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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정신과 의사
글쓴이
김지용 저
심심
평균
별점9.5 (38)
gkfhddl82

전에 서밤?블블?봄봄의 팟캐스트 <서늘한여름밤>을 즐겨 들었다. 어느 날은 다른 팟캐스트 <뇌부자들>이 게스트로 초대되었는데 그 때 대화내용이 신선하고 분위기가 유쾌해서 기억에 남았다. 특히나 정신과 의사분들로 구성된 멤버라고 하니 더욱 기억에 남았던 듯 하다. 얼마 전 출판사서평을 보고 그 뇌부자들 구성원 중 한 분이 쓴 책을 발견하고 궁금증이 생겼는데 내가 유일하게 관심 있어 하는 의사선생님이신 육아빠 정우열선생님도 그 분 책을 소개하셔서 더욱 궁금해졌다.

바로 그 책이 「어쩌다 정신과 의사」이다.

며칠 전에 본 책 <다행히 죽지않았습니다>에서도 정신과 의사선생님에 대한 짧은 묘사가 나왔는데 내과 진료하듯 빠른 상담과 무신경, 무관심한 태도에 실망감을 느꼈으며 전에 처방 받았던 약을 가지고 들고 가도 그에 적절한 약을 처방해주기보다 과한 양의 약을 처방해주는 등의 답답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정신과란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기에 정신과에 찾아간 것만해도 큰 용기를 낸 것이란 얘기를 본 적이 있는데 위의 이유로 실망감을 느끼면 치료가 긍정적으로 시작되기 어려운 것 같다.

이 책에는 내 사적인 이야기 외에도 진료실 안팎에서 만난 사람들과 겪은 일화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심리와 관계의 의미를 풀어낸 장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이론이나 대단한 깨달음이 있지는 않다. 그저 느낀 점을 최대한 솔직하게 적었다. 나는 정신과 의사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라는 굉장한 특권을 허락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나를 믿고 마음을 열어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덕분에 많은 걸 배웠고, 배우고 있으며,

그를 바탕으로 아는 척 글까지 쓸 수 있었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P14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은 크게 다섯장으로 나뉜다.


1 어쩌다 정신과 의사

2 멀고도 가까운, 나의 환자들

3 상처받은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기

4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5 나는 매일 편견과 싸운다


 

 

 

객관식 세계에서 만난

주관식 나라

"의대에 입학한 지 4년 만에

드디어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35

내 인생의 길을 찾던 중 정신과를 만났고,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 하던 나는 어쩌다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정신과 전공의로 근무하던 어느 날, 어쩌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되어 우리 병원에 파견 나와 있던 남궁인을 만났다. 당시 그 친구는 개인 SNS에 참 많은 글을 쓰고 있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해 보이는 글들이었다. 내 직업병일까. 친구의 정신세계가 많이 불안정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떤 의미야? 솔직히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던데. 그런 글들을 왜 그렇게 꾸준히 써?" "그냥 써. 그냥. 너 말고도 다들 왜 쓰냐고, 이상한 글 쓰지 말라고 얘기해. 그런데 그냥 써."

 

++

의사 친구의 이상한 글들을 보고 쓰지말라고 만류했던 저자. 그 이상한 글들을 썼던 친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본인도 어쩌다 보니 인생 계획에 없던 책에 이야기를 싣게 되었단다.

 

36

진료실에서 만나는 다른 모든 이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내 인생에도 계속해서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길이 나온다. 지난 몇 년간 비교적 순탄했던 이 길은 어떻게 이어져 있을까. (중략) 나 역시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미래를 알려주지 못한다. 그렇기에 현재에,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할 일이라면 그저 눈앞의 길을 걸어가 보는 것이 적어도 '지금'을 건지는 방법 아닐까. 지난 과거를 구원할 수도, 다가올 미래를 보장할 수도 없지만 '지금'만은 내가 어찌해볼 수 있으니까. '내 손이 닿는 지금 여기가 가장 소중하다. 그렇기에 흘러가는 이 순간순간을 잘 느끼고 싶다.' 이런 자세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가 된

첫 날

"동기는 한 환자에게 계속 바보라고 놀림받기도 했다.

사실은 내가 조금 더 바보였는데"

70

무력감이 느껴졌다. 나는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큰 병원을 찾아온 이들이 응당 받아야 할 도움을 드리고 있는 걸까? 물론 내가 아닌 교수님을 보고 온 것이고, 치료 방침은 교수님이 정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은 정신과 의사라 불리기엔 민망할 정도로 부족한 나인데, 이대로 계속 지내면 되는 걸까?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나중엔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유능한 정신과 의사가 되는 걸까?

 

++

신입 전공의 시절 무력감을 느꼈던 것을 회상하며 적어내려간 글이다. 바로 아래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런 나의 막막함과 고민은 스스로의 역할과 능력을 내심 크게 기대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제 갓 들어온 신입 전공의의 무능은 지극히 당연하다.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상담으로 척척 치료해낸다면, 그건 전공의가 아닌 재림 예수일 것이다."라고. 지금은 그 때 무력감때문에 왜 그렇게 힘들 수 밖에 없는지 통달하신 듯 하다. 넉넉한 선배 의사로서의 면모가 묻어난다.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눈앞의 것들

"우리는 자동조종상태에 빠져

과거와 미래의 잡념으로

현재를 채우고 있다"

미래를 걱정하며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그 사람보다 더 열심히 생각한다.

적당함을 지나친 이런 과도하고 불필요한 생각은 뇌에 과부하를 일으켜 다양한 증상을 만든다.

마음챙김은 마치 컴퓨터의 필요 없는 프로그램들을 정리하듯 생각의 양을 줄여

뇌가 안정을 찾도록 해준다.

오늘 남은 식사 시간, 무엇을 먹든 여태껏 그 어떤 끼니보다 더 집중해보기를,

마음을 가득 채운 생각들을 비워내며

음식 맛을 음미해보기를 권한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P252

++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마음챙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 같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Tv를 보거나 각종 영상을 보고 공부를 하면서도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고 채팅을 하고 하나에 몰입하지 못한다. 난 몰입의 상태의 안정감과 만족감을 위해 '책'을 읽는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가 몰입을 통해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과 현재 처한 상황으로 부터 벗어나 안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뇌부자들>이라는 팟캐스트를 3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을 시작한 계기가 '사람들이 의사인 자신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아서, 돕기 위해 처방하는 것들을 왜 제약회사의 사주로 여기는지, 비교도 안 되게 비싼 가짜 치료법에는 왜 이리 잘 현혹되는지'에 대한 한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정신 질환을 향한 공포와 편견은

'몰라서'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

그러나 일반인이 정신 질환에 관해 모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모를 수밖에 .

정신 질환에 관한 정보나 지식을

최대한 정확하고 쉽게 전달해야,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점점 줄어야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이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해 보였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 중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진행하는 이유.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좋은 책이었다. 한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간접적으로 엿보는 것도 재밌었고 삶에서 깨달은 깊이 있는 생각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환자를 환자로만 바라보지 않는 한 의사의 자세와 마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부수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에게 더 다가가고 싶어도 '의사-환자'의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지킬 수 밖에 없고 그것 때문에 힘든 점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간미가 느껴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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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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