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스쳐간 책들

twoluck
- 작성일
- 2020.9.13
뷔히너 전집
- 글쓴이
- 게오르크 뷔히너 저
열린책들
"게오르크 뷔히너" 스물 세살에 불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 사후에 그의 능력이 평가되어 그가 남긴 몇 안 되는 작품 - 사실 이 책에 수록된 것이 거의 전부라고 한다. 그나마 희곡 두개는 미완이었다. - 들이 그의 문학의 정수로 평가되는 작가. 그가 인간의 삶에 있어서 관심을 가진 부분은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사회를 일순간에 거꾸로 뒤집어 버리는 혁명의 역사. 그리고 인간이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죄어오는 운명. 두가지다.
수록된 작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당통의 죽음"이다. 당통은 다 알다시피 프랑스 혁명 후 공화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로베스피에르와 공포정을 펼치다가 이에 회의를 갖고 로베스피에르의 정적으로 맞서다가 끝내 반역자로 몰려서 그의 일파와 함께 단두대에서 처형된 인물이다. 혁명이란 것의 성질상 기존의 사회체제를 뒤엎고 새로운 제도와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목적이므로 구시대의 것은 나쁜 것이 되어 없어져야 하고 구시대를 통해 이익을 얻은 자들은 반역자로 몰리게 된다. 그래야 구시대가 말끔히 청소되고 혁명세력이 의도하는 새로운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당통도 당초에 혁명세력으로서 공화정 성립에 크게 기여하고 루이16세를 사형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혁명의 선두주자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당통은 이를 크게 회의하게 된다. 혁명세력이 반대파를 숙청하면서 결국 독재의 길을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통은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혁명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계속 보여준다. 별다른 방법이 없다면 혁명은 제대로 완수되지 못할 것이므로. 결국 나폴레옹이라는 독재자를 환영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습도 역사의 사실이지 않은가...뷔히너는 혁명이란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고 혁명이 반혁명으로 돌아서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작품으로는 "렌츠"가 있다. 그는 실제로 괴테와 같은 시대에 - 괴테보다 한참 어렸다 - 작가로 살았는데, 일설에는 당시 독일문학의 거두였던 괴테는 렌츠의 능력을 폄하했을 뿐 아니라 렌츠와 치정관계로도 불편한 관계였다고 한다. 그런데다가 렌츠는 여러가지 사상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는 능력은 풍부하지 못했고 문학권력인 괴테와의 경쟁에도 밀려버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한 끝에 거의 거지 상태로 혼자서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그랬던 그의 인생은 뷔히너의 손에서 "광기어린 천재"로 다시 태어났다. 이미 미쳐버린 상태로 등장하는 렌츠. 이리저리 떠돌면서 뭔가를 이뤄내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의 광기는 계속 더 심해지기만 한다. 그가 죽음에 이르게되는 과정까지는 서술하지는 않지만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으로, 그렇게 살아가기로 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저 안타까움의 시선뿐이 방법이 없다.
나머지 작품은 미완성 희곡 두 개와 그의 정치적인 견해를 피력한 호소문, 그리고 그가 박사학위 취득 후 학생들에게 강의한 강의록이다. 뷔히너가 일찍 세상을 떠나지만 않았다면 어떤 문학을 보여주었을지 가망없는 궁금증을 갖게 만들었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