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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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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글쓴이
소크라테스 외 1명
현대지성
평균
별점9.3 (267)
여르미

사실 소크라테스는 너무 유명하다. 예수, 부처, 공자와 함께 4대 성인이기도 하고. 요즘은 이렇게 나훈아의 노래 가사가 되어 또 화자되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사실 소크라테스만큼 이야기하기 어려운 철학자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단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실 우리가 아는 소크라테스는 그의 제자인 플라톤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다면 플라톤은 테스형을 어떻게 그렸을까? 주로 대화를 통해서였다. 그의 책에서 소크라테스는 항상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실 플라톤은 정말 재능이 많은데, 철학자로서도 대단하지만 작가로서도 위대하다 할 수 있다. 그의 대화와 묘사 속에서 소크라테스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니까. 아무튼 어찌됐건 소크라테스를 이해하려면 그의 말과 글이 필요하다.



이 중 가장 역사에 충실한 것으로 보이는 플라톤의 저작은 바로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화편은 소크라테스가 재판에서 자신을 변호하며 연설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주고받는 대화 형식은 아니며, 일종의 연설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소크라테스는 이 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받고 독약을 마신 뒤 죽는다.






테스형의 변명



소크라테스는 고발당한다. 그 고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며 괴상하다. 그는 지하의 일이나 천상의 일을 탐구하고 나쁜 일을 좋은 일처럼 보이게 한다. 그리고 그는 이런 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르친다."


일단 왜 소크라테스가 이런 고발을 당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는 적이 많았다. 첫 번째 적은 귀족들이었다. 그들의 아들들이 소크라테스를 추종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테스 형은 인기인이었다. 따라서 귀족들은 아들들이 하라는 공부나 정치는 하지 않고 테스 형만 좋아한다고 무척 싫어했다.


또한 그는 소피스트들에게도 반감을 샀다. 그들 중 일부는 변질되어, 사람들에게 궤변을 늘어놓거나, '돈을 받고' 말을 잘하는 방법 등을 가르치기도 했다. 소크라테스, 그리고 특히 플라톤은 '돈을 받고' 지식을 가르친다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소피스트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적은 바로 소크라테스에게 거리에서 "넌 아는 게 없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충고를 들었던 사람들이었다. 당연하다. 이런 소리 듣고 좋아할 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테스 형은 사람들의 말꼬리를 잡으며 꼬치꼬치 질문하는 걸 좋아했고, 그의 치부를 들춰냈다. 논쟁하며 가식적인 면을 지적했다. 자신의 이런 면을 지적받고 깨닫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내가 고발은 당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난 고발장에 쓰인 대로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그럼 그는 어떤 이야기로 자신을 변호했을까?






나는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신은 인간에게 직접 말할 수 없다. 따라서 그리스 시대엔 사제가 신탁을 통해 신의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신전 중 델포이 신전이 가장 유명했다. 그곳에서 테스 형은 신탁을 받는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포클레스는 현명하다. 에우리피데스는 더욱 현명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만인 가운데서 가장 현명하다."


이런 내용이라니.. 소크라테스도 이런 신탁 내용을 전해 듣고 당황했다고 한다.

왜 내가 가장 현명한가?

신이 거짓말할 리가 없을 텐데?

그는 자신은 지혜가 없는 사람이기에, 신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궁금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테스 형은 이 문제를 두고 곰곰이 생각했고,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보다 더 현명한 사람을 찾아내면 되는 것이었다! 이 증거를 갖고 신에게 가면, 신이 자신의 신탁을 철회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현명하다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는 현명하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들이 현명하지 않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그렇다. 현명한 신은, 나에 대해서 말한 게 아니라 내 이름을 예로 든 것이다. 말하자면 신은 '오, 인간들이여, 소크라테스처럼 그의 지혜가 사실은 아무 가치도 없음을 알고 있는 자가 가장 현명하다'라고 말하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점에서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하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이렇게 현명한 테스 형은 사실 배심원들이 원하는 데로 고분고분하게 굴면 사형을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다.


그렇게 죽음을 구걸하진 않겠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으니까!


그는 말한다. "조금이라도 훌륭한 사람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위험을 헤아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선한 일을 하느냐 악한 일을 하느냐이다. .. 누군가 자신의 뜻이든 운명이든 간에, 위험이 임박했을 때 그는 자기 자리에 있어야 한다.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치욕 외에 다른 것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진실이다."



테스 형. 너무 당당한 거 아닌가. 단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다면 바지 가랑이라도 잡고 싶은 게 인간의 심정일 텐데. 소크라테스는 그런 죽음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나는 당당하게 철학자로서 죽겠다!





소크라테스는 또 이렇게 말한다.


"혹시나 나를 살려주는 대신,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걸 하지 말라고 강요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나는 그리스인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들보다는 신에게 복종할 것이며, 내게 생명과 힘이 있는 동안에는 지혜를 사랑하고 지혜를 가르치며,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충고하고 평소 태도대로 하는 것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아. 테스 형은 정말 대쪽같은 사람이었나 보다.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신이 이 나라에 보낸 일종의 등에다."


여기서 등에 난 파리와 비슷한,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곤충이다.


"이 나라는 각성이 필요하다. 나는 신이 이 나라에 붙여놓은 등 에이며, 따라서 하루 종일 어디서나 한결같이 여러분을 붙잡고 각성시키고 설득하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나 같은 사람을 쉽게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음. 이렇게 말하니 죽음을 당하지 싶긴 하다. 그는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가치관을 따르다 그는 고귀하게 죽었다.






테스 형. 나는 정말 알 수 있을까요?



사실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알려져 있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그가 한 말이 아니다. 그 말은 델포이의 신전에 새겨져 있는 말이라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이 말이 테스 형이 했다고 소문난 것은, 그의 행동이 그 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너, 정말 알아?

네가 알고 있는 것들을 확신할 수 있어?

네 생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이유를 확실히 댈 수 있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있다. 나이가 들면 결혼을 해야 한다든가,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한다는 그런 것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별생각 없이 받아들인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하지만 세상엔 당연한 건 없다. 어쩌면 그건 나의 편견이거나, 습관일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우리는 의심하고 생각하는 걸 피하기 시작했다. 생각하며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데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 테스 형한테 좀 혼나야 한다. 내가 아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뭔가를 확신하거나 결정하기 전에, 내가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실,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내 안에 다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우리는 올바르게 질문을 던지는 법을 모를 뿐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테스 형이 필요하다. 논리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산파, 소크라테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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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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