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이야기

희망직장인
- 작성일
- 2021.1.28
사람의 씨앗
- 글쓴이
- 전호근 저
메멘토
주변사람들을 통해 사람사는 길을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다.
같은 모습을 보면서도 느끼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 보는 시야를 넓혀야 사람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전호근> 교수의 <사람의 씨앗> (메멘토 펴냄>은 '백양사 가는 길'에서 버스기사와 촌로에게서 깨달은 것 처럼 금방은 '두시간', 다 온건 '한 시간' 그래서 교수님은 자신의 안에 내재되어 있는 시간을 조정하고 공부와 살아가는 법도 함께 배워 비빔밥처럼 삶에도 맛이 있다면 '천천히'해야 누린다고 말하고 있는 것 처럼 조금은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지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백양사 가는 길에 버스기사에게 얼마나 걸릴까요 묻자 '금방 간다'는 대답을 듣고 한 시간이 지나 옆에 있는 노인에게 다시 묻자 '다 왔다.라는 대답을 들은 후 1시간이나 더 달려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찾은 식당에서 비빔밥을 시키고 허기에 냉수를 벌컥 마시자 식당 주인이 비빔밥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드시게'는 말을 듣고 한 숱갈을 입에 넣는 순간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맛을 느꼈다고 합니다. 공부와 삶에도 맛이란 게 있다면 모름지기 '천천히'해야 누릴 수 있다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진데.
교수님은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면 냉큼 달려가 붙잡는 것이 인간이다'라고 말합니다.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에게 과자를 건네던 어린아이, 가게에서 커피를 타주면서 돈을 받을 수 없다던 할머니, 불길을 뚫고 장애인을 구출해낸 강릉의 세 청년 이야기 등 이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배웠다고 말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고전인문학과 영화, 그림, 다양한 책으로 이어가고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고, 양지만을 바라보고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겹고 행복과는 먼 길이 아닐까요? 교수님의 이야기에서 조금 흠이 있어도 괜찮고 일등만을 추구하는 것이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꼬리 그을린 거문고' 이야기는 세상살아가는 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중국 삼국시대의 유학자 채옹은 음률에 밝았다.
어느 겨울날 그가 강남의 한 여관에서 투숙했을 때의 일이다. 여과 주인이 방을 덥히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었는….
채옹은 잠결에 타다닥거리는 나무 타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나무 타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그는 잠옷 차림으로 주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아궁이에서 막 타오르기 시작하던 커다란 나무 둥치를 꺼냈다.
채옹이 이 나무로 거문고를 만들어 연주했더니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채옹은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거문고에는 옥에 티라 할 흠이 있었다. 한쪽 끝에 불에 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채옹은 못내 아쉬웠지만 그 부분을 깍아내면 틀림없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 못할 터라 그대로 둘 구밖에 없었다.
더러 사람들이 거문고의 흠을 지적하며 좋은 물건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채옹은 이렇게 말했다.
"이 거문고의 이름은 초미금(초미금), 그러니까 꼬리 그을린 거문고라는 뜻이지. 이 거문고의 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이 흠이 있어서라네."
채옹은 거문고의 결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아름다운 거문고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찌 거문고분이겠는가. 사람 또한 그러하다. 자신의 결함이나 상처를 숨길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아름다운 인격에 가까워질 수 있는 법이다.
- 꼬리 그을린 거문고 -
자녀를 두고 있거나 주변 사람들을 바라볼 때 정신이 번쩍 나는 이야기도 있다. <오지 않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마음에 쏙 든다. 학교 축제 기간에 강의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의 사연은 신종독감에 걸려 친구들에게 옮길까 봐 결석한 학생은 거룩한 학생이고, 학과 대표로 뽑혀 축구 시합에 나가 경기에서 진 학생에게는 축구에 인저리 타임이 있는 것처럼 내 강의에도 인저리 타임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게임을 하느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 학생에게는 솔직한 학생이라고 칭찬을, 공연티켓에 당첨되어 <레 미제라블> 뮤지컬을 보러 갔다는 학생에게는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병무청 신체검사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학생은 국가가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일등 이야기를 열심히 퍼 나르지만 일등 이야기는 재 없다. 꼴찌 이야기는 사연이 다 다르기 때문에 재미있다. "일등들은 꼴찌들 앞에 겸손해야한다. 그들은 단지 당신들처럼 모든 것을 던지지 않았을 뿐이다. 당신들이 던저버린 것들 중에, 그리고 꼴찌들이 던지지 않은 것 중에, 혹 던지지 말아야 할 무엇이 있는지 어찌 알겠는가"라는 교수님의 이야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조금은 느리게, 흠이 있어도 괜찮고, 돈이 조금 있어도 개의치 않는 삶, 너무도 빠르게만 그리고 많이 얻고자 내 몸에 어울리지 않게 달려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참 좋다. 그래서 고전이 필요하고 좋다는 것을 함께 깨닫게 된다.
남보다 빨리 움직여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다. 장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메아리가 싫다고 큰 소리를 지르면 더 시끄러운 소리로 되돌아오고, 그림자가 싫다고 더 빨리 달리면 그림자도 더 빨리 따라오는 법이다. 삶은 정지한 순간이 많을수록 풍요로워지는 법이다. - 느림에 관하여 중에서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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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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