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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베토벤
- 작성일
- 2021.2.21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계간) : Vol.13 [2021]
- 글쓴이
- 편집부 저
바다출판사
세상은 온통 부조리한 곳이라는데, 우리네 삶 또한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라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목표를 세우고 행복의 의미를 찾는 일을 계속 하고 산다. 이렇게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것, 이 자체가 바로 부조리한 상황의 명백한 증거라고 해도 우리는 산다. 살아 있어서 살고 살아야 해서 산다. 글로 쓰고 보니 이게 마음에 든다.
이 잡지의 좋은 점 하나,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한 편씩 골라 읽을 수 있다는 것. 각각의 글 분량이 길지 않아 한달음에 읽을 수 있고, 그 편이 마음에 남으면 혼란을 피할 수 있도록 책장을 덮어 두어도 괜찮다. 글이 눈에 들어 오지 않을 때에는 그림이나 사진만 보고 있어도 좋고, 주제에 맞춰 제시하고 있는 통계 자료들도 퍽 흥미롭다. 우리나라의 자료가 아니라 약간 아쉬운 면이 있기는 한데, 확장시켜서 짐작하기에는 충분하다.
시시포스가 이번 호의 주인공이기는 하다. 끝없이 바위를 위로 밀어 올려야 하는 사람. 사람 사는 게 다 시시포스의 일과 같다는 걸 종종 잊고 있어서 그렇지 부인할 수가 없다. 늘 똑같은일을, 그것도 힘겨운 일을 영원히 계속 해야 하는 게 마냥 슬프고 괴롭고 힘들기만 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이번 호에서는 그런 상황 안에서도 시시포스가 행복한 순간을 맛볼지도 모른다는 말을 전한다. 그래,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상당히 기분 좋게 전해 오는 말이다.
책의 뒷부분에 1964년에 만들었다는 <삶의 목적 검사> 20개 문항이 실려 있다. 내 총점이 내 예상보다 높아서 놀랐다가 안도했다. 적어도 나는, 아직까지는 실존적 공허감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다. 이 공허감과 가까워지는 일이 없도록 이 잡지도 계속 구해 봐야겠다. 그리고 내 인생의 의미, 이 의미를 찾는 일, 생의 목표를 세우는 일 같은 것들에 관심은 두고 있되 너무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며 맥없이 흔들리지도 않겠다고, 내가 나를 돌보는 일은 해 오던 대로 하겠노라고 슬쩍 다짐해 본다.
16 인생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시간 인생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우리의 대답은 말이나 생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태도로 드러나야 한다. 21 인생에서 행복의 필수 조건은 해야 할 것이 있고, 사랑할 것이 있고,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는 상태다. 32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한다는 느낌을 날마다 받아야 한다. 이런 일들이 계속 쌓여야 한다. 33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헤도니아Hedonia는 경험으로 얻는 순간적이고 강렬한 쾌락,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는 삶을 성찰하고 관조하며 얻는 만족감이다. 35 삶의 주요 원동력 중 하나는 고통과 삶의 부정적 측면을 피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이는 그 자체로 굉장히 바람직한 목표다. 우리가 그 어떤 긍정적 정상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60 어떤 일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판단, 동기, 욕망, 혐오 등 한마디로 말해 우리가 스스로 하는 일이다. 한편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은 건강, 재산, 명예, 출세처럼 우리 의지와 직접 상관없는 일이다. 61 스토아 철학이 제시하는 행복의 비결은 첫 번째 범주, 즉 우리가 좌우할 수 있는 일에 승부를 거는 한편 두 번째 범주, 즉 우리가 좌우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평정심을 기르는 것이다. 물론 평정심은 무관심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는 동시에, 때로는 뜻대로 되고 때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까지 되어 있는 마음가짐을 뜻한다. 85 예술의 목적은 감정을 선명하게 만들고 그 감정을 나누어 우리를 변화시키며, 우리가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의 목록을 늘리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며, 우리는 변한다. 더 나은 쪽으로 말이다. 92 시위대는 시위를 통해 불의와 선을 긋는 동시에 불의의 희생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94 시위 참가자들은 시위를 통해 자존감을 확인하고 불의를 질타하며 억압받는 이들과 연대한다. 113 가끔 나는 우리 아버지가 의미 있게 사셨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는 평생 목수로 살면서 주로 가족에게서 목적을 찾으셨다. 119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해야 할 의무를 잊지 말자. 당신이 어떤 식으로든 삶과 동떨어져 있고, 적극적으로 삶에 참여하는 것을 가로막히며, 바쁜 세상의 말 많은 시선에 당신이 불필요해 보이는 사실을 허용하지 말자. 무엇보다도 이런 일이 당신에게서 자신에 대한 생각을 빼앗도록 허용하지 말자. 마치 자기 성찰을 하며 사는 당신의 인생이 완전히 현명한 통치자의 눈에 어떤 사람의 인생보다 많은 의미와 가치가 없는 것처럼, 그리고 인생을 낭비하고 자신을 잃어버리느라 바빠 정신없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인생보다 더 가치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게 허용하지 말자. 152 궁극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의미를 같이 창조하는 일이다. 우리는 가장 의미 있는 노력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협력하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감으로써 서로를 사랑한다. |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계간) : Vol.13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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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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