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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1.1.22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 글쓴이
- 정명섭 저
사계절
좀처럼 좀비물에 흥미가 없고, 오히려 싫어한다고 얘기하는 것이 맞을 정도였던 내가 이렇게 몰입해서 좀비물을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어쩌면, 이 책은 좀비물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점점 좀비처럼 변해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판타지처럼 반영해 놓은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멍하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모습이 드러난다. 다 같이 모여있지만, 각각의 자그마한 네모화면 속을 들여다보기만 할 뿐 그 어떤 인간의 생동감과 온기를 찾기 힘든 모습들, 수많은 시험과 평가 속에서 핏기 잃은 얼굴에 초점이 흐려진 눈동자를 하고는 머리를 질끈 묶고 참고서를 어깨에 가득 멘 아이들. 그저 어른들이 알려준 일정과 계획 속에 그것을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삶을 사는 모습이 이 책에서 나온 아이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은 어른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단순히 위험성과 그 가능성만을 가지고 아이들을 학교에 가두고 감시하고 더 나아가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다면 제거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단 이런 모습이 이 책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어른으로서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의 말처럼 사회가 혼란스럽고 힘들 때 좀비물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여전히, 아이들은 삶의 의욕이 없고, 과정을 잃고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맹목적으로 훈련받는 좀비와 같다. 휴대폰, 게임을 통해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공격성으로 표출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서로를 비방하고 모욕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타인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와 안위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은연중에 아이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현상은 아이들에게 만연해 있고, 이 현상 역시 어른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 책 속에 좀비가 창궐하고 사회가 파괴되며, 좀비들 사회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만 남은 모습과 다르지 않다. 생존자마저 모두 사라지기 전에 우리는 이 사회를 그리고 아이들을 회복시켜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이 책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존재하듯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제일 오래 만나는 선생님들과 부모님이 그 출발점을 만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시의성과 사회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담아낸 이 책은 재미까지 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무슨 이야기를 해줄지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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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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