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날개를 달자
  1.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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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9번의 일
글쓴이
김혜진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 (42)
꿈에 날개를 달자

김혜진 작가의 신작을 만났다. 어찌보면 길지도 않은 소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는 옛날이라면 우리네 아빠를, 지금은 남편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라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인지, 일이 주는 무게가 어떤 것인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육아로 인해 회사를 더 이상 다니지 못했지만, 만약 내가 계속 회사를 다녔다면, 나는 회사라는 곳에서 어떤 위치가 되었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주인공은 통신회사 현장팀에서 26년을 근속한 사람이다. 그는 저성과자로 분류되어 세 번째 재교육을 받기 직전이다. 그때 새로 온 부장이 그를 호출한다. 부장은 그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한다. 자신과 같이 일하던 동료들조차 연장자가 자진해서 나가주길 바라고, 평가 점수에 따라 다른 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만둘 수 없다. 그에게는 몇 달 전 변두리 오래된 다세대 건물을 매입(대출을 끼고)했고, 아직 고등학생 아들이 있다. 아내는 마트에서 2교대로 일하고 있지만 들어갈 돈이 너무 많다. 다세대 주택의 누수 수리비, 대출금과 이자, 자동차 할부금, 아이의 학비와 다양한 경조사비, 그리고 장인의 병원비와 노모 주택의 수리비까지.. 아직 들어가 갈 돈도 많고 어떤 미래도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부장의 권고사직 제안을 거절하자 그는 타지역 거점 센터로 발령 난다. 그곳에서 그는 인터넷 상품 영업 일을 시작하지만 계약은 성사되지 않는다. 그렇게 월급은 30% 삭감되고, 그는 깨닫게 된다. 회사는 자신에게 새로운 일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일도 시키지 않는다는 걸. 성과가 없으니 촉구서가 이어지고 그는 다시 지방 소도시 시설 1분기국사로 발령 난다. 이곳에서 인터넷 수리와 설치 및 보수 업무를 하며 일상을 되찾으려 하지만 휴가를 내고 친구의 죽음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온 다음 날 무단결근 통보를 받게 된다. 이후 그는 노조에 가입하고 투쟁 끝에 본사 소속이 아닌 하청업체 소속으로 변두리 소읍인 78구역으로 복직한다. 그는 이곳에서 통신탑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대치하게 되는데..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었을까? IMF이후로도 다양한 형태로 직급이 있는 사람들은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을 제안받는다. 버티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걸 나는 안다. 버티는 사람이나 나가는 사람이나 힘든 건 다 마찬가지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있고, 늙어가는 부모님이 있고, 많은 돈을 저축한 것도 아닌, 여기저기 나갈 돈만 수두룩한 우리네 남편들.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전업주부가 되었지만 어떻게든 다시 일해야 하는 건 아닌지. 왜 이렇게 먹고사는 문제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슬프고 아프다.

 

하청업체 소속으로 마을 주민과 대치해야 하는 남자는 그들과 똑같이 시골 어딘가에 부모님이 존재하고 부모님을 위해 효도하려고 하는 평범한 남자일 뿐이다. 아직 나갈 돈이 많고 그래서 돈을 벌어야 한다. 마을 주민에게는 나쁜 놈이지만 남자도 회사에서 하라고 하니까 할 수밖에 없다. 이걸 못하면 회사에서 짤리기 때문에.. 그 일을 지속하기 위해 바라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 일을 계속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바뀌어버리는지 깨닫게 될 거였다. (252) 회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몸부림. 자신이 아니라도 누군가는 회사를 위해 욕을 먹으면 해야 할 일. 그런 일을 누군가의 아들이, 아빠가, 남편이, 친구가 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문명의 혜택을 받고있는 것이다. 그래서 슬프다.

 

노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게 아니라 삶이 어그러진다. 만약 내 남편이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충고를 하게 될까? 힘들면 그만둬. 아니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그만두기를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내 남편이 회사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흐를 것 같으니까. 하지만 우리네 아빠나 남편들은 그걸 내색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극은 시작되는 건지도. 책을 읽는 내내 남자의 마음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아팠다. 일에 대해, 그리고 중년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내 남편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잘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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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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