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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之我...또 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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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세상 보는 눈
글쓴이
국립과천과학관 유만선 저
시공사
평균
별점8.9 (9)
異之我...또 다른 나

  공학자들은 과학자들과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은 모두 '과학'과 '수학'을 기반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탐구하지만, 과학자들은 '정답'을 찾는데 관심이 있다면, 공학자들은 '해답'을 찾는데 관심이 더 많다. '정답'과 '해답'에 차이점이 있을까? 사전적인 정의를 보더라도 '정답'은 옳은 답이다. 세상의 이치를 밝혀내어 원리를 찾아내서 그 현상이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원리를 밝혀내는 것이 '과학자'라면, 과학자들이 찾아낸 원리를 '이용'해서 기계를 돌아가게 만들고, 그 기계를 쓸모있게 만들고, 때론 재구성하면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내어 그 어려운 일을 실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이 바로 '공학자'다. 한마디로 공학자는 과학자가 꾸는 꿈을 실현시키는 사람들이다.

 

  이를 테면, 과학자가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서 우주공간을 여행할 수 있는 우주선을 '수학적 풀이'를 통해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서 설계하면, 이를 실제 우주공간에서 우주인이 타고 여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이들이 '공학자'다. 따라서 공학자들은 과학자만큼의 '이론가'이면서 동시에 뭐든지 뚝딱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자'여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작동하고, 효율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설계가'의 면모도 갖춰야만 한다. 따라서 공학자는 정말 토 나올 정도로 공부해야 한다.

 

  실제로 배우는 과목도 온통 '역학투성이'다. 공학도들이 치를 떠는 과목들이 바로 '~역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과목들이다. 이 책에도 '정역학', '동역학', '유체역학', '열역학'에 관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공학도였던 나도 정말이지 치를 떨며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물론 이 책에서는 어려운 수식 같은 것은 쏙 뺐다. 그래서 공학자들의 진면목인 복잡한 수식 계산과 '공학계산기'를 써야만 풀 수 있는 수식 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렵고 복잡한 만큼 뿌듯한 점도 많다. '역학'을 공부함으로써 세상의 이치를 더욱 깊고 자세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 '공학자의 눈'은 어떤 것일까? 음..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라면 끓이기'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맛있는 라면을 끓이기 위해 요리사들의 레시피를 '검색' 해본 분들이라면 '상식'으로 물을 끓은 뒤에 면보다 스프를 먼저 넣으라는 조언을 듣곤 한다. 그리고 실제로 스프를 먼저 넣고 끓이면 맛있다고들 한다. 이것을 '공학자의 시선'으로 풀이해보면, 먼저 '비등점'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비등'이란 냄비에 물을 넣고 가열하면 점점 온도가 올라서 100도에 다다르면 물이 펄펄 끓게 된다. 이때 물이 최초로 끓어오르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물이 끓는 것을 '보글보글'이라고 표현하는데, 바로 냄비바닥에서 '방울'이 생성되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그 순간이 바로 물이 끓어오르는 순간이며, 이 순간을 바로 '비등점'이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라면스프를 먼저 넣으면 물이 100도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에 면이 더 맛있게 빠르게 조리된다는 이야기인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먼저, 물이 끓기 시작할 때 한 방울 한 방울 올라올 때가 있는데, 이를 '핵비등'이라고 한다. 이때는 아직 100도가 되기 전이므로 물의 끓는점인 100도에 다다르지 못해서 더 가열해야만 한다. 물론 수면에도 별다른 낌새가 보이지 않고 평온하며 간혹 올라온 방울이 터지면서 점차 올라오는 물방울들이 많아지게 된다. 이렇게 '핵비등'이 여러 군데 생기게 되면 물방울들이 냄비바닥 전체로 퍼지면서 '막'을 형성하게 된다. 이때 냄비바닥과 담긴 물 사이에 '수증기막'이 생기면서 공간이 생기는데, 이때가 진정한 물의 끓는점 100도에 다다른 상태다. 그리고 이것을 '막비등'이라고 부른다. 물론 수면에도 엄청난 물방울이 터지면서 요동을 치게 되는데, 이때 스프를 넣으면 '비등점'이 올라가 물의 끓는점보다 더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요리사들이 주목한 점도 바로 이것이고, 그래서 면보다 스프를 먼저 넣어서 끓이면 더 맛있는 라면을 조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학자의 눈'으로 보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왜냐면 라면스프를 넣었을 때 끓는점이 100도보다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이'가 정말로 미미하기 때문에 면발이 더 쫄깃쫄깃하게 익기 위한 '높은 온도'에 도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블라인드 맛 평가'를 하면,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조리했을 때, 스프를 먼저 넣은 라면과 면을 먼저 넣은 라면의 맛차이는 50대 50으로 차이가 전혀 없었다. 결국, 라면의 맛은 '비등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공학자의 견해'인 셈이다.

 

  하지만 공학자는 '끓음'이라는 현상을 더욱 분석해서 적은 연료로 효율적인 '보일러'를 개발하거나 '원전'에서 사용하는 핵연료봉의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이는 방식으로 얻는 전기에너지까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복잡한 수식이나 계산을 쏙 뺐기 때문에 읽기에 전부 부담이 없으니 겁을 낼 필요는 없다. 실제로 공학도들이 '공학계산기'를 두들기며 풀어내는 역학문제는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렇게 '공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은 온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가득하다. 그렇다고 공학자들은 '믹스커피'를 한 잔 타먹을 때에도 커피포트에 물을 얼마큼 담아서 얼마의 시간으로 가열한 뒤에 얼마만큼의 양을 머그잔에 담아야 가장 달달한 믹스커피 맛을 즐길 수 있는지 연구한다는 오해는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물론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을 때에도 동전의 감지하는 센서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인지 의심을 품곤 하지만, 결코 아무 때나 그러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공학자들도 쉴 때는 쉰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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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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