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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1.1.19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 글쓴이
- 정명섭 저
사계절
작가는 한 강연에서 꾸벅꾸벅 조는 아이를 보며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의 틀에 끼워 맞추기 위해 팬데믹 시기임에도 저 위험한 일상으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나역시 반성해 본다.
세상의 종말을 다루는 작품들을 보면 늘 빠지지 않는 음모론, 이 책 역시 그 음모론을 내세운다. 좀비로 변해가는 세상을 마주한 규빈이 일행과 그 10여년 후 좀비 세상을 피해 천문대에 모여 힘겹게 사투를 벌이며 살아가는 주혁이 일행의 이야기가 교차로 구성되어 있다.
천문대에 숨어지내는 주혁이 일행은 창조자로부터 내려오는 ‘열아홉 살 생일이 되면 천문대를 나가야 한다’는 규칙을 철저히 지키며 삶을 이어간다. 기존의 틀을 지키려는 자와 그 틀을 벗어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충돌은 어느 세상이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주혁은 좀비가 되길 기다리기보다 치료제를 찾아나서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열아홉 살 생일이 되면 좀비로 변해 버리는 아이들과 어느 순간 좀비가 되어버린 어른들까지 좀비의 세상으로 변해 버렸다. 규빈이는 학교에서 친구가 좀비로 변해 다른 친구를 공격하는 장면을 목격하는데 이것이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학교에 가두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군부대로 옮길 생각까지 한다. 그러나 얼마 후 어른들마저 좀비로 변해 버리자 규빈이는 몇몇 친구들과 인적이 뜸한 천문대로 도망친 후 생존을 위해 규칙을 만들기로 한다.
좀비로 변하는 원인이 조금은 설득력이 부족하지만 지금 우리들의 실상을 돌아보면 책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원인도 결과도 오리무중인 팬데믹 일상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학생이니 공부를 해야하고 그것을 숙명인 듯 받아들이는 아이들 역시 안쓰럽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딱히 어떤 대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가 있는 반면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 최소한의 규칙마저 무시하는 이들 역시 존재함을 보며 우리 사회가 누군가의 희생을 밑거름 삼아 지탱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길 빌어본다. 아이들의 일상을 환기시켜 주기에 충분한 작품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이 정해준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나를 위한 기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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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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