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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hofrog
- 작성일
- 2021.2.1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 글쓴이
- 정명섭 저
사계절
한때 청소년이었던 내가 꿈꾸는 진정한 어른이란
-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정명섭)를 읽고 -
나는 좀비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작가가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좀비는 세상의 멸망과 같은 참담하고 허무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좀비물이 그렇듯 이 책에서 보여주는 소수의 인간의 보여주는 희망과 삶에 대한 끈질긴 투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간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 점이 좀비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인다. 게다가 이 작품은 희망과 감동을 주는 그 인간이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모르겠다. 우리가 언제 뭘 결정하기라도 했냐?”
고등학생들이 좀비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어른들이 학생들을 학교에 모두 격리시켜 버리자, 주인공들이 쏟아낸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이다.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자치, 민주시민교육 등과 같은 이름으로 학생들의 참여와 자율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이지만 그것마저 고3이 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 같다. 어쨌든 한국의 입시 시스템에서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 책상 위의 문제집 한 장을 더 풀기 위해 끙끙대느라 자신의 미래를 좀 더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작품 속 주인공들의 모습 또한 안타까웠다. 학생의 본분이라고 ‘생각했던’ 공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인물들이 오히려 더 강하고 현명하고 용감한 모습을 보여준다. 교사로서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고 그동안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는 지점이었다.
규빈이는 왜 다시 천문대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천문대에서 ‘창조자’로 불리는 규빈이는 첫 번째 규칙에 따라 천문대를 자발적으로 나왔을 테지만 좀비로 변하지 않았다. 좀비로 변했다가 치료를 받은 것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는 다시 천문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위험 때문에 그랬을 수 있지만, 천문대의 아이들이 그들의 규칙에 따라 잘 살아남으리라는 믿음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끝까지 아이들을 위해 자신은 무사할 것이라는 규빈이의 모습에서 진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그들이 혼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지레 판단하고 청소년들을 통제하고 간섭하려고 한다. 그렇게 홀로서기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그들이 성인이 되면 이제는 알아서 다 하라고 한다. 참 어른들 편하자고 하는 방식이다. 규빈이가 천문대의 아이들이 자기 힘으로 살아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끝까지 믿음을 주는 것처럼 우리 어른들도 그래야하지 않을까?
추리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답게 이 작품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말 그대로 서사의 흡인력이 대단하다. 인물들이 위기에 빠지고 이를 모면하는 방식이 비슷비슷하지만 좀비물이니 어쩔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사건이 반복되어도 흥미진진하다.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재미있게 잘 읽을 것 같아서, 교사로서 이 책을 만난 게 반가웠다. 이 책을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읽으면 어떨까? 청소년 독자가 자신들과 같은 인물들이 펼치는 처절한 투쟁과 긴장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할 것인지 궁금해졌다. 또한 치료제라는 희망을 던져주고 끝나는 열린 서사가 책대화의 묘미를 더해줄 것 같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다뤄보고 싶은 책 목록에 추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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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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