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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igail
- 작성일
- 2020.12.23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 글쓴이
- 메리 파이퍼 저
티라미수 더북
메리 파이퍼는 작가이자 심리치료사이다. 그녀는 심리치료사로 일하다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작가의 길을 44살 때 시작했다. 그녀의 다른 저서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이유는 나도 그녀처럼 심리상담을 공부했고, 심리상담을 공부하면서 독서와 글쓰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심리치료사와 작가의 작업이 참 닮았다고 말한다. 둘 다 기초작업이 중요하다는 점(무엇이 안 그렇겠냐만은), 공감을 통해 독자(내담자)와 글(상담자)가 정서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점, 모든 과정은 세심한 관찰로부터 시작된다는 점 등등.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메리 파이퍼 <출처: 구글 이미지>
초원을 뒤로 한 채 미소 짓는 메리 파이퍼의 모습은 그녀의 글을 빼닮았다. 파이퍼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심리치료사에서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 작가가 된 후 글쓰기 작업을 어떻게 지속하고 있는 지 디테일한 노하우들을 아낌없이 공유한다. 그녀는 독자들에게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세요. 그리고 나답게 쓰세요!"라고 목소리를 낸다. 그녀가 책에서 많은 목소리를 냈지만 내가 유독 그 목소리를 크게 들은 것일 수도 있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 "나답게 쓰기".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이야기, 지금의 당신을 있게 한 당신의 역사를 쓰기 바란다.
스스로를 더 깊이 탐구할수록 위대하고 보편적인 인류 공통의 이야기와
당신의 이야기가 만나는 길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p.89)"
"상대적 진실은 파도다. 절대적 진실은 바다다.
좋은 에세이를 쓰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진실의 파도가 진실의 바다에서 떠난 일부임을 깨닫는다. 에세이는 개인의 평범한 일상을 더 큰 사회적 사건과 연결시킨다.
에세이는 자신의 삶을 타인이 깨달음을 얻는 순간으로 치환한다.
그래서 때로 독자를 위해 이야기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작은 사건으로 거대하고 복잡한 담론을 구현할 수도 있다.
에세이는 우리가 얻은 깨달음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보내는 초대장이다(p.263~264)."
이 책을 통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13년간 전문직 워킹맘으로 살아왔다. 그러다가 40살이 넘어서야 심리상담 공부를 시작했고 내담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런 나의 스토리는 분명 나만의 고유한 것이다. 이런 나의 경험을 얘기하는 것만으로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파이퍼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글감은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구체적인 묘사는 힘을 가진다는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내 일상 경험들을 내적으로 관찰해 보니 얼마 전 큰 아들과의 일화가 생각났다.
올해 여름, <엄마가 늘 여기 있을께> 저자 권경인 교수님의 집단상담에 참가하면서, 내 안에 아직도 엄마에게 인정 받지 못했다는 상처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엄마를 사랑했고, 엄마에게 인정 받고 싶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린 내가 선택한 방법은 공부였다. 학창 시절 치열하게 공부했지만 내 공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엄마의 인정이었다. 중학교 때 중간고사를 생각보다 잘 보지 못했을 때 나는 목놓아 울었다. 친구들이 너 왜 우냐고 물어봤을 때 "우리 엄마가 너무 실망할 것 같아. 미치겠어." 엄마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미칠 것 같았던 그 때의 내가 너무 안타깝다. 집단상담 내내 나는 내 상처에 부르짖었고 참 많이 울었다.
집단상담이 끝나고 중학생 큰 아들을 데리러 갔다. 평소와 다르게 아들의 모습 속에서 엄마를 실망시킬 까봐 전전긍긍하며 공부했던 내 모습이 겹쳐졌다. 그리고 아들에게 묻는 건지, 어린 시절 나에게 묻는 건지 모를 질문을 했다. "~야, 너 공부하느라 진짜 많이 힘들지?". 어느 하나 특별한 것도 없는 이 질문을 하며 나는 눈물을 흘렸다. 영문 모르는 아들은 "네. 정말 힘들어요...근데 엄마 왜 울어요?" 라고 되묻는다. "엄마도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느라 참 힘들었는데...그 때 힘들었던 게 생각났어. 그런데 그 힘든 걸 네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아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은 달랐다. 아들은 엄마의 공감을 받고 "엄마, 저 게임 아이템 하나 사도 되요?"라고 묻는다. 아직도 천진난만한 우리 아들이 참 좋다. 평소의 나 같으면 바로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그 때 나는 흔쾌히 게임 아이템 지름을 허락했다.
아직은 글로 잘 표현하고 전달하기가 어렵지만, 그 때 내가 아들에게 건넨 '공감'은 찐 공감이었다. 상담을 배우며 공감이 참 어렵다고 느꼈는데, 내가 나의 고통에 공감하고 난 후에야 아들에게 진짜 공감을 건넬 수 있었다. 공감에 성공했던 몇 안되는 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공감에 실패하고 만다. 나는 공감에 실패하는 엄마들, 상담자들에게 나의 진심 어린 공감을 건넬 수 있다. 그럼에도 다시 공감을 복구하려고 노력하는 나와 같은 엄마들, 상담자들의 노력에 다시 한번 공감한다. 공감의 실패를 인정하고, 공감의 능력을 복구하기. 이 주제가 내 개인적 경험을 통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공적 영역으로 치환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믿는다.
메리 파이퍼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도 그녀처럼 내 목소리를 찾고 싶다. 나다운 글쓰기를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우선 써야 하고, 읽어야 한다. 읽고 쓰는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 나는 날마다 변화하고 싶고, 세상의 변화에 1mm라고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변화는 사적인 경험에 공적인 정당성이 부여됐다고 마음 깊이 느낄 때 일어난다
간디(p.261)"
메리 파이퍼가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나에게 잘 전달되었다. 일부 내용에서 미국 문화와 문학적 표현들이 종종 등장하면서 공감이 잘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번역에서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나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통해 나의 글쓰기 생활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그녀는 나의 삶을 1mm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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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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