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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글쓴이
천선란 저
허블
평균
별점8.7 (1022)
goodchung

이 소설은 경마 이야기로 시작된다. 공간적 배경은 과천 경마장인데, 시간적 배경은 지금보다 과학기술이 더 발달된 미래이다. 인간 기수가 휴머노이드 기수로 바뀌고, 가벼운 기수를 태운 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달린다. 작가는 경마를 빠른 세상의 변화를 대변하는 모티브로 사용하었는데,  말의 입장에서 볼 때 왜 드렇게 더 빨리 달려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그것도 탁트인 들판도 아닌 정해진 경주로에서 생명단축을 담보로 말이다.

 

이 소설은 미래에 동물과 로봇, 그리고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SF물이다.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제 경주마로서의 역할이 끝나 안락사 당할 위기에 처한 경주마 ‘투데이’, 그리고 경기중 부상으로 하반신이 부서진 채로 폐기 직전의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가 단짝으로 등장한다. 이들 주변에 상처입고 약한 인간 주인공들이 있다. 소아마비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소녀 ‘은혜’, 아득한 미래 앞에서 방황하는 은혜의 동생 ‘연재’, 소방관이던 배우자를 잃고 세상의 힘든 짐을 홀로 지고가는 이들의 엄마 ‘보경’, 이 소설은 이들이 함께 어울려 엮어가는 서사를 그리고 있다.

 

과학기술의 산물인 휴머노이드와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어버린 인간 주인공들은 어찌보면 적대적 존재일 수도 있다. 사실 학생인 은혜도 알바를 하다가 최저시급이 올라갔다는 이유로 주인이 휴머노이드를 사용함에 따라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작가의 눈에는 부서지고 다친 작은 존재인 말이나 기수 휴머노이드나 상처입고 약한 인간들이 누구를 서로 배제하지 않고 함께 연대해 살아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 세계의 가장 느리고 약한 것들과 기꺼이 발맞추며 걷는 모습이 아름답다.

 

경주마 '투데이'를 보자. 인간 중심 세상에서 인간의 뜻에 따라 사는 장소와 방식이 결정된다. 그리고 인간이 설정한 경주마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순간 도태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경마 기수는 인간에서 휴머노이드로 대체된다. 인간보다 가벼운 휴머노이드를 태운 경주마들은 그전보다 훨씬 빠르게 질주해야 한다. 그 결과 연골이 빨리 닳아버려 더는 뛸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을 작가는 멋있게 반전시킨다. 투데이의 파트너인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는 어느 날 경기에서 투데이가 다리를 완전히 잃기 전에, 투데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낙마를 선택한다.

 

이제 낙마로 인해 휴머노이드가 폐기의 위기를 맞는다. 휴머노이드 기수는 하반신이 부서져 폐기직전까지 몰리지만 로봇분야의 천재적 재주를 가진 연재에 의해 수리를 받고 '콜리'라는 이름을 받고 제2의 삶의 기회를 맞게 된다. 다른 휴머노이드 기수와는 달리 경기 중 ‘하늘을 바라보다가’ 낙마했다는 콜리에게 연재는 강렬한 끌림을 느껴 폐기를 기다리던 콜리를 구매하게 되고 그렇게 기적을 이뤄간다. 

 

엄마인 보경과 두 딸인 은혜와 연재 사이의 불편한 관계는 보경과 휴머노이드 콜리와의 교감을 통해 어느 정도 치유된다. 불의의 사고로 소방관인 남편을 잃고, 두 딸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보경은 은혜에게는가난한 살림 때문에 의족을 달아주지 못했다는 부채감, 연재에게는 은혜에게만 신경 쓰느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한다. 그러다가 보경은 연재에 의해 집으로 들어오게 된 휴머노이드 '콜리'와의 교감을 통해 다친 마음을 회복하고 조금씩 두 딸에게 다가간다.


과학발전은 우리의 삶을 빠르게 몰아간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휴머노이드 기수의 개발로 속도가 더해지고 더 흥미로운 경마가 가능해졌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 주었을까? 저자처럼 시야를 넓혀 말의 입장까지 고려한다면 말의 죽음만 재촉했을 뿐이다. 이야기 뒷부분에서 경주마를 아주 천천히 달리게 하는 훈련을 하는 부분에 작가의 생각이 담긴 듯하다. 이 소설은 기술개발이 소수의 인간들에게만 만족을 주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것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과 자연, 그리고 특히 소수의 힘없는 사람들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따뜻한 것이 되어야 진정으로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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