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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몬드
- 작성일
- 2021.3.15
산이 좋아졌어
- 글쓴이
- 산뉘하이Kit 저
인디고(글담)
< 산이 좋아졌어 >
산뉘하이Kit 지음 | 이지희 옮김
"산으로 걸어가 보기를."
평범한 직장인에서 산 덕후가 된 등산 러버의 산행 에세이
이 책의 저자 산뉘하이Kit은 뼈속까지 타이베이 사람이다. 그랬던 그는 풀코스 마라톤 선수였다. 4년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나, 병동에서 깨어나 10km 마라톤을 하던 그는, 어느 날부터 달리기 영혼이 소멸되어, 더이상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죽음은 그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주었고, 그는 한동안 버티지 못했다.
그런 그가 산을 오르기로 결심한 것은 아주 사소한 이유였다. SNS에 포스팅된 설산 허환산의 이미지. 우연히 본 사진은 그를 산으로 이끌었고, 산은 기어코 그를 산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저 그 자리에서, 무엇도 강요하지 않으면서.
저자는 산을 오르면서,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법을 깨달았다. 자신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산을 오르고, 산은 그런 그를 품어준다. 때로는 가파른 언덕으로, 때로는 자갈을 선사하지만. 그것 또한 그에게 고통이 지나가는 것이라 말해준다.
P.63
중양센 삼각점을 마주했을 때도 이 '서 있는 길'을 완주했을 때만큼 가슴이 벅차지는 않았다. 2시간 넘게 자갈 비탈길을 기어오른 뒤에 두 발이 평탄한 산길을 내딛는 순간, 감격에 겨워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지금도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가슴 깊이 느꼈다. 세상이 아무리 나를 거세게 밀어붙였도 나를 날아오르게 하는 힘은 언제나 내가 나에게 주는 것이며 다른 데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38
우리의 인생길도 이와 같지 않을까.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모두 나의 동료이고 늘 누군가는 나와 함께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목표가 있고 제각각 익숙한 걸음걸이가 있기 마련이다. 마침 목표가 일치하는 누군가를 만났다 해도 각기 다른 속도로 인해 누군가는 앞서가고 또 누군가는 뒤쳐질 수 있다. 더 많은 산을 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많은 바람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방식대로 누리는 신이야말로 길에서 겪는 최고의 경험이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지만, 나름대로의 속도로 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남들과 같은 속도로 가려다 지치고, 또 지쳐서 주저앉고 만다. 또는 남들에게 타인과 같은 속도로 살아가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야 오랜시간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산을 오르며 그 깨달음을 얻었다니, 나도 산을 오르며 그것을 더욱 확실히 깨닫고 싶었다. 오래전 나는 산을 오를 때, 남들보다 먼저 올라가고 싶어서 무리해서 오르곤 했다. 산을 둘러보지도, 아래를 내려다보지도 않고. 그저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올랐다. 정상에 일찍 도달했지만, 후들거리는 다리와 바싹 마른 입안에 한참동안 숨을 고르고만 했었다.
만약 내가 나만의 속도로 산을 올랐다면, 나의 산행은 힘든 기억보다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랬다면 지금도 나는 취미로 등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등산의 재미를 잃은 내게, 저자가 등산의 재미를 알려주었다.
P. 185
산은 우링에게 허가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누구나 원하면 언제든 오고 갈 수 있다. 캄캄한 밤에도 오르고, 짐승들이 다니는 길로도 다니며, 비공식적인 노선으로 비탈길을 올라가 곧장 남쪽 세 번째 구간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그래도 산은 우리를 그냥 그곳에 머무르게 둔다.
이번주 주말에는 나도 가까운 산을 가보려 한다. 어떠한 차별도 없고, 허가도 필요없는 그곳에. 나 자신 그대로를 가지고 가보려 한다. 제발, 미세먼지가 적기를.
이 책은 한 평범한 직장인이 산이 좋아 오르기 시작하면서, 산을 오르는 것이 좋은 이유들을 적어 놓은 에세이다. 다시 내려올텐데 왜 올라가냐, 힘들거다, 산을 오르는 것에 많은 이야기가 붙곤 한다. 하지만 산은 아무런 편견없이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준다. 그 행위 자체에서 가져올 행복감을 이 책은 자신의 언어로 얘기한다.
등산을 취미로 가지고 싶은데, 막상 두려움을 겪는 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산을 오르고 싶어질지 모른다. 이 책을 읽었던 나처럼. 산을 오르고 싶은 누군가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 YES24 리뷰어클럽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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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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