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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e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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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속으로
글쓴이
원도 저
이후진프레스
평균
별점9.1 (29)
mate3416



 



https://blog.naver.com/mate3416/222236464854



<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 것들이 말이야.”



 



지겹다. 지긋지긋하다. 언제까지, 얼마나 더 들어야 하는지 갑갑하다. 기분 나빠서가 아니다. 앞 뒤 사연 뚝 자르고 저렇게 말해버리면 나는 눈을 감아버린다. 화자는 들을 마음이 없고 청자는 모멸의 똥통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혹시 세금충 항체파는 데 있으면 내게도 좀 알려달라.



만약 항체가 여유 있다면 경찰관 한 명도 데려갈 생각이다. 밥 먹고 사는 일에 생각 많은 이 경찰관은 지금 초심상실증을 앓고 있는 중이다. 나쁜 맘먹기 전에 주사 한 방이 꼭 필요하다.



 



경찰관 속으로를 쓴 원도는 자신의 책을 초심을 잃어가는 기록이라 소개한다. 경찰이 되려고 공들여 준비했다는데, 경찰이 되어 가슴 벅찼을 텐데, 진짜 멋진 경찰이 되자고 다짐했을 텐데 이제 3년이 되었다는 그는 자부심 아닌 자괴감을, 정의감 대신 냉소를 쌓아가고 있다. 십여 년 더 오래 밥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푸념인 것도 같고 다짐 같기도 한 그의 글을 여러 번의 끄덕임과 안타까움으로 읽었다.



 



 



살면서 112에 신고를 해본 적이 없다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시청이나 구청은 물론 주민센터에도 전화를 걸거나 찾아갈 일이 딱히 없었다. 공무원 15. 이만큼 했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이 다 나 같지는 않구나매번 놀라움으로 깨닫는 중이다.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증명을 낱낱이 짚으려 굳이 면사무소를 찾아오는 수고를 들이는 사람, 본인의 이름은 알려줄 수는 없고 돈과 밥과 국과 반찬을 현관 앞에 두고 가라는 사람, 개인적 용도의 팩스를 그쪽으로 보내놨으니까 잘 보관하고 있으라는 사람, 묘지 개장을 할 건데 어느 업체가 잘하느냐는 전화를 재택근무 중인 직원에게 밤 11시에 거는 사람, 자기 전화번호를 왜 모르냐는 사람



그래도 경찰은 좀 다르지 않을까? 경찰인데? 아닌가보다. 내가 낸 세금으로 산거니까 커피 한 잔 내오라는 사람, 200장의 종이뭉치를 복사를 해달라는 사람, 야간근무 중 굳은 허리를 펴는 경찰을 보며 한가하니 신세 좋다는 비난을 건네는 사람, 일일이 사례를 들지 않아도 속이 꽉 막혀오는 주취자들



정말이지 궁금하다. 진정 우리가 세금으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우리가 하는 일에 세금을 쓰는 게 아까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나라 돌아가는 꼴과 먹고 사는 고단에 대한 화를 받는 것 또한 우리의 당연한 업무라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비아냥과 고성, 막무가내와 삿대질의 마일리지는 오늘도 두둑하다.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벌레로 명명되고 미움을 받는 것은 억울하지만 많이 과하지 않다면 그냥 넘긴다.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마음소모가 너무 크기도 하고, 화나고 비꼬고 싶은 마음을 알겠어서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사과하고 최대한 빠르고 정확히 복구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벌레가 아니다.



하지만 국가가 세금을 들여 나를 고용한 까닭을 난센스로 만들어버리는 상황, 이를테면 에 반하거나 를 위한 일, 이라 하면서 어딘가 떳떳치 못한 방법, 이게 진짜 일까 의심스러운 일, 이런 식이라면 대체 일을 하라는 것인지 눈치껏 하다 말라는 것인지 스스로 비웃음 흘리는 상황 같은 것들은 그냥 넘길 수가 없다. 그 패배감을 숨 쉬듯 체화하거나 흘려보낼 수가 없다. 내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혼자 핏대라도 세워야 그 날을 넘길 수 있다.



