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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맘
- 작성일
- 2021.2.14
어른의 교양
- 글쓴이
- 천영준 저
21세기북스
어른의 교양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천영준
기술정책학자. 현재 기업의 홍보와 위기관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기술과 사회정책 그리고 정치와 관련된 글을 쓰고 활동해왔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및 교육학(학사), 정보산업공학(석사), 과학기술정책(박사)을 전공하고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주로 빅 데이터, 디지털 경제, 조직 혁신 등을 주제로 《기술 예측과 사회 변화(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 《개인 및 유비쿼터스 컴퓨팅(Personal and Ubiquitous Computing)》과 같은 국제 저널에 논문을 발표해왔다.
데이터와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다 ‘인간주의’라는 개념에 천착하게 되었고, 사람의 인식과 행동 본질에 관련된 옛사람들의 연구를 추적하기 위해 고전 원문 읽기를 시작했다. 『논어(論語)』와 『군주론(Il Principe)』, 셰익스피어 희·비극 등의 텍스트를 탐독함과 동시에 깊은 성찰을 통한 치유, 중심 잡기, 홀로서기와 관련된 지성인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 진정한 근대가 찾아오지 않았다고 보며, 제대로 된 근대인의 모티브를 찾기 위한 인물 분석 작업도 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매일경제》 《데일리한국》에 전문가 칼럼을 연재했고, 주요 기업의 사장단 회의 및 고위자 과정 등에서 강의했다. 《시사저널》 《지구와 에너지》에 리더십과 인문 고전, 갈등 관리와 관련된 글을 쓴다. 저서로 『바흐, 혁신을 말하다』와 『기술경영(공저)』 등이 있다.
[예스24 제공]
작년 한해 아이들이 대면수업을 몇 번 하지도 못하고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대부분 보냈다.
급변하는 시대에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삶의 형태가 전보다 많이 달라져 있으며
교육도 유속이 빠른 흐름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 해야 할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 한해를 보냈었다.
시장 경제 역시 플랫폼 시대에 노동력이 감소되고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들도 많아지게 되니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많아진다.
어른으로서 살아가지만 시대의 조류를 읽고 살아가는 것에 어둡다보니
이 책에 담은 철학과 예술, 역사와 정치, 경제의
다방면의 지적 논리들이 나에겐 꼭 챙겨 먹어야 할 필수 영양소처럼 느껴졌다.
지적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여러 경험을 통해 얻기 힘든 요즘의 때이기에
더없이 책을 붙들게 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이 책은 대학시절 교양서로 공부했던 좁은 소견을
나이 들어 좀 더 자유롭고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확보해준다.
지적 세계를 확장 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로서 그 역할에 충실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일이 없으면 갑자기 우울해진다거나 그 순간을 견딜 길이 없어 먹는 것, 사는 것, 입는 것으로
순간의 허무를 속이려는 사람이 많다.
그럴 때 우리는 잠깐 멈추어서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작은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지금 숨 쉬고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잠재력이 발휘되고 있다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닌지.
불만족과 인지 부조화로 괴로워하기에 '지금, 여기'는 너무나 소중하다.
p46
작은 것에 집중하는 감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잔잔한 기쁨을 누리고
모든 순간에 감사를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작지만 본질적인 인연에 집중하는 삶을 중요시했다.
젊은 이들을 향해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젊음 또한 지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삶의 활력을 상실시키면서까지 좀먹는 지나친 경쟁 사회속에서
찌들어가는 마음의 쇠락이 과연 얼마나 중요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인생의 즐거움을 위해 수단으로 집착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즉각적인 보상이나 사유를 채우다보면
잠시나마 내재되어 있던 고통을 잊을 수 있어 그러는 편이다.
나조차도 그런 쾌락을 나름 즐기며 산다고 본다.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기쁨을 좋아하는 물건을 사서 모으며
그 순간이 지나면 허탈한 기분이 남겠지만
잠깐의 만족을 위해 이에 집착하며 사는 꼴이 우스워보이지만 그런 허상 속에 갇혀산다.
불만족한 상태로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불안정함을 안고서
허무를 속이려 사는 이들이 반드시 한번쯤은 멈춰 생각해야 할 문제.
'지금, 여기'
나에게도 그런 작고 소중한 것을 보듬고 살아갈 울림과 떨림을 잊고 살았던게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작은 것에 집중하는 에피쿠로스의 철학 속에 담겨진 작은 의미를 품고서 말이다.
우리는 삶의 진가를 얼마나 깊게 느끼고, 맛보고 있을까.
바쁘게만 사는 사이에 인생 자체가 훌륭한 예술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거대한 목표와 성과도 중요하지만, 찰나의 행복과 기쁨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을 때 그림을 그리거나 가벼운 글을 써보면 어떨까.
p69
'예술은 절대 어렵지 않다'고 말한 화가 호크니.
당시 유럽 예술계에선 심오한 추상 미술이 유행하고 있음에도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예술을 고집하던 그였다.
캔버스에 채운 그림은 물론이고 사진 역시 예술의 범주에 포함하여
다채롭게 무한한 스토리를 담아내는 화가였다.
만년에 접어 들어서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도구의 확장이
거침없으면서도 참 그답게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을 보여주는 걸 보면
두려울게 없는 대담함이 부럽기도 했다.
내 삶은 뭔가 표현하기를 금기시하고
스스로를 고립되게 만드는 좁은 사고의 틀 안에 갇혀놓고서 너무 괴롭히고 살았던게 아닌가 싶었다.
삶의 흐름을 의식에 맡기고
마음껏 표현하는 예술적 행위가 얼마나 멋진 일인지
좀 더 허용할 수 있는 경계를 허무는 마음이
호크니를 보며 느꼈던 생각들이다.
어떤 거대한 목표 설정과 결과치를 생각지 않고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맘껏 허용하고
즐길 수 있는 기록들이 알을 까고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적어도 내 삶에 대한 가치들을 소중히 평가하고
나 자체가 훌륭한 매체가 될 수 있음을 자신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여전히도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렵고 어설프다.
책을 보면서 지적인 욕구를 채우고자 하지만
자라지 못하고 있는 아집과 생각들이 잘 다듬어지지 않아 애를 먹는다.
그렇지만 말과 글이 주는 가치와 이로움을 알기에 항상 가까이 두고 싶다.
읽다만 <군주론> 책을 다시 펴면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배워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