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 북리뷰(2021년)

달밤텔러
- 작성일
- 2021.4.17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하빌리스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역
하빌리스/2021년 2월 26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복고 미스테리를 통해
밀실살인의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가 있다!"
1, 들어가며
어렸을 때 추리 소설을 즐겨 읽어왔다. 그 당시 셜록홈즈, 애거셔 크리스티, 엘러리 퀸 등의 추리소설들을 읽어왔다. 너무 재미있어서, 잠도 잊은 채, 시간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꼴딱 새어버린 적도 있었다. 그런 추리 소설에 대한 사랑은 지금까지 이어져왔고 독일, 스웨덴, 미국,일본 등 국적을 불문하고 가리지 않고 추리소설을 읽어왔다. 그 중에서도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사는 작가의 작품이 있다. 그는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사랑은 처음 그의 유명한 작품이기도 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나서였다. 그 전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해 잘 몰랐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추리 소설은 아니었지만, 감동적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그 이후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찾아 읽어 나갔다. 이미 시중에 나온 그의 작품들은 80권이 넘을 정도였다. 그 방대한 양에 놀라기도 했지만, 나는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30년 동안 해마다 두 권 혹은 세 권씩 거의 끊임없이 꾸준하게 소설을 발표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소설을 주로 현재 작품을 기준으로 과거 작품을 되돌아 읽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초기 작품이 바로 1988년에 출간되었다는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라는 자작품이었다. 처음에 이 책이 올해 2월에 출간되어서 신작 소설인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1988년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이었다. 그의 데뷔작 <방과 후>라는 작품을 읽고 밀실살인의 트릭에 매력을 느낀 나는 이번 작품도 밀실살인의 트릭이 가미된 재미난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너무나 읽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게 되다니, 그동안 어렵고 힘든 지식계발서를 읽어온 나에게는 '비타민'과 같은 활력소가 되었고 어려운 공부를 하느냐고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게 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역시 이번 작품도 스릴만점,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어느 새 나 또한 작품 속 등장인물들과 함께 범인이 누굴까, 밀실살인의 트릭은 무엇일까 추리하며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2. 책 속으로
호화로운 파티의 밤에 일어난 호텔 밀실 살인사건!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진실은 과거 속 한 사건 속에 묻혀 있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가 있다. 어쩌면 모든 추리소설의 공통 요소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살인 사건' 이다. 지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으로서 그의 작품을 빠짐없이 읽어온 나로서는 항상 그의 작품 속에는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 속에서도 호텔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좀 더 설명하자면 이 책 속에는 '교코' 라는 이름의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돈 많은 재벌가의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서 부자가 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직업은 파티장으로 출근하는 컴패니언(파티나 행사에서 고객을 안내하고 접객하는 직업)이다.
평소와 똑같은 작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기분은 평소와 전혀 달랐다.
그녀에게는 원대한 계획이 있는 것이다. (p.15)
처음에는 이 책의 주요 내용이 그녀의 원대한 계획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그런 계획을 수행하는 도중에 어떤 사건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의 작품도 또한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가 아닌가. 하지만 저자는 그런 계획과 관련해서는 사건을 놓아두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계획도 작품을 이끌어가는 요소이고, 그녀는 이 작품 속에서 그 계획을 시행하고자 '다카미 슌스케'라는 부동산회사의 전무를 유혹하긴 하지만 말이다.
어느 날, 하나야 보석점 고객 감사파티에서 컴패니언 일을 수행하던 중 , 파티가 끝난 후 직장 동료인 마키무라 에리가 호텔 밀실에서 죽은 채로 발견이 된 것이다.
그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야기는 그녀의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마키무라 에리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마키무라 에리의 죽음이 타살이라면, 호텔 밀실에서 어떻게 살인이 가능할까?"
"마키무라 에리의 죽음이 자살이라면, 왜 그녀는 자살을 한 것일까?"
