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수선화
- 작성일
- 2021.1.26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 글쓴이
- 정명섭 저
사계절
‘글은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얘기할 때 빛이 난다’고 믿는 저자는 대기업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 대중 강연과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고 있다. 역사, 추리, 종말, 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작품을 발표하는 저자는 『유품정리사』, 『어린 만세꾼』, 『상해임시정부』, 『적패』, 『명탐정의 탄생』, 『어쩌다 고양이 탐정』, 『미스 손탁』, 『추락』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다. 한국 미스터리작가모임과 무경계 작가단에서 활동 중이다.
보라색 커버에는 검정색 긴 탑이 세워져 있다. 꼭대기 직사각형 창문에서는 붉은빛이 새어나오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다. 탑 밖에는 두 마리의 검정색 맹금류가 날고 있다. 책을 뒤집으면 “2020년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작가 정명섭의 영어덜트 좀비 소설”이라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열아홉 살 생일이 지나면 좀비가 된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로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고등학생이다.
1장은 폐허가 된 도시에서 민섭과 주혁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마트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2장은 아직 도시가 폐허가 되기 전의 상황으로,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규빈과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매사에 옳은 소리만 하는 시아가 학교에 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그날 학교에서는 전교 1등을 도맡아 맡던 민욱이가 좀비가 되어 친구의 얼굴을 물어뜯는 일이 발생한다. 3장에서 민섭이는 열아홉 살 생일이 되는 날 새벽에 일어나 보금자리인 천문대(집)를 떠난다. 최초의 전수자가 만들어서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모두가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4장은 다시 과거의 이야기다. 전국에서 청소년들이 좀비가 되어 사망자가 속출하자 시민들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피해다니고 위험하다고 여기 공공시설에서 쫓아내기도 한다. 정부에서는 학생들이 공부할 때 즐겨 마시는 ‘봉봉주스’에 들어가는 각성제 코티놀이 좀비가 되는 원인이라 판단한다. 결국 학생들을 학교로 모아 격리시키는 상황을 담았다. 5장에서는 전수자 아로가 주혁에게 이곳이 생겨나게 된 이유와 상황에 대해 들려준다. 이곳을 만든 창조자는 다양한 규칙을 만들고 전수자에게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떠났다고 했다. 전수자로 지명된 사람은 생존에 필요한 일은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한글과 역사, 이곳에서 죽거나 떠난 사람들을 기억해야 했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교육하는 것도 전수자의 일이다. 6장은 학교에 수용된 규빈과 아이들이 탈출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탈출한 규빈과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책을 읽으며 2020년 코로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곳곳에서 격리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백신을 기다리는 지금, 이 소설이 더 와닿는다. 강연을 나간 학교에서 한 학생이 꾸벅거리며 조는 모습을 보고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학교에 와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한 번도 깨어나지 않고 책상 위에 엎드려 자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영웅 영화에서 나오는, 세상을 자기 뜻대로 바꾸려고 하는 악당의 이야기와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를 지배하기 위한 한 사업가의 계획이라는 현실 속 뜬소문으로 현실과 소설 속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하다. 좀비 영화나 소설에 관심이 있거나 음모론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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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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