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

밀크티
- 작성일
- 2021.1.13
디자이너가 마케터로 산다는 건
- 글쓴이
- 장금숙 저
이담북스(이담Books)
이 책은 제목을 보며 호기심이 생겼다. '디자이너'가 '마케터'로 산다는 것에 대한 책이라니 말이다. 그동안 '디자이너'면 '디자이너', '마케터'면 '마케터'라고 따로따로만 생각했지, 그 두 가지를 통합한 길을 걷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더욱 궁금했다.
물건을 잘 파는 디자이너로 살 것인가,
감성이 풍부한 마케터로 살 것인가
이 문장을 보니 이 두 가지가 통합되면 플러스알파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마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워 직업에서 우위를 선점하고자 이 책을 펼쳐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디자이너가 마케터로 산다는 건』을 읽으며 프로 일잘러를 위한 디자인과 마케팅 공존라이프를 엿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장금숙. 식품패키지디자이너를 거쳐 애경산업에서 디자인팀 팀장으로 일하면서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디자인하였고, 같은 회사의 브랜드마케팅팀에서 세탁세제 카테고리의 CM(카테고리 매니저)으로 일했다. 3년간 덴마크에 살면서 북유럽의 우수한 디자인을 한국에 알리는 디자인리포터로 활동하기도 한 저자는 실무디자이너들과 마케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디자인과 브랜드 관련 글을 쓰고 싶어 한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을 통해 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간단한 마케팅 지식과 지난 20여 년간 쌓아온 나만의 디자인노하우와 마케터로 일했던 경험을 쉽고 재미있게 공유하고 싶었다. 또한, 초보 마케터나 마케터를 꿈꾸는 분들에게도 힘들지만 보람되고 가치 있는 유능한 마케터가 되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말라고 응원해 주고 싶었다. ('시작하기 전에' 중에서)
'시작하기 전에'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나는 왜 디자이너의 삶으로 만족하지 못했을까?"라는 제목의 글인데, 이 글을 읽다 보면 저자가 20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어떤 점들이 고민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면서 어떻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갔는지 그 방향을 모색해볼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현실에서 접하는 한계에 불만만 품을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걸어간 길을 널리 알려주면서 말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시작하기 전에 "나는 왜 디자이너의 삶으로 만족하지 못했을까?"를 시작으로, 제1장 '디자이너들에게: 껍데기디자이너라고요? 전 제품 패키지를 디자인합니다', 제2장 '마케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어제까지는 디자이너, 오늘부터는 마케터로 살 수 있을까?', 제3장 '함께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디자이너와 마케터들에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드는 마케터,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드는 디자이너', 제4장 '디자이너와 마케터, 그리고 모든 독자들에게: 우리 인생도 브랜딩이 필요하다'로 이어지며, 이야기를 마치며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언제나 작고 사소한 것들이다"로 마무리된다.
디자이너에 대해 잘 모르고 막연하던 독자로서 이 책을 읽으며 포장디자이너를 직접 만나본 듯 구체적으로 알아가며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왜 1분 만에 버려질 포장지를 몇 달간 디자인하는가?"라는 제목을 보면, '아, 그러게요'라며 현실을 생각해 본다. 소비자로서, 특히 보자마자 뜯어버리는 입장에서 보면 바로 쓰레기가 되는 포장지는 되도록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내가 아는 누군가가 몇 달을 고민해서 얻어낸 작품이라면? 무언가 달리보였다. 수많은 물건들의 디자인과 라벨, 포장 디자인 등이 다르게 다가온다. 거기서부터 생생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난 하루아침에 디자이너의 삶을 포기하고 마케터가 되었다.
마케터의 삶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도전은 언제나 나를 성장시킨다는 믿음 때문에 용기가 생겼다.
마케터가 된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리고 난 성장하고 있는 걸까? (책 속에서)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르다고 생각된 것이 디자이너이자 마케터로 경력을 쌓고 있는 저자의 특별한 이력 때문이었다. 얼마나 살 떨리는 순간이었을까. '어제까지는 디자이너, 오늘부터는 마케터로 살 수 있을까?' 그 질문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수많은 고뇌와 갈등이 담겨 있다. 우연한 기회에 마케팅 업무를 하겠다고 기회가 왔고, 쿨하게 하겠다고 덜퍼덕 답변을 하고 마케팅 일을 하나씩 해나간 것이다. 거기에 대한 한 마디 말이 인상적이다. 어떤 일을 할지 선택할 때에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 일을 잘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일을 정말 좋아할 수 있는가?'이다. (112쪽)
가끔은 물건을 잘 파는 논리적인 디자이너,
미적 감각이 뛰어난 감성적인 마케터에 도전해보자.
세상이 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시작하기 전에 중에서)
특히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니 구체적인 사례가 도움이 된다. 생활용품 디자인을 하면서 조심해야 할 아찔한 일화도 인상적이다. 술에 취한 할아버지 한 분이 주방세제를 몸에 좋은 한방즙 정도로 생각하고 마셔서 응급실로 실려가셨다는 기사다. 술에 취해 눈도 가물가물해서 글자도 잘 안 보이고, 술기운에 맛이 이상한 것도 느끼지 못한 할아버지가 주방세제를 원샷하셨고, 위세척까지 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셨다는 이야기였고, 그 제품은 판매가 중지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캡슐형 세탁세제를 사탕으로 생각하고 먹어서 난 사고가 총 1만 570건이나 접수되었다는 기사도 있다.
제품을 팔고 싶어하는 마케터나,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고 싶은 디자이너의 눈이 아닌, 글자를 잘 읽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눈높이로 내가 만든 제품을 한번 바라보자. 내 제품은 무엇으로 보이는가? 혹시 맛있는 라떼처럼 보이는 섬유유연제나 달콤한 젤리처럼 보이는 세제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153쪽)
이 책에 보면 '디자인과 마케팅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언급한다. 그 말이 정답이다. 둘 중 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에게 나머지 하나가 플러스알파의 효과를 주면서 자신만의 강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용도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디자인과 마케팅은 따로따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통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기에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생생하고 구체적인 경험담을 녹여내어 들려주니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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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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