처음에는 그 죽음은 자살이라고 결론이 지어지는 듯 했다, 수사 결과, 마키무라 에리가 밤비 뱅큇 사장인 마루모토 히사오와 연인 관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귄 지는 한 달 좀 넘었다고 하는데 이미 그 마루모토 사장은 이미 그 회사 팀장과 사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경찰에서는 삼각관계를 비관한 자살이라고 추정하지만, 여자 주인공 교코는 도저히 그 자살을 납득할 수가 없다. 무엇인가 개운하지 않고 명료한 결말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수사가 그렇듯, 그녀의 죽음에 대한 수사도 연인관계를 비관한 삼류 소설같은 죽음으로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나 했더니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인물이 있는데 그는 바로 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해결해고, 나중에는 밀실살인에 대한 수수께끼와 트릭을 푼 형사 '시바타' 이다. 항상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서는 형사와 조력자가 등장하고, 그들이 중심이 되어서 사건을 해결하는데 이 책에서도 형사인 '시바타'와 조력자인 '교코'가 등장한다. '800만 엔짜리 보석쯤은 채소 한두개 사듯 툭툭 사고 싶고,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리며 일확천금의 허황된 꿈을 꾸는 여자 주인공 교코와 남들이 뭐라든 뚝심 있게 사건을 추리하고 수사해 나가는 옆집 형사 시바타, 이 두 사람의 티격태격 추리극과 환상적인 호흡의 캐미가 돋보이며 그것이 이 작품을 즐겁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요소가 된다.
1980년대 시대적, 경제적 상황을 반영한 '돈과 욕망' 이라는 메시지
그리고 이 작품이 쓰여진 배경은 1980년 대 후반이다. 그 시기는 일본의 거품경기 시절이었고, 당시의 부동산 거품은 국경을 뛰어넘었고, 1989년에 약 2,00억 엔으로 미국의 록펠러센터를 구입한 일은 일본 기업에 의한 국외 부동산 구매의 상징으로 지금까지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대도시와 지방 소도시,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의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 것도 이 시기였다. 이런 경제 상황이었기에 교코의 소위 돈많은 남자를 만나서 출세하려는 '그녀의 계획'도 자신의 예술 활동을 위해 큰 돈이 필요했던 무명 화가의 선택도, 다른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고 협박하는 사람도 어쩌면 그 상황 속에서는 이해 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아마도 어느 누구라도 어떠한 원대한 계획을 세워서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욕망의 탈출구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이 책 속의 살인 사건의 발생 원인 또한 돈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겐조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미국에서의 레이코의 행적을 빌미로 다카미 유타로를 협박해 돈을 뜯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나설 마음은 없었다. 누군가 대신해줄 사람을 찾아 돈을 반반으로 나누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포섭된 사람이 마루모토와 이세였다. 마루모토는 술집에서 고주망태가 되어있던 참에, 그리고 이세는 역 앞에서 초상화를 그리다가 겐조에게 걸려 들었다. 둘 다 큰 돈을 간절히 원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또한 여자 중린공 교코의 직업이 컴패니언인 것도 그 당시 시대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특이란 직업이 등장한 것은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때부터라고 한다. 아직 대규모 이벤트나 전시회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던 데다 최호의 만국박람회였기 때문에, 행사 안내에 만전을 기하기 의해 접객 매냐와 어학 능력이 뛰어난 고급 인력들이 별도의 교육을 받아 이른바 컴패니언으로 나섰다고 한다. 이어서 80년대에 거품경기의 광풍을 타고 국제적 행사는 물론 사업 부양을 위한 파티가 많아지면서 컴패니언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 있는 직업으로 커나갔다고 한다. 이제는 거품이 꺼지고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와 다른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고, 그 당시 상황을 생각해볼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돈과 욕망이라는 시대적, 경제적 상황을 반영하면서 코믹하고 유머스로운 구성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때의 시대적, 경제 상황을 반영하여 돈과 욕망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유머스럽고 가볍게 다루려고 노력하였다. 그런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모르고 읽어도 충분히 이해가능하도록 말이다. 이처럼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품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 문제를 반영하되, 결코 무겁거나 진지하지 않게, 평소 그의 유머스러운 성격과 천성을 담아서 코믹하고 스릴있게 담아내려고 하였다. 이 작품의 그의 작품의 초기 실험작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나는 요즘 그의 작품보다는 훨씬 더 작품의 구성이 짜임새 있고 치밀한 반전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1985년 데뷔작 [방과후] 작품을 읽으면서도 논리적이고 치밀한 짜임새에 감탄하게 되었는데, 이 작품도 나에게는 처녀작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치밀하고 빈틈없는 스토리 구성과, 스릴, 미스테리, 반전의 매력들이 종합적으로 접목한 작품이었다.
