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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 작성일
- 2020.12.8
새로운 미래가 온다 (리커버 특별판)
- 글쓴이
- 다니엘 핑크 저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사람의 정신은 좌뇌와 우뇌 두 부분이 동시에 작용하여 조화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게 오래 전에 밝혀져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받습니다. 이 책에서 다니엘 핑크는 우뇌 중심의 사고, 발상, 정신 작용에 의한 타인과의 공감을 적극 주창합니다. 과거에는 메마르고 계산적인 정신 작용이 중요했다면, 현대는 보다 감성적이고 역동적이며 많은 동조자들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이성과 계산보다는 풍성한 감성과 예술적 창의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p22에서 저자는 자신이 참여한 테스트의 문제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표정들이 서로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가? 또, 총을 겨누는 악당 사진에 반응하는 뇌는 어느 쪽인가? "위험"의 정도, 정체를 파악할 때에는 상황을 정확히 계산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그러므로 두번째 문제의 답은 좌뇌일 수밖에 없죠. 그런데 누구와 누구의 감정이 서로 통하는가 같은, 표정을 보고 당사자의 감정을 파악하는 문제는 우뇌가 관여합니다. 우리가 사는 현재, 또 가까운 미래에 더 절실히 요구되는 능력은 당연히 우뇌의 산물이라는 저자의 견해에 의하면, 이 표정의 문제는 "학습적인 경험과는 그다지 큰 관계가 없다(p29)"는 것입니다. 감정은 글쎄요. 연습이나 숙련의 영역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기도 한 듯합니다.
어떤 사람더러 조직에서 "감정적인 성향"이라고 평가를 한다면, 이는 결코 긍정적인 고과는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저 사람 조심해야 할 사람"이란 암시일 수도 있습니다. 책에서는 "우뇌는 파괴자다"라든가, "이성적인 작용의 담지자인 좌뇌에 비해 열등하다" 같은 과거의 평가가 언급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시대에 따라 평가와 우선순위가 바뀔 만한 이슈이며, 저자 다니엘 핑크는 이 책에서 여러 근거를 들며 "우리의 시대는 우뇌의 시대"임을 주장합니다.
우리는 어떤 의사 표현, 기호의 의미를 해석할 때 고립적으로 새길 수는 없습니다. 적건 많건 간에 기호와 단어, 문장, 심지어 책 한 권도 어떤 맥락에 따른 해석을 해야 합니다. 이 맥락 위주의 사고를 담당하는 게 저자에 따르면 우뇌입니다. 그러니 세부적이고 개별적 분석을 행하는 좌뇌에 비해, 우뇌는 열등한 게 아니라 더 고차적인 의미를 캐내는 것입니다. 운문, 시가는 산문에 비해 더 복합적인 내용을 다층적으로 전달하는데, 예전부터 시인이 소설가에 비해 더 높은 대우를 받았던 사실도 우뇌의 비열등성을 증명합니다.
척박한 문명, 공동체에서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이 발달하지 않고 사람들도 외양 꾸밈에 더 무관심합니다. 그런데 대체로 우리는 이런 사회에 대해 상대적으로 경멸감(옳고 그름의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을 갖고 대합니다. 유럽 대륙에서 프랑스의 문화가 대체로 독일권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게 사실 다 이런 배경을 지닙니다. 물론 독일도 괴테 같은 위대한 문호, 베토벤 같은 악성을 배출했지만 사람들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문화에 더 큰 동경을 갖고 그들의 패션, 명품에 열광합니다.
"현 시대의 가장 두드러진 문화적 특징은 초월성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열망이다." 이는 p56에서 앤드류 델팡코 교수의 말로 인용되는 구절입니다. 물론 초월성은 미학보다는 종교성과 더 자주 연결되나, 설령 종교라고 해도 좌뇌보다는 우뇌와 더 깊이 연관되었다고 볼 수 있죠. 책에서 저자는 "이미 전기가 보편적 서비스로서 공급되는 마당에 사람들은 여전히 양초를 수요한다"는 말로 우뇌의 영원한 갈증을 표현합니다.