 



저자는 더할 것이다. 경찰이지 않은가. 정의를 지켜내는 사람이잖은가. ‘너 자꾸 그러면 경찰한테 잡아가라 그런다!’는 소리를 들으며 떼쓰는 아이 옆을 어색하게 지나가는 것 말고 진짜 멋진 일을 해야하는 경찰이지 않은가. 팬티 바람에 여자를 겁박하고, 전자발찌를 보이며 벌금을 못 내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자해와 절도로 지인을 집요하게 협박하고, 남편 될 사람 하나를 믿고 자신의 모든 생을 짊어지고 타국으로 온 여인을 목숨이 끊어지도록 때리는 이들 앞에서 그저 서 있기만 해야하는 경찰의 속이 어떨지. 바르고 안전한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하는경찰이 아니라 하지 않아야 하는경찰이라니. 짐작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너무나 크다.



 



경찰교육을 받을 때 총알이 비싸 딱 한 번만 쏴볼 수 있었다는 경험담은 은퇴한 경찰의 낡은 옛이야기가 아니다. 3년 된 이 경찰의 고백이다. 총을 쐈다가 범인이 다치면 민사, 형사상 책임을 경찰 혼자 져야하는, 그래서 이 나라의 경찰들은 총은 쏘는 게 아니라 던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새로운 지식으로 얻으며 내가 겪은 경찰들을 떠올려봤다.



경찰을 세상 멋진 사람들로 알던 나의 큰꼬마가 어렸을 때, 쓰고 있던 우산을 던지고 빗속의 경찰차를 뒤쫓아 달리던 녀석을 위해 차를 세워 문을 열고 신세계를 보여주던 경찰을 기억한다. 그림책에서만 보던 파출소가 궁금해 기웃거리던 우리에게 들어와서 보라며 활짝 문을 열어주던 경찰도 있었다. 알콜중독자와 치매노인의 지난한 한풀이에 대답해가며 집까지 바래다주던 경찰들에게 건넬 수 있는 게 감사하다는 말 뿐이어서 미안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이 좀 더 강한 일들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수십 명이 시청 안에 들어와 말도 안 되는 농성을 부릴 때 혹여 그들과 몸이 닿을까 저 멀리 서 있던 경찰들의 모습을 부러 모른 척 하던 날, 내 신세도 그들의 신세도 참 보잘 것 없어 우리가 루저네요.’ 쓴웃음을 지었었다.



 



내 비록 아주 작은 도시의 일개 공무원이지만 이렇게 종종 공권력에 관한 생각을 한다. ‘공무원이 처벌받아야 할 때는 본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 아닌가? 그것을 다하려 할 때 신분상의 피해를 두려워하거나 감수해야 한다는 게 맞는 것일까? 공권력이 보호하고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같은, 정말이지 아주 쉬운 이 점부터 명확히 규정해야 하지 않나 마음이 무겁다.



 



 



품고 있는 과거가 너무 많으면 현재를 기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문장으로 책을 마무리 짓는 저자에게 그렇다고 해서 선별적으로, 선택한 것들만 기억하고 저장하지는 말자고 당부하고 싶다. 제도와 예산은 공무원들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공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지 못하고 우리는 어느 직업의 누구와도 마찬가지로 유약한 사람들이니 상황을 따라 어떤 것만을 선택해 기억한다면, 혹은 무엇도 남기지 않고 텅하니 비워만 놓는다면 그땐 진정 초심을 잃을 수도 있다고, 그러니 초심을 읽어가는 자신을 이 기록처럼 생생히 감각해야 한다고 그에게도 나에게도 단단히 일러주고 싶다.



 



올 해 고3이 된 내 사촌동생은 경찰이 되기 위해 공부 중이다. 대학은 가지 않기로 했단다. 좋은 경찰이 되는 데 대학생활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 판단한 듯하다. 씩씩하고 명랑한 이 친구가 푸릇한 마음으로 꿈꾸던 경찰이 되어 멋진 제복을 입었을 때 이 나라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말 안 듣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더럽게) 말 안 듣는 어른을 혼쭐내주고, 꼬마들에게 그래, 경찰은 정말 세상 멋진 사람들이란다!’ 자랑할 수 있는 경찰로 살아갈 수 있기를.



 



검찰의 권한 일부가 경찰에게로 갔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경찰에게 주어진 범위도 달라졌다. 우리 일상에 볼품없이 흩어져있는 정의를 모으고 만져 바르게 잡아주는 사람이 경찰이기를 소망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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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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