밀실 살인의 트릭의 재미
또한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다름아닌 '밀실 살인'의 트릭이었다. 항상 밀실살인은 자살로 단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밀실 상태인데 어떻게 살인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살인이 일어날 수 없는데, 사람은 죽었다. 그러면 남아 있는 것은 '자살' 밖에 없다. 그러니 당연히 '자살'로 판명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항상 밀실살인에는 트릭이 숨어있다. 그 트릭 때문에 살인이 자살로 위장 가능한 것이다. 이 책에서 살인 사건도 밀실 사건이고 그 밀실 사건의 트릭을 해결하고 나서야 결국 자살이 아닌 타살로 판명날 수 있는 것이다. 이 밀실 살인의 트릭을 스스로 풀어보는 묘미도 이 책을 읽는 재미에 포함될 수 있다. 나 또한 이번에는 이 트릭을 풀어보려고 했으나, 결국 풀지 못했다. 항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게 되면 '이번에는 기필코 범인을 밝혀내랴리, 이 밀실 살인의 트릭을 풀어보리라 다짐하고 도전해보건만, 아직 나의 추리려이 부족한 것인지 번번히 실패한다. 만약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작가가 설정한 범인을 맞추거나, 살인 사건 속 트릭을 해결할 수 있다면 아마도 작품을 읽어가는 재미를 두 배로 느낄 수 있으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복고풍 미스터리
또한 이 작품을 복고 미스테리라고 부르는 데 그 이유는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유선 전화, 열쇠, 카세트테이츠., 레코드판 등 80년대의 소품과 그 시절의 풍경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삿날 전화선이 아직 연결이 되지 않아 옆집에 전화를 빌리러 가는 장면이나, 무심코 놓인 책받침에 인쇄된 내용을 보고 피해자가 과거 일했던 직장의 주소를 추측하는 장면, 외출에서 돌아오면 자동응답기의 부재중 메시지를 재생하는 장면 등은 80년대 우리 시대 상황을 생각하게 한다. 이제는 더이상 사용되지 않아 이미 그 모습들을 찾아볼 수 없는 추억의 물품들이지만, 이 작품들을 통해 이 물건들을 만나게 되니 그 때의 시대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추억 속의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사건 해결의 단서가 카세트테이프 뒷면에 숨겨진 메시지라는 설정과 그 단서를 추적하는 과정은 '우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3. 나가며
요즘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들이 다시 개정이 되어서 나오고 있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하고,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품 활동을 안하는 것일까. 그가 이제 작품을 쓸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 것은 아닌가. 우려와 걱정을 하는 독자들도 많다. 나 또한 그런 독자들 중의 하나이며, 핸드폰에 그의 신간 알림을 해놓을만큼 그의 작품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다.
하긴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금까지 매년 마다 작품을 2~3편씩 저력을 보면 정말 대단하구나 하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는 책을 읽고 서평 쓰는 것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며칠을 고민해서 쓰는데, 그런 너무나 재미있고 뛰어난 스토리를 가진 작품을 2~3편씩 쓰니 말이다. 그리고 그는 실험 정신이 투철하여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써왔다. 그래서 매번 그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구성해 나갈지 읽기 전부터 설레이고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이번 작품도 비록 예전에 쓰여진 초기작이긴 하지만, 나의 설렘과 기대를 모두 충족해주었다. 그동안 지식계발서에만 집중해왔는데, 오랫만에 나의 감성을 자극하고, 나의 추리욕구를 자극하고, 정신없이 빠져들 수 있는 책을 만났다. 항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나에게 너문 친숙하고 삶의 활력소를 주는 '비타민' 같은 존재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그의 신선하고 스릴만점의 작품을 읽고 싶다. 나는 언제까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으로 남아서, 그와 작품과 함께 웃고 울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밀실살인의 트릭을 풀고 싶은 사람이라면,
삶에 지치고 힘들어 무엇인가 신선한 자극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 [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를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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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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