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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글쓴이
안병은 저
한길사
평균
별점9.1 (7)
재은

정신질환자들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위하여 필요한 것 : 열린 사회와 열린 마음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갖는 함의는 우리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어떤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가령 입원이 최고의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정신병원 입원에 대해 우리가 가진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나 역시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입원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뉴스에 나오는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 사건들을 보다 보니 나에게도 그들은 '격리가 필요한 대상'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과는 달리 살인과 같은 중범죄에서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이며 주변인들의 강요와 배제로 무작정 이루어지는 입원은 조현병을 치료하기는커녕 폭력사건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원이 아니고서도 충분히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병을 이겨낼 힘이 있으며 이들은 치료의 대상이지 격리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고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병은 작가는 현재 우리 사회 내에서 두려움과 기피의 대상이 되는 정신질환자들이 잘 치료받고 질환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힘 모두가 작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나는 국가의 지원이다. 수용 중심의 정신병원보다는 탈수용화를 지향하며 정신건강센터와 같이 정신질환자들이 사회 내에서 그들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간 단계의 시설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적 개선과 함께 정신질환자가 아닌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데,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사회적 지원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국가가 나서서 정신질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개개인이 이들을 '비정상'으로 취급하고 배척, 차별한다면 그들은 또 다시 고통을 겪으며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것을 이룰 수 있을까. 에세이를 덮고 나서 얻은 이에 대한 답은 인식의 전환이란 병원과 우리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라는 것이다. 그들이 아픈 사람이라기보다는 무서운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 상황에서 이 사람들도 사람이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가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닫혀 있는 정신병동들의 문을, 그리고 우리들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병원 속에만 그들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병원 문을 열어서 그들이 충분히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환경을 조성해야 정신질환자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익숙한 존재가 될 수 있고, 그들이 일상에 녹아들 때에야 비로소 차별과 편견이 깨질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이상주의적인 해결방안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유치원에서부터 정신적, 신체적 질환을 앓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실제로 선진국들의 교육에서 볼 수 있는 교실의 모습이기도 하다)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정신질환자들과 공존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어서도 이들을 함께 살아갈 사람들로 인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와의 공존을 위하여

작가는 정신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자신 역시 어릴 때는 ADHD를 경험했던 아이였다고 고백한다. 그는 자신을 이단아 취급하지 않고 자신의 특성에 맞춰 대해준 한 선생님으로 인해 자신이 겪었던 증상들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정신질환에 대한 고백과 의사로서의 경험담들이 담긴 이 에세이를 읽으며 내가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지 않았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정신질환자들이 처한 의료 현실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기도 했지만, 이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던 독자로서 작가의 이 말이 가장 와닿았던 것 같다. 무언가를 이상하고 비정상적이라고 여기는 의식 자체가 비정상일 수도 있지 않을까를 의심해보게 되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의 첫걸음은 무언가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짓는 흑백논리를 타파하는 것이 아닐까.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을 더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숨김없이 자신의 아픔을 드러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각고의 노력을 통해 정신질환자들과의 공존을 만들어나가려는 안병은 의사의 혁명이 담긴 기록이며, 이들에 대한 냉대와 배제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에세이이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정신질환자들과 관련하여 아직 정상과 비정상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더 많은 독자들이 이 에세이를 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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