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설은 이름이 길어서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에 앞머리에 등장인물을 소개해주는 페이지를 가끔 볼 수 있다.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는데 있어서 이것을 참고하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책에 한해서는 그것을 보지 않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소설에 비하면 등장인물의 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인물 소개의 도움없이도 작품을 즐기는 데 지장이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중에 적힌 한 사람의 소개 내용이 이 작품에 담긴 극적인 장면을 미리 엿보는 마음을 가지게 할 수 있어서 막상 그 장면이 왔을 때 온전한 충격을 다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초반에 나와서 죽은 개와 노인, 그리고 그 노인의 소녀. 이들에겐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고 어떤 인물들과 연결이 되어 있을까. 반대편에서 더 많은 분량으로 펼쳐지는 젊은 남녀 네 명의 이야기들보다 나는 그 소녀의 이야기가 더 끌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