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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글쓴이
한승혜 저
바틀비
평균
별점8.4 (10)
bec5483

[서평]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요즘 온라인에 서평이 부쩍 늘었다. 서평이라면 책에 대한 비평일 것이니 나름 식견을 갖춘 이가 전문적으로 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독후감이라는 것이 맞겠다. 어찌되었든 올 초에 서평이라는 이름 붙인 글을 하나 썼고, 은퇴 후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겠다 싶어 한 달에 두세 편 쓰는 걸 목표로 삼았다. 가능하다면 백 편쯤 쓰고 그 중 열댓 편을 골라 책으로 묶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얼마 전 조금은 독특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라는 제목대로 베스트셀러를 제대로 읽어서 그것이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그럴 가치가 있는지 살펴봤다고 했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궁금하기도 하고, 언젠가 그런 책을 한 번 내고 싶기도 해서 전자책이 출간되기를 기다렸다.


책 고르는 기준과 무관한 베스트셀러


저자는 베스트셀러는 “일단은 쉽고, 특정 장르에 치우쳐 있으며, 대중 눈높이에 맞춘 읽기 편한 에세이나 대중소설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잘 팔렸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아마존이나 뉴욕타임즈도 다르지 않다”니, 결국 베스트셀러는 책을 고르는 기준이 되기 어렵다는 말로 들린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란 무엇인지 살펴보자고 쓴 것이니 저자에게 책을 어떻게 골라야 하냐고 묻는 건 적절치 않다. 그렇기는 해도 독서량이 엄청난 저자가 나름 터득한 요령을 알려주는 정도의 친절을 베풀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에는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책을 골라놓고 후회하는 일을 모두들 한두 번은 겪었을 테니 말이다.


나는 주로 신문에 난 서평을 보고 책을 고르다가 요즘은 온라인에 올라온 서평을 많이 참고해 고른다. 물론 서평도 서평 나름이다. 우선 서평을 쓴 사람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면 믿고 고를만하다. 그래서 몇몇 분이 쓰는 서평은 꼭 챙겨 읽는다. 책에 실린 추천사를 참고하기도 하는데, 정치인의 추천사는 오히려 배제의 기준이 된다. 쓰디쓴 기억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광고는 참고조차 하지 않는다. 내게 광고는 정치인의 추천사만큼이나 부정적이다.


함량미달의 자기계발서


저자는 자기계발서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인생의 수많은 변수를 지나치게 단순화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나 정신승리만 막연하게 강조하고 있고, 여기에 인용하는 사례는 대부분 출처조차 없고 주장하는 바와 어울리지도 않으며, 빈약한 논리에서조차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그런 종류의 책을 적지 않게 읽어본 사람으로 이런 함량미달의 책은 읽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저자의 평가에 십분 동의한다.


한동안 기업경영에 대한 책을 몰입해 읽었던 때가 있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쓴 책이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기업성공사례의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그 논리대로라면 성공의 원인이 그대로 유지되는 데도 불구하고 망하는 기업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살아남은 것에만 주목하고 실패한 것은 놓쳐서 생존가능성을 잘못 판단하는 생존편향오류’에 빠져있었던 것은 아닐까.


기업경영이 기업의 계발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면 자기계발은 자기경영이 아닐 수 없다. 기업경영은 세계적인 석학들에게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자기경영이라고 이와 다를까. 변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일관성조차 없는 빈약한 논리로 조언하는 자기경영이 유익할 턱이 있겠나. 물론 내 빈약한 독서력으로 수많은 책 중에 그렇지 않은 책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기는 해도 나는 그런 책을 읽어본 일이 없고, 저자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생활의 지혜’는 과연 지혜로운가?


