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때면 인상적인 구절이 있는 부분은 표시해두고 다 읽은 후 정리하는데, 이 책은 표시해둔 곳이 하나도 없다. 그게 이 책이 그저 그랬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야말로 내 일상의 언어로, 내가 사는 세상을, 내 옆에서 이야기해주는 것같은 현실감을 느껴서 특별한 것 몇몇 구절을 꼽기가 어려웠을 뿐. 그만큼 이 땅에 발붙인 이야기였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기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나름 고학력의 여성들이, 큰 규모의 H대학에 있는, 한국어학당의 강사로 일하며 겪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가르치는 자로 존중받기 전에 여성으로 몰카를 당하기도 하고,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때로는 입을 다물고 때로는 이를 악 물기도 하며, 친한줄 알았던 누군가와는 건널 수 없는 강 앞에서 갈라지고 혹은 전혀 가깝지 않았던 누군가가 마음 깊이 의지가 되는, 그런 이야기들.

책 속의 여성들 중에 나와 꼭 같은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는데, 그럼에도 작가분은 인물 하나하나를 애정 가지고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얄미운 구석이 있지만 짠한 부분도 있고, 답답한 면이 있지만 기특한 부분도 있는, 그런 인물들이 작품 속에 가득했다. 이런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읽고 싶다. 그런 인물을 만나서 마음을 나누려고, 계속 책을 읽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