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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글쓴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
디자인이음
평균
별점9.1 (22)
하우애

아침마다 류시화 시인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읽고 하루를 연다. 삶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깊이를 더하는 글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성, 진지함으로 모든 일상을 대할 준비를 한다. 연이어 읽고 있는 류시화 시인의 시집 몇 권 중 제일 최근 읽은 책이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다. 이 책은 다 읽고도 다시 반복해 보고 있다. 책 말미에 쓴 작가의 해설 때문이다.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란 제목을 단 이 글을 나는 책에 담긴 시들보다 더 좋아한다. 이 글만 몇 번을 반복해 읽고 있다. 



 



어린 시절이 지나고, 내가 진지하게 시를 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열여덟 살 때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나서였다. 나는 밤을 꼬박 세우며 그 책을 다 읽었고, 새벽이 밝아왔을 때 시인의 삶이 내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141쪽))



 



이 책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게 된 건 시집에 인용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시인이 어릴 적 진지하게 시를 쓸 생각을 갖게 했던 책. 나는 시인이 될 생각은 없지만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시인이 밤을 꼬박 세우며 읽어냈을까 호기심이 일었다. 그 때문에 주문했고, 도착한 책이 시집처럼 작다는 사실에 조금은 의아했다. 시인이 꼬박 밤을 세우며 이 책을 읽었다면 몇 번을 반복해 읽었단 얘긴가. 책은 릴케가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라는 젊은 시인의 편지를 받고, 답한 편지 열 편을 담고 있다. 분량을 미리 예측할 수 있었던 부분.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당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세요. 당신이 글을 쓰도록 만드는 근본이 무엇인지 살펴보세요. 그 근본이 당신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는지 확인하세요.(015쪽)



당신 삶의 사소한 순간조차도 갈망의 표시이자 증거가 돼야 합니다. 그 다음은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세요. 마치 태초의 인류가 된 것처럼. 당신이 무엇을 보고, 경험하고, 살아하고, 잃는지 말해보십시오.(015-016쪽)



 



내면 깊숙이 들어가라는 말, 그리고 삶의 사소한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말은 시를 쓸 때뿐만 아니라 글을 쓸 때도 진정성과 현실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시를 쓰거나 글을 쓰며 창작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릴케의 글은 단순히 위대한 시인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사적인 조언만은 아니란 사실을 첫 번째 편지를 읽으며 알았다. 나머지 아홉 편의 편지를 읽을 때, 짧은 글들 속에서 내게 의미 있는 문장들을 찾아낸다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읽는다면 마음에 닿은 글들을 제법 찾아낼 수 있다.



 



파리는 모든 것이 요란하게 울려서 어떤 사물이 진동하는 소리가 소음에 압도되어 점점 사그라지는 곳이거든요.(044쪽)



직업의 틀에 갇혀 내면 깊은 곳의 삶이 옴짝달싹 할 수 없는지 깨달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십시오. (052쪽)



 



매일 반복되는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시집을 읽고, 삶과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이유는 주변이 요란해지기 시작하면 내 안에 울리는 진동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사물들, 주변인들의 고요한 외침도 듣지 못한다. 누군가의 간절함에 무심해지고, 로봇처럼 무의식에 프로그램된 대로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그걸 방지하자고 명상하듯 마음을 잡지만, 습관이 된 무심함은 여지 없이 일상의 자극에 반응한다. 그것이 무서운 것은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는 것. 중요한 신호를 놓치는 실수.



 



모든 것은 경험입니다. 당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살아보십시오.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새 해답 안에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낼 것입니다.(045쪽)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경험한 적 없는 상황 앞에 서면, 불안하거나 때론 좌절한다. 그 또한 우리가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인데 단지 처음이란 이유로 우리가 보이는 반응이다. 릴케는 세상이 주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우리의 존재를 최대한 넓게 인식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이런 시각으로 일상을 대하면 아무리 힘든 일이어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해낼 것 같다. 깊이 있는 글을 쓰는 비결도 이렇게 살아냈을 때가 아닐까. 매일 나를 잡는 글을 읽고 일상을 준비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평소와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간절함.



 



나의 인생 또한 많은 고난과 슬픔을 뒤집어쓰고 있으며 당신보다 훨씬 뒤처졌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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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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