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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의 동물원
글쓴이
루시 쿡 저
곰출판
평균
별점9.7 (14)
quartz2

동물에 관한 책을 읽는 게 대체 얼마만인가! 무척 어렸던 때 그림이 가득한 동화책을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 접했던 시절 이후로는 왠지 처음 같이 느껴진다. 세상은 넓고, 드넓은 공간에 존재하는 무수히도 많은 생명체를 일일이 살필 수가 없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인간이 만든, 일명 돈 먹는 하마와도 같은 신식 문물에 빠져든 것도 동물에 대한 관심을 저해한 요인이었다. 

동물원이라 하였으므로 기대가 컸다. 조련사의 구호에 세심하게 반응하는 돌고래가 생각났고, 코를 사용해 온갖 물건을 자유자재로 집어대는 코끼리 또한 떠올랐다. 한 편으로는 동물원을 바라보는 최근의 비판적 시선도 고려 않을 수 없었다. 오로지 인간의 관심에만 부응하는 삶은 참으로 폭력적이라는 식의 논조와 만나더라도 놀라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현상은 어느 한 시대에 고정된 게 아니었다. 한결 같은 시선을 띤 채 인간은 동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좋게 말하자면 그건 집념이었다. 쉬이 지치지 않는 집념 덕에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인류의 동물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졌다. 이 책은 동물을 연구하는 학문, 즉 동물학을 다루고 있었다. 우리 스스로 이룬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게 되려나. 안타깝게도 책을 읽으며 접할 수 있었던 내용은 반대였다. 실수라는 단어에 담기에는 참으로 거대한 무언가가 내게 헛웃음을 선사했다. 과거와의 단절은 없었다. 분명 비슷한 행위들이 도처에서 행해지고 있을 터였다. 동물학의 역사를 쓰려면 필히 통과해야만 하는 의례라도 되는 건지. 복잡했던 감정은 이내 우리 자신을 향한 연민으로 뒤바뀌었다.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존재. 인간이라는 우리(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곳)에 갇힌 우리 자신이 불쌍했다. 

한 분야의 거장이라 하여도 매순간 완벽하지는 않다. 빈틈이 너무 없으면 인간미가 떨어진다던데, 그런 면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임이 분명했다. 그의 흘러 넘치는 호기심은 그로 하여금 참으로 많은 분야를 연구토록 만들어 주었다. 그가 살아가던 시대는 오늘날에 비하면 지식이라 부를 수 있는 게 매우 적었고, 상대적으로 빈곤한 상태에서 이 대학자는 연구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치밀함을 발휘하는 와중에도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다. 그에게 몇몇 종은 도무지 탄생 기원을 밝히기 힘든 나머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는 식의 설명이 사용되곤 하였다. 그것은 일종의 자포자기와도 같아 보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성을 감히 의심하지 못한 후대 사람들은 오래도록 그의 의견을 따랐다. 이후로도 많은 학자들은 비슷한 태도로 자신의 학문적 부족함을 타파하려 들었다. 계절 따라 움직이는 생명체의 궤적을 밝혀내는데 실패한 이들은 이 오묘한 존재가 달을 향해 날아간 게 분명하다는 식의 끝맺음을 시도함으로써 감동과 재미 둘 다를 우리에게 선사하고야 말았다. 

차라리 부족함을 위트(?)로 메우려 들었던 이들은 나은 편이었다. 나름 과학적인 태도를 견지한 이들은 끔찍한 방식을 동원해가면서까지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는 일에 매진했다. 상대가 인간이었다면 결코 행하지 않을 시도들이 동물을 대상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자행됐다. 눈을 찔러 실명시키고, 코나 입 등을 자르면서도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인간에게 깃든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은 강렬했다. 몇몇 연구자들은 동물의 성(性)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성, 여성 따위로 규정할 수 있는 무언가의 발견이 어려울 경우, 자웅동체라는 식의 이상한 결론을 제멋대로 부여하는 누(!)를 범하기도 했다. 

세상에 객관적인 게 과연 몇이나 있을까. 아는 만큼의 것들로 제 세상을 구축한 인간들은 자신이 가진 이미지에 부합하는 역할을 동물들이 수행해주길 기대했다. 마냥 귀여운 펭귄, 비열하기 짝이 없는 박쥐, 시체를 탐닉하는 독수리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느리디 느린 나무늘보는 나태의 온상지인양 여겨졌으며, 인간과 비교적 닮은꼴인 침팬지 등은 잠재적 성교의 대상 목록에 오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신은 공평했고, 우리가 열등감의 증거처럼 여겼던 많은 것들이 해당 동물에게는 최선이었다. 우리가 설명치 못한다는 게 꼭 미흡을 의미하진 않았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빚어낸 촌극은 동물학 분야에만 국한된 무언가는 결코 아니다. 마치 자기 중심성을 아직 버리지 못한 5살 아이 마냥 어리숙함을 뽐내는 일은 지금도 다방면에서 행해지고 있을 것이다. 마구잡이로 빚어진 오해들을 풀려면 우리에겐 과연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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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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