자기계발서 중에 적지 않은 책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통해 실제로 글쓰기 목표를 이룰 수 있었고,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서 요구하는 사회적 덕목이 불합리해서 분노한다. 지혜를 다루는 책이 지혜로울 수도, 오히려 잘못된 인식을 조장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쓴 작가는 습관 자체에 집중하는 대신 해당 습관을 통해 장기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의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 그래서 매일 500미터씩 걷겠다”가 아니라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식으로 정체성을 정하라고 말한다. 실제로 저자는 이 책을 읽고 평생 목표로 삼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일기쓰기라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었다. 일기에 뭔가 거창하고 제대로 된 글을 적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때문에 매번 실패했는데, 책을 읽은 뒤 단 한 줄이라도 써보자는 것으로 목표를 바꿨고, 한 줄이 열 줄이 되고, 자신도 생각지 못했던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절박함도 이에 못지않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치매 초기이셨다. 지병이 악화되어 돌아가셔서 치매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으셨지만, 그것이 내게는 매우 현실적인 공포로 남아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해 매일 빠뜨리지 않는 일이 두어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페이스북 글쓰기이다. 저자처럼 정말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 줄이라도 쓰려고 하고,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다.


저자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넘어 분노를 표출한다. “왜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은 상대방인데 거기에 웃으며 대처해야 하는가, 당하는 사람은 노련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애쓰는 반면에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려는 이들은 왜 이렇게 적은가, 그런 상황을 만드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소리는 왜 들리지 않는가” 묻는다. 뭔가 불편한 상황을 만났을 때는 “주저 없이 그것에 대해 표현하라”고 권장하고, “그럴 수 있도록 평소부터 연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렇게 자기주장을 분명하게 내보일 수 있는 저자가 부럽다. 무례한 사람을 웃으며 대하는 게 싫었으면서도 저자처럼 그런 의사를 내비치지 못했고, 은퇴를 앞둔 지금에서야 그것이 지혜로운 행동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진작 깨달았으면 그렇게 감정을 낭비하고 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건 그렇고, 저자처럼 생각하지만 저자처럼 자기주장을 내보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득이 될까 실이 될까? 그래서 조언은 이래저래 어렵다.


글은 언제 쓰는가?


저자는 <언어의 온도>를 언급하면서 작가의 글 쓰는 방식을 이렇게 비판한다.


“모든 글이 놀라울 만큼 비슷한 형태로 전개된다. 영화를 보거나 누군가의 대화를 듣거나 외부에서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나서,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후, 불현듯 과거의 어떤 경험을 떠올리고, 거기에 교훈을 더한다.”


이 지적을 보면서 뜨끔했다. 내가 글을 꼭 그렇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저자가 말한 대로라면 이 책은 단상을 모아놓은 ‘짧은 수필’이다. 단상이란 어떤 상황을 겪으면서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정리한 것일 텐데, 그렇다면 경험이 소환되고 깨달음(교훈)이 뒤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물론 고민하고 탐구해서 쓰는 글이 있다. 그러나 ‘수필’이라는 말이 뜻하는 대로 연필을 따라, 생각의 흐름을 따라 쓰는 글이라면 오히려 과거와 무관한 글이나 깨달음이 없는 글을 쓰는 게 더 어렵겠다.


오독이 아닌가 싶어 이 장을 몇 번 읽었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떠올린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내는 과정’이 억지스럽다는 것으로 읽히기는 한다. 내 글도 그렇게 읽히겠구나 싶다. 글을 잘 쓰려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겠다.


유익한 책만 읽어야 하나?


사람이 맥없이 앉아 있는 경우는 드물다. TV를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모두 뭔가 보고 있는 것이니 저자 말대로 그 중에 더 낫고 덜 나은 것이 있을 리 없다. 수많은 책 중에 꼭 유익한 책만 읽어야 하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한 끼 먹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것처럼 책에 대한 기호도 다를 수 있다. 물론 더 고급스러운 음식이 있는 것처럼 더 유익하고 완성도 높은 책이 존재할 수 있다지만, 사람들은 음식을 단순히 고급스럽다는 이유만으로 먹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때때로 전혀 대단치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떤 음식을 좋아하거나 그리워한다.”


저자는 베스트셀러는 잘 팔리기는 했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다고 하면서, 동시에 음식을 꼭 맛있고 고급스럽다는 이유로 먹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기왕이면 돈 들이고 시간 들여 읽는 책이 삶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게 여의치 않다면 베스트셀러 읽는 것을 권할 만은 하겠다. ‘맛있고 고급스러울 것’이라는 기대만 걸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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