그러면 우뇌는 예술가 집단에서만 주로 소용되는 걸까요? 저자는 "다행스럽게도" 그렇지는 않다고 말합니다(p85). 솜씨가 서투른 프로그래머는 매뉴얼을 보고 더듬더둠 작업을 행하며 그 결과물에는 어떤 자연스러움이 없는 짜깁기의 서투름이 배어납니다. 이게 어설픈 좌뇌 위주의 성과물입니다. 반면 우뇌를 잘 활용하는 프로그래머는 남들이 잘 생각지 못하는 기발한 구조의 작품을 쉽게 빚어냅니다. 부분보다는 전체를 통찰하는 능력인데, 마치 스티브 잡스가 연결의 천재로서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테크놀로지를 모으고 모아 아이폰을 만들어 낸 것이나 비슷합니다. 잡스 자신은 사실 엔지니어라고 보기 힘든 경력이었지만 말입니다.
"조직 내 스토리 텔링"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 스티브 데닝은 변호사였다가 나중에 세계은행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p137)이라는데 그는 스스로 말하길 좌뇌형 인간이었고 대부분 조직에서 (단견으로) 선호되는 유형이었지만 한 번의 좌천을 겪고 나서 "스토리"에 대한 일종의 각성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가 깨우친 바는 확실히 시대를 앞서간 것이어서 그 자신도 여러 조직에서 승승장구했거니와 지금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스토리"를 뭔가 내세워야 성공하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이 역시 좌뇌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고 방식이고 그 결과물이 작용하는 영역입니다.
병원, 의학하고 스토리는 전혀 무관하게 여기기 쉽지만 사실 가정의가 점점 강조되는 추세라든가 의료체제의 개편 역시 개인과 밀착한 치료를 중요시하는 방향입니다. 개인의 병력을 고려치 않고 무작정 겉보기에 따라 대증요법만 계속한다면 그 환자의 병이 나을 리가 없습니다. 원인을 치료하고 나아가 환자의 마음을 낫우려면 "스토리"의 접근을 등한히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스토리는 곧 우리 자신이다(p148)." 별 것 아닌 듯해도 몇 개의 스토리로 깔끔히 정리되지 못하는 삶은 그게 제대로 산 삶이라 보기 힘듭니다.
"남이 생각하지 못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능력(p164)" 역시 우뇌의 주요 기능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능력(p171)"이며 "생활윤리이기도 한 공감능력(p182)"이기도 합니다. 흔히 가식으로 웃을 때 팬암의 미소라는 표현을 쓰는데, 오래 전 신경학자 뒤셴 드불로뉴는 반대로 진심으로 웃을 때 어떤 근육이 쓰이는지를 발견(p183)한 사람입니다. p184에는 바로 저자 자신의 두 사진을 두고 어떤 것이 진심으로 웃는 사진인지를 맞혀 보라는 문제가 있는데, 답은 누구나 쉽게 고를 수 있으리라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유머를 사용할 수 있는 재능은 높은 감성지수를 갖고 있음을 나타낸다(p215)." 사실 웃음이야말로 고맥락 반응이어서 남을 웃기는 시도이건 남의 유머에 반응하는 것이든 어느 정도의 지능을 필요로 합니다. 지능이 떨어지고 심성이 비틀린 자는 건강하지 못한 상황에서만 웃으며, 문학 작품 등에 나오는 고맥락 유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유머인지 자체를 파악 못합니다. 이런 유머를 도리어 유치하다고 그 나름 단죄까지 하는데 지능만 떨어질 뿐이 아니라 성품이 근본에서부터 잘못된 인간일 가능성이 크죠.
"정신적인 가치가 우리의 삶을 향상시킨다." 당연한 언명이긴 하지만 많은 이들은 특히 현대에 들어 일차원적인 물질주의에만 탐닉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실용적이고 현실 감각이 뛰어나다고 큰 착각에 빠져 합리화하죠. 우연하고 우아한 가치를 추구하고 그로부터 만족을 얻으려면 우뇌 위주의 사고가 체질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요구되는 건 자아성찰과 올바른 미의식의 함양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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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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