 위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희』는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언(傳言)지 않는다.

다만, 그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처참한 고통 속에 감금되었던 은희와 미연, 단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준, 단 한 점의 부끄러운 기색 없이 자신의 삶을 합리화하는 인곤과 병국의 삶을 보여줄 뿐이다.


그들의 삶을 활자로 접한 독자들은, 처음엔 생소한 역겨움 때문에 책을 읽어나가는 것조차 힘들어할 것이다. 그렇게 견디고 견뎌 계속 읽다 보면 공포, 분노, 무기력이 자신을 옭아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종국엔, 몰상식하고 비정상적인 국가의 야만 앞에 아연해진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독자들은 그 어떤 말로도 참혹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곧 독자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올 것이고, 형제복지원 사건을 검색해 볼 것이다. 어떻게든 자신이 보탬이 되는 일을 찾으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기억을 가지지 않은 자'들이 '기억을 가진 자'들의 불행을 나눠지게 된다. 이것은 『은희』의 힘이자 한 권의 책이 지닌 힘이다.


불행은 불행을 겪은 자들만의 것으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

특히나 시대적 교만에서 비롯된 불행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고, 그때는 내가 불행의 당사자일 수 있다. 함께 기억하고, 후세대가 할 수 있는 일, 가해자들이 참회를 구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는 '사법 정의 실현'에 동참해야 한다. 단지 기억하고 외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주류가 정한 범위 안에서 죄를 측량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다. 한 명의 시민이자 또 다른 시민의 동반자로서, 우리는 국가의 실정(失政)과 기득권의 횡포 앞에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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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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