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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파만권
- 작성일
- 2020.11.8
무관심 연습
- 글쓴이
- 심아진 저
나무옆의자
장편소설을 즐겨 읽었었다. 단편소설은 왠지 미완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다 썼겠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매 ‘촌철살인’이 빛을 발하는 소설집에 자꾸 손이 가는 것은 세상의 빠른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긴 소설을 조용히 사유하며 읽을 여유가 없다.
단편소설도 길다고 요즘은 스마트소설이라고 해서 그야말로 짧은 소설도 많이 나오는데 이 책은 그 짧은 소설의 정석같이 느껴진다. 서너 장의 분량 속에 반전이 있고 웃음이 있고, 감동이 있다.
제목이 무관심 연습이라기에 세상사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애를 발휘하는 내용인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자기 자신에게 무관심하면 바깥을 보는 시선이 좀 더 깊고 냉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만남, 어긋남, 얽힘, 열림, 던져짐. 다섯 가지로 분류된 책의 차례만 봐도 인생의 변화무쌍함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니, 순서라고 해야 되나. 만남 뒤에 오는 악연과 인연들, 용서와 망각, 혼자 남거나 사라지는.
<섬의 여우>의 ‘여자’는 뒤뜰에 나타난 여우의 밥을 챙겨주는 일이 중요한 일과인데 나중에는 그 일에 매우 골몰하게 된다.
자신이 여우를 못볼까봐가 아니라 여우가 자신을 못볼까봐 양치질도 주방에서 하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는 ‘여자’의 모습에서 도시에서 섬으로 떠나왔지만 여전히 완전한 고립을 원하지 않는 인간의 외로움을 보았다.
비록 저자는 위태한 상황의 ‘여자’를 살리는 것이 관심을 주고 돌봐주는 여우 한 마리면 충분하다는 의도였겠지만 그랬다면 여우의 밥만 챙겨줘도 되는 일이 아니었겠는가. ‘여자’가 원한 것은 여우와 마주보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만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얼마간의 거리를 둘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부대끼면 문제가 생긴다. 선의의 거짓말도 하게 되고<두 자매>, 공포를 일으키기도 하고<낙차>,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개와 개>.
어느 정도의 무관심은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유용하다는 것을 이 짧은 소설들이 말해주고 있다. 짧지만 내용만은 장편 못지않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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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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