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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마루
- 작성일
- 2021.2.7
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 글쓴이
- 설운영 저
센세이션
조현병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그게 뭔지 잘 몰랐다. 이 책을 보니 그건 예전에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증상에 대한 새로운 이름이다.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는 소리가 매끄럽지 않다. 그런 의미로 조현병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괜찮은 것 같다.
이 책은 조현병 아들을 둔 아버지의 20년 간호-재활 극복기이다.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인데, 그건 많지 않은 분량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손을 떼기 어려운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부분은 어려운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중간에 멈출 수 없다. 정신병원의 육중한 철문처럼 어둡고 침울한 기운에 짓눌리게 된다. 조현병을 겪는 이와 그 가족에게는 그 고통이 너무나도 크다. 자기 자신이나 가족을 죽이려 하기도 한다. 그게 우리에게도 피할 수 없이 전해진다.
반드시 뒷부분을 읽어가며 희망의 빛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좀 편해질 수 있다. 물론 우리 사회의 답답한 현실을 떠올리면 다시 답답해지긴 하지만..
읽어보니 조현병의 치유 방안은 크게 3가지다. 노동, 마을, 자연. 이 세 가지가 있으면 조현병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약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건 빼자. 약이 있어도 이 세 가지가 없으면 회복되기 어렵고, 약이 없어도 이 세 가지가 있으면 조현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
노동은 땀 흘리기다. 몸 써서 일하는 것이 좋은데, 농사 같은 게 참 좋다. 자연에서 땀 흘리며 이웃과 함께 노동한다면 더욱 좋고. 저자의 아들은 헬스를 했는데 이 역시 좋은 선택이다.
마을은 이웃, 사회적 시선과도 같다. 핀란드에서는 정신질환이 발견되면 가족과 친척, 이웃을 다 불러서 함께 상황을 논의한다. 이게 바로 마을공동체다. 부럽다. 우리 사회는 안타깝게도 이러한 관계망이 깨져 있다.
사회적 시선이 아주 중요한데, 약 먹고 회복했어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자신감 잃고 다시 도지게 된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어디가서 그 상황을 말할 수도 없다.
책에서는 헬스장 관장이 아들을 품어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아 눈물이 났다. 그런 존재가 꼭 필요하다. 그런 사랑이 있기 때문에 아들이 회복될 수 있었다.
자연은 생태적 감수성의 회복이다. 사람들만 북적이는 세상과 다르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저자도 아들과 함께 자연의 생명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차츰 회복해갔다. 자연은 위대하다. 치유의 힘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것과 다 멀어진 우리 사회라는 점이다. 옆집에 사는 이가 누군지도 모르고, 대화도 하지 않는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으로 소통하며, 직접 얼굴 마주하는 게 줄어들었다. 노동을 해도 땀 흘리는 게 없다. 생태적 환경이나 농촌과도 거리가 멀다.
이러한 상황이니 조현병은 점차 더 늘어날 것이다. 병은 개인에게 발생하는 것이지만 그 원인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있다. 그렇기에 조현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이 문제를 함께 풀지 못하면 우리 사회 전체가 조현병을 겪는다.
이 책은 그 어둡고 괴로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아버지의 글이다. 내공이 얕지 않다. 학자가 아니고 학위가 없어도 상관없다. 짧게 인용되어도 그 말에 묵직한 힘이 있다. 관념으로만 깔짝거리는 게 아니라 삶의 구원을 위해 몸부림친 공부이기에 그렇다.
특히 치유공동체를 만들어 학교를 이끌어 가시는데 무척 아름답고 바람직하다. 사실 저자 입장에서는 이럴 수밖에 없는, 자연스런 귀결이었을지 모른다. 온 시간과 돈, 에너지를 여기에 집중해야 했으니까. 지금도 끝없는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울부짖는 이들이 있다는 걸 절절히 아시니까.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 있다면, 어떻게든 이 책이 연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거다. 작고 얇지만 그 어느 것보다 강력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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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