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o 국내서가 출간되어 환영. 기대 만큼 실망도 크다. 저자의 수준을 탓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책의 기획 의도가 잘못된 탓이라고 본다. 아니면, 초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동영상 강의를 보조하는 교재용으로 만들어진 책이라는 느낌이다.

(2) 전반부는 Go 언어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쉽게/간단하게 다룬다. 언어의 기본적인 부분이라도 미묘한 사항들이 있는데 이런 자잘한 것은 다루지 않는다. 'Go가 이런 것이구나'라는 느낌을 빨리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였다면 OK.

컴퓨터 아키텍춰, 프로그램 원리 같은 것으로 시작했다는 것은 입문자를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프로그래밍 "책이 산으로 간" 느낌이다. 이 책이 전산학 개론을 흉내낼 필요는 없었다.

* 다른 책들이 Go 언어의 역사를 다룬다면 : 현대사회에서 기존 언어의 어떤 부분들이 어떻게 진화해야겠기에, 어떤 환경에서 근무하던 누군가가, 마침내 이런 기능들을 구현해 냈다는 식이다. 철저히 Go에 집중한다. 전산학 개론서가 아니다.

(3) 중/후반부는 중급 기술을 다룬다. Go도 모던 프로그래밍 언어다. 즉, 언급할 만한 고급 주제들이 많다. 그래도 명색이 Go 책인데. 몇가지 고급주제는 언급해야겠지만, 페이지 제한에, 큰 활자로 많은 내용을 담을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다소 수박겉핥기 식으로 각종 주제를 "이런게 있어요" 식의 소개 위주로 넘어간다. 

다른 언어에서 이런 주제를 다룬 적이 있는, 그래서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는, 기존의 개발자들이라면 'Go에서는 이런 것들을 이렇게 프로그램하는구나' 라는 식으로 Go의 분위기를 대충 파악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입문자들은 이 책으로는 이런 주제를 파악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동영상 강의에서 자세히 다룬다는 전제하에 일단 간단하게 책에 포함시킨 느낌이다.

예를 들어, SOLID... 객체지향이라며 SOLID가 소개된다. 앞 부분에서 객체지향에 대한 기본을 제대로 다루지 않다가, 갑자기 고작 몇 페이지짜리 SOLID를 들이밀고는, "이것으로 객체지향 완전 정복"을 선언하는 느낌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꼴이다. SOLID chapter는 처음부터 없었어야 했다.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 입문서에서 다룬 것 자체가 넌센스다. Go 언어 자체에 집중해야 했다.

(4) 입문자는 동영상 강의와 병행해서 책을 보면 될 것 같고, 기존 개발자들은 소스코드를 다운로드해서 예제를 돌려보며 빠른 속도로 warming up하고, 다른 전문서로 진행하면 될 것 같다.

(5) 그래도, 나름 용도가 분명한 국내서라고 본다. 실무에서 레퍼런스 용으로 사용할 정도의 책은 아니기에, "이것이 자바다" 같은 꽉찬 Go 국내서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결국 저자들이 열심히 써 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