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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글쓴이
조지 버나드 쇼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8.3 (18)
콩집사

 

피그말리온은 신분과 여성 문제를 꼬집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열린책들 뒤편에 역자 해설이 속 시원할 정도로 명쾌하게 잘 되어있다.

그 해설을 보고, 작품 이해에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신분 여성 등과 같은 주제는 각설하고
결말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연극에서, 그리고 뮤지컬화, 영화화되면서 결말이 바뀌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로맨스와 해피 엔딩을 원했지만, 이 작품의 결말은 해피 엔딩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바꾼 결말을 보며 분노하는데, 추후 둘 사이가 해피 엔딩일 수 없는 이유를 후일담으로 추가했다고 한다.

 

 

 

이 책의 결말을 바꾸려고 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에겐 있는 그대로 무언가를 보는 일이 어렵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꾸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고.

사랑이 볼모가 될 땐 더욱 그렇다고.

 

 

극 초반에 일라이자는 없는 형편에도 택시를 타는 작은 사치를 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사가 택시에 타지 못하게 하자 그에게 돈을 보여 주고, 굳이 그 택시를 탄다.

히긴스의 집을 찾아갔을 때에도 그렇다.

내쫓으려고 하는 피어슨 부인에게 자신은 수강료를 갖고 있으니 배울 권리가 있다고 당당히 밝힌다.

그리고 찾아간 이유도 꽃 집 점원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일라이자는 자신의 거처는 스스로 정하며,
정당한 권리를 요구한다.

신화 속 갈라테이아와 다른 점도 이것이다.

 

이러한 성격은 그녀가 상류층처럼 조각되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기가 끝난 후의 대사를 보면 불씨는 내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자 (절망 중에서도 자신을 추스르며) 난 무엇에 어울리는 사람이죠? 나를 무엇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만드신거예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해요? 난 뭘 해야 하죠? 나는 어떻게 될까요? 
(....중략...) 

히긴스 (뒤늦게 친절한 생각이 떠올라서) 어머니가 괜찮은 남자 한둘은 찾을 수 있을 거야
리자 도트넘 코트 거리에 살았을 때도 그것보다는 나았어요.
히긴스 (정신을 차리면서) 무슨 말이니?
리자 나는 꽃을 팔았지 나를 팔지는 않았어요. 당신이 나를 숙녀로 만들어 버려서 나는 이제 어떤 것을 팔아도 어울리지 않아요. 나를 발견했던 그곳에 그대로 놔두지 그랬어요.

 

이제 히긴스를 살펴보자.

일라이자에 대한 소유욕은 분명 존재한다.

일라이자가 집을 나갔을 때, 그녀를 찾으러 간 것이 그에 대한 방증이다.

그리고 일라이자가 '내가 심어준 말. 내가 심어준 생각'외에 움직이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러나 그는 로맨스가 되지 않는 인물이다.

자신 외에 타인에게 완벽하게 무심하기 때문이다.

말 첫마디마다 '내가'를 강조하는 그의 대사들과

일라이자가 듣는대서 가르치는 일이 지겨웠고, 끝나서 기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조그마한 친절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로맨스가 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그에게 어머니보다 완벽하고 우아한 여성은 없으며 여자들이란 대접을 바라는 귀찮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라이자는 의지가 있고, 권리를 요구하는 인물이다.

『무관심이 보통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정도보다 훨씬 깊은』 히긴스를 잘 알고 있었다.

 

히긴스는 자신이 일라이자를 만들었지만, 그녀가 자신과 동등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그는 타인에게 친절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인물들인데 해피 엔딩이 가능하겠는가?

그들이 로맨스 때문에 자신의 고유한 성격을 바꿀만한 인물들인가?

 

 

 

로맨스는 사람의 고유한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사랑한다는 이유로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내가 본 대중은 그러기를 원하고, 기대하고, 바라더라.

가끔 친구들 얘기나 인터넷에 올라온 연애 고민 글을 보면서 

비슷한 맥락의 생각을 했었다.

 
일 하느라 카톡을 잘 못하거나, 피곤해서 다음번에 만나자거나, 몰래 헌팅을 했다거나, 게임을 하느라 관계가 소원하거나,,, 등과 같은 고민을 얘기하면, 헤어지라는 조언은 둘째치고 이런 댓글이나 조언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남자는 좋아하면 그렇게 하지 않아.”

나를 사랑한다면, 이렇게 했어야 한다는 기대가 만연해 보였다.
내가 보기엔 상대가 생겨먹길 그렇게 생겨먹었고,
관계를 유지하는 건 받아줄 아량이 있거나 없거나에 달린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다.

 

 

사랑이 사람을 바꾼 일이 있다면, 아주 드문 일이거나 오래가지 못할 일일 텐데, 왜 우린 서로에게 사랑만 붙었다 하면 환상을 심어주려고 할까?

 

 애정이 사람을 바꿀 수 없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만들어진 충분한 이유는 존재한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피그말리온 원작의 결말이 납득되었고,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일라이자는 히긴스와의 해피 엔딩을 거부하며, 그에게 슬리퍼를 집어던진다.

 

그것은 일라이자의 의지이다.

피그말리온 영화 버전인 마이 페어 레이디의 오드리 헵번처럼

히긴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갈라테이아는 결코 피그말리온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와 그의 관계는 너무 신성해서, 전적으로 좋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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