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

참벗
- 작성일
- 2020.9.25
편지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말 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 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란 가사가 떠오르는 제목.
지금은 편지..이메일 말고 손편지를 쓰는 경우가 드물게 되었지만
우편배달함에 내 이름이 적힌 편지를 받는 설렘과 감동을 기억하는 이로선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끌리는 작품이었다.
추리소설작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작가는 독자를 감동시키는 필력도 있음을 충분히 알려준다.
프롤로그를 읽으면서는 내가 읽은 첫 장편 "죄와 벌"을 떠올렸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그것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이유로 애먼 노파를 살인하고 고뇌하는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를 차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들긴 했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살인자 쯔요시가 아니라 아무 잘못 없는 동생 나오키다.
살인자 가족이 겪는 고통을 피해자 가족이 겪는 고통과 비교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았다.
가해자에게 정당한 '벌'을 내려야 한다는데 모두가 동의하기 때문이고, 피해자나 피해자의 유족은 언제나 동정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복수가 불법인 현대사회에서 국가는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죄에 합당한 벌을 부과하는 시스템을 유지한다. 피해자측에선 내키지 않는 처벌이더라도 그에 저항할 수 없게 만든 것도 시스템에 부합한다. 전도연이 열연했던 영화 '밀양'에서 아들을 납치 살해한 범인과의 면회장면에서 피해자 유족으로서 용서를 해주려고 했지만 살인자가 이미 죄를 용서받았다고 표현하는 바람에 분노하는 장면을 본다. 관객들은 그 파렴치한 태도에 피해자에 공감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 보편적인 정서다.
그래서 가해자 가족은 자기는 아무 죄가 없는데도 억울하게 쫓기고 불편한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작가가 제시하는 이 작품의 결론에 공감하지 않을 이도 있겠다.
그럼에도 그것은 현실이고 사실이고 앞으로도 여전히 존재할 일이기에 충분히 생각할 가치가 있는 케이스다.
독자로서 나는 다른 의미에서 나오키에 공감했다. 울컥울컥했던 순간들이 세시간 독서시간 속에 몇 차레 있었을 정도로. 역시 히가시노였다. 또다른 작품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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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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