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머금게 하는 장면들을 만나고야 말았다.
줄곧 쓰린 마음으로 지켜봐오던 소녀 넬리 때문이다.
이 세상에 누군가는 절망을 타고나서 절망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중엔 그 절망을 치유받아 행복한 삶을 경험하는 행운을 잡는 사람도 있고 영영 복이란 건 마주쳐보지 못한 채 절망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것이 개인의 다짐이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인생을 이렇게 고단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작품 속에는 사상과 시대적인 내용들이 많이 있어서 다소 지루하고 난해한 부분들이 더러 있지만 이 작품은 그런 부분이 최소화된 느낌이라 읽어가는 흐름을 잘 유지할 수 있었다. 성공한 작품이 아니라는 평가가 있지만 나는 이 작품이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