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인문

책읽는여우비
- 작성일
- 2021.2.18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글쓴이
- 프리드리히 니체 저
휴머니스트
우연찮게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책을 연거푸 읽고 있다. <맹자>를 읽으면서 비슷한 시기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함께 읽고 있으니 말이다. 두 책 모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고, 각각에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인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전공 덕분인지 니체보다는 <맹자>가 상대적으로 눈에 익숙한 편이다.
니체는 ‘언제고 제대로 한 번 읽어야지’ 생각은 여러 번 했으면서도 어쩐지 선뜻 시작하기는 좀 어려웠다. 왠지 모를 진입장벽이 느껴지던 니체인데, 이번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니체의 세계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워낙에 유명한 책이기도 하지만, 니체 스스로가 대표작이라고 하였으니 니체 철학의 입문서로서 딱 알맞을 것 같았다. 니체 철학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지만, 그런 부담감은 내려놓은 채 그냥 천천히 읽기로 했다.
책은 주인공인 ‘차라투스트라의 머리말’로 시작하고,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이 1부~4부로 계속 이어진다. 본문 중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용어는 굵은 글씨로 표시해서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게 했고, 각주를 달아 설명을 덧붙였다. 덕분에 표시가 없었으면 무심코 지나갔을 ‘내려감’, ‘몰락’의 의미를 도입부에서부터 다시금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니체 읽기의 어려움은 이런 부분도 한몫 하는 것 같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강렬한 영감을 받아, 처음 3부를 쓰는데 각각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다(p.586)고 하는데, 우리가 니체를 이해하려면 우선 니체 특유의 용어부터 먼저 이해해야 하니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며 특이했던 것은 이미지로 읽힌다는 점이었다. 읽는 것은 글이지만, 차라투스트라의 몰락, 군중 앞에선 차라투스트라, 죽은 사람을 길동무하여 밤길을 걷는 차라투스트라의 모습이 계속 이어졌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이나 불교의 공(空) 같은 개념이 연이어 겹쳐진다는 점이다.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이 일반적인 뜻의 몰락이 아닌 쇠(衰)함이고, 그 쇠함이 그저 사라지고 마는 소멸이 아니라, 재생과 부활을 의미하는 탄생의 의미로 이어졌다.
나중에 후반부의 해설을 읽어보니 ‘차라투스트라를 읽으면서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대신에 이미지와 비유에 내맡겨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 부분을 읽고 나니 앞서 읽은 본문이 이미지와 비유로 읽힌 것이 우연이 아니었구나 하며 내심 이해가 되었다. 불교 경전에도 수많은 비유와 상징이 등장하듯 이 책 역시 논리적 추론보다는 영감과 비유의 측면에서 읽을 때, 훨씬 더 잘 읽히는 듯하다.
번역자인 이진우 교수는 해설에서 ‘학자들의 경우에는 문학이라고도 할 수 없고 철학이라고도 할 수 없는 차라투스트라의 비철학적 형식 때문에 관심을 덜 갖는다’고 하였다. 차라투스트라의 그런 특성이 일반 독자에게는 오히려 철학에 대한 부담감 없이 니체에게 다가서기 더 좋은 부분이 아닐까 싶다. 심오한 니체 철학을 짧은 시간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천천히 다가가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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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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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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