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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찾사
- 작성일
- 2020.8.22
노화의 종말
- 글쓴이
- 데이비드 A. 싱클레어 외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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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하여 평균수명이 부쩍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오래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나는 개인의 의지와 생각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기간이 진정한 삶이라고 생각하기에 수치적인 측면의 수명 연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서 생명 연장 장치에 의존하여 투병을 하거나 치매와 같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병에 시달리면서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 과연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에 부합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물론 생명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의미있는 삶에 대한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 『노화의 종말』은 제목부터 솔깃해진다. 이론적으로 15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그것이 노화의 극복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삶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지와 생각에 따라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질이나 기능이 약하게 되는 것'이 '노화'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정의처럼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노화의 종말』의 저자 데이비드 A. 싱클레어는 "노화는 질병이다."라는 말과 함께 노화를 치료 또는 극복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다소 허황된 말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하버드의대의 유전학 교수이자 생명센터 연구소 소장이라는 그의 이력은 일단 이 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데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노화에 대한 모든 내용은 단순히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에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한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에 신뢰감이 생겨난다.
노화를 삶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노화가 일종의 질병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증거 또는 자료가 필요하다. 저자는 우선 생물학이라는 학문적인 설명을 통하여 자신의 주장을 객관화하기 위한 시도를 한다. 이를 위하여 지구의 역사를 40억 년 전으로 되돌리면서 최초의 생명체에 들어 있던 유전자 회로의 DNA가 수선되는 동안 번식이 중단되는 '생존 회로'에 대한 시스템을 언급한다. 즉, 번식과 수선의 교차 과정을 물려받은 인간을 비롯한 지구의 모든 생물들은 이것이 원인이 되어 노화가 일어난다고 말하는 것이다. 끊긴 DNA가 유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로 인하여 유전자 조절에 교란이 일어나면서 세포 정체성이 상실되고, 세호 노화와 그에 따른 질병이 야기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생존 회로'에 따른 노화의 골자이다.
이에 대한 대척점으로서 서투인(시르투인)에 대한 내용도 함께 언급한다. 효모에서 처음 발견된 SIR2 유전자에서 이름을 딴 서투인은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만들어지는데, 서투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번식 대신에 수선에 치중하기 위해서 당뇨병과 심장병, 알츠하이머, 골다공증은 물론 심지어 암까지 포함한 노화의 주요 질병들에 맞서서 몸을 지키기 위한 명령을 내린다. 즉, 서투인은 세포의 죽음을 예방하고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활렬을 높이는 유전자 물질인 것이다.
『노화의 종말』은 크게 노화의 원인과 서투인이라는 두 가지에 대한 설명을 통하여 다양한 노화 방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한다. 이 방법들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현재에 우리에게 적용가능한 것으로서 식습관에서부터 약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간헐적 단식/주기적 단식, 육식의 최소화, 땀을 흘리며 운동하기, 몸을 차갑게 하라, 후성유전적 경관을 흔들지 마라와 같은 방법이라든지 라파마이신, 메트포르민, NAD의 섭취와 같이 약물적인 방법이 그에 속한다.
약물적인 방법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들 약품은 개발 진행중이 아니라 이미 시판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화를 극복하는 데 있어 더없이 현실적이다. 또한 생활 및 식습관 역시 그것이 왜 노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인지를 이해한다면 지금까지 장수와 관련되어 언급된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령 '몸을 차갑게 하라'라는 의외의 방법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과학자들이 설치류를 연구해 갈색지방과 장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는데, 갈색지방이 풍부한 생쥐를 하루에 3시간씩 추위에 떨게 하자 미토콘드리아의 서투인 물질인 SIRT3가 훨씬 더 많아지고 당뇨병, 비만, 알츠하이머병의 발병률이 상당부분 감소되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신생아와 일부 성인에게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갈색지방이지만, 몸을 차갑게 함으로써 이 지방을 활성화시킬 수 있게 된다면 비만을 비롯한 각종 노화 지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조언이 나오게 된 것이다.
금연을 강조하는 부분 역시 기존의 폐암과 같은 질병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졌지만, 이 책에서는 흡연이 DNA를 손상시키고 그 때문에 나타나는 후성유전적 불안정이 노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설명함으로써 흡연과 노화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메트로포민은 주로 당뇨병 황자에게 쓰이는데, 당뇨병에 상관없이 꾸준히 복용하면 치매, 심혈관질환, 암, 우울증의 확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노화 전체에 맞서는 서투인을 비롯한 방어 체계의 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점을 보더라도 이 책에서 말하는 노화를 극복하는 방법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즉, 누구나 마음을 먹는다면 충분히 노화 극복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현재에도 얼마든지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이 책의 제목인 '노화의 종말'에 다다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왜냐하면 노화세포는 그 세포 자체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죽어서 사라지지 않은 채 마치 좀비처럼 버티면서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들 좀비세포는 암과 염증을 촉진하고 다른 세포들까지 좀비로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노화세포가 존재하는 한 노화를 되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것인데, 이 기술은 현재 개발 진행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노화의 종말』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노화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 노화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면 앞서 언급한 노화 방지와 관련된 다양한 방법과 약물들이 제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에 건강을 위한 방법이 실제 노화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으로 동일시하게 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노화에 대한 과거의 인식과 다양한 극복 방안을 통하여 현재의 관점에서 노화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면 책의 마지막 부분은 노화 극복에 따른 미래에 대하여 당부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정말 수명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늘어나거나 노화가 치료될 수 있다면 그것을 과연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기에 사회 시스템은 물론 개인의 삶에 대한 가치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김칫국부터 들이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노화에 대한 완전정복은 쉽게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노화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와 그를 통하여 조금이나마 노화를 방지하고 되돌리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들을 실천으로 옮긴다면 그 또한 노화의 종말에 따른 시대에 다다를 수 있는 확률을 조금이나마 높이는 것이 아닐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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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