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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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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글쓴이
박정훈 저
빨간소금
평균
별점9.2 (12)
홍성광
[혁신]이라는 단어 뒤에 가려진, [노동자]라는 이름마저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

  세계적 석학들이 한목소리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찬양한다. 매체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갖춰야 하는 생각, 자격, 기술, 생활방식을 나열한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사장되거나 퇴출될 것이라 고 덧붙이며 불안함을 조성함과 동시에 자신들 주장에 당위성을 더한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는 언택트 생활을 불가피하게 만들었고, 우리 모두를 신문명에서 살게 한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GAFA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의 성공은 그들의 주가를 높이며 4차 산업혁명의 기술과 플랫폼 기업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냈다. 초라한 스타트업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코스피 시가 총액보다 몸집이 큰 기업들의 이야기라니, 정말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IT분야라면 세계를 선두하는 우리나라도 젊은 청년들의 꿈이 담긴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있다.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서 스타트업을 장려한다. 분명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신기술로 몸집이 커진 기업이 구시대적이고 낡은 사회망 위에 군림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는 오히려 디스토피아 속 그것과 비슷하다.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의 이야기는 그런 낡은 사회망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지만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피 맛을 봐야 피가 끓는다.

  인터넷만 있다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배달산업의 구조와 라이더들의 삶에 대해 몰랐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를거라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앱을 사용해 배달은 많이 시켜봤지만, 음식을 받고 나면 그만이다. 라이더들의 삶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해볼 수 있는 순간은 그들의 사망 소식이 간간이 뉴스기사로 올라왔을 때 뿐이었다. 그조차도 마음의 초점은 '죽음'이지, 라이더들의 '삶'이 아니었다.

  마음 한켠에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 떠오른다.

"무관심하면서 그냥 모르고 즐기는거, 그거 용서받을 일 아니에요."

  데이터가 곧 권력인 사회라고들 한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주체인 소비자들에게로 권력이 이동했다. 자본의 힘이 권력이었던 과거와는 다르다. 진정 '손님이 왕'인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여론의 힘에 의해 기업의 흥망이 좌지우지되는 현재, 우리는 과연 왕의 자질을 갖고 있을까.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여론이 필요하다. 여론 형성을 위해선 감정을 자극하고 충격을 주는 사건이 필요하다. 결국 누군가의 '순교'가 필요하다. 1970년 분신한 전태일 열사가 2019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문중원 열사를 만난다면 개탄할 일이다. 더이상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 누군가가 죽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가벼운 마음에 돌을 던져서도, 귀찮은 마음에 그냥 지나쳐서도 안된다. 허술하고 낡은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건설적이고 의미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혁신이 아니라 인지혁명인 것은 아닐까?


오늘도 라이더들은 빨간불에 길을 건넌다.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는  한국식 배달업의 산업구조와 배달 플랫폼, 그리고 배달업에 종사하는 라이더들의 삶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더불어 마지막 장에 라이더들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대한 여러 제안까지도 소개하고있다. 책을 다 읽었다면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했다면 또다른 '그들'을 찾아나서야 할 때다. '그들'을 찾았다면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한다. 더더욱 소통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한다. 낡은 노동법에 올라탄 플랫폼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을 막기위해 미국에서 'AB5 법안'이 시행된것처럼, 우리도 혁신의 횡포를 막아야한다.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노동자 착취의 이유가 될 수 없다. 효율성을 최대한 높인 결과로 막대한 이윤을 얻어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는 것이 노동자 착취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오늘도 라이더들은 빨간불에 길을 건넌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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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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