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經濟 經營/自己啓發

waterelf
- 작성일
- 2021.4.28
판교의 젊은 기획자들
- 글쓴이
- 이윤주 저
멀리깊이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의 탄생
“보통의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시장이 나타났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것들은 이미 오랫동안 낡은 시장을 관찰하여 조금씩 틈을 찾아 세력을 확장해온 사람들이 만든 시장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새로운 시장’은 지극히 평화롭고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낡은 시장을 서서히 전복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장 전체를 완전히 파괴하며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90년대 이후 강력했던 대기업들이 몰락하고, 어디선가 갑작스레 신생 기업들이 등장하자 이에 대한 경영학계의 연구도 활발해졌습니다. 왜 더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던 주류 기업이 새롭게 등장한 작은 기업들에 밀려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이지요. 결론은 매우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주류 기업은 이미 확보한 평화롭고 안정적인 시장에 만족하고 있기에, ‘낡은 시장’의 징조를 무시하기 쉽습니다. 그러는 사이 신생 기업은 서서히 거대 기업의 약점을 파고들며 낡은 시장을 새로운 시장으로 전환하기 시작하고, 이 신생 기업이 이후에 설명할 ‘캐즘의 골(거대한 지각 변동으로 인한 극단적 단절)’을 극복하고 대중 시장으로 진입할 때 바로 완벽하게 새로운 시장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pp. 10~11]
새로운 시장은 욕망을 끄집어내는 데서 시작한다
2010년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도널드 노먼(Donald Norman, 1935~ )의 ‘서비스 디자인’ 이론이 유행했다. “서비스 디자인이란 고객의 경험을 개선하는 측면에 집중하여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 [p. 59]하는, 고객 중심의 접근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기 보다는 주로 직접적으로 어떤 대답을 얻는 설문조사나 FGI(Focus Group Interview)를 활용해서 고객의 경험을 개선하려 했기에 실제 시장에서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왜냐하면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가 “소비자들은 우리가 물건을 만들어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p. 62]고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진정한 욕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비자를 인터뷰하고 설문조사를 하는 것으로는 소비자가 무엇을 불편하게 여기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명쾌하게 알 수 없다. 심지어 하버드 대학 제럴드 잘츠만(Gerald Zaltman)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이 말로 표현하는 욕구는 5퍼센트에 불과” [p. 63]하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서비스 디자인’ 이론을 도입해도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시장은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으나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욕구를 끄집어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VR콘서트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AmazeVR의 이승준 대표가 “사용자가 있고, 사용자의 문제나 니즈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명확하게 정의해서 그에 맞는 솔루션으로서의 프로덕트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다시 사용자의 반응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리뷰하며 개선하여 최적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 [p. 259]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무엇이 낡은 시장인가
새로운 시장의 반대편이 있는 것이 낡은 시장일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낡은 시장일까? 저자에 따르면 ‘아무 문제가 없는 시장’이 바로 낡은 시장이다. 진화의 극에 달해서 화려하지만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는 시장이 바로 낡은 시장이고 주류 시장인 것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1952~2020)에 따르면, “주류기업에서는 존속적 기술의 수익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감소시킬 수 있는 파괴적 기술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애써 외면한 채, 계속해서 주류 시장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존속적 기술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킴은 물론, 내심 파괴적 기술의 성장을 방해하려는 시도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결정은 사업을 추진하고 진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옳다고 믿는’ 판단에 기반하여 이루어집니다. 쉽게 말하면, 존속적 기술이 회사를 먹여 살리고 있기 때문에, 그 회사의 일부로서 이 존속적 기술을 옹호하는 관점에서 시장조사나 제안이 이루어지고, 이미 경영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활용되는 기반 정보들은 파괴적 기술을 무시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p. 96]고 한다. 이는 100년이 넘게 카메라 시장을 장악해서 필름 카메라의 대명사였던 코닥(Kodak)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1975년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놓고도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시장을 위협한다고 판단해서 상용화를 거부했다. 그리고 그들이 잘 만들고 대다수의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는 필름을 더 잘 만드는 데 집착했다. 결국 코닥은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입을 망설이다가 서서히 끓는 물의 개구리처럼 익어버려 2012년 파산을 신청해야 했다.
기획자가 가져야 할 자세와 안목
IT산업에서 흔히 프로젝트 관리자(PM)라고 불리는 기획자는 주어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데 필요한 제반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이끌어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획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새로운 시장에서는 누구나가, 본인의 전문 영역을 주무기로 장착하고 기획적인 감각을 겸비하여 함께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PM과 PO(Project Owner)와 같이 기획적 배경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개발자나 디자이너, 생명과학 등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도 통합적인 시각으로 프로젝트 팀원 모두를 살피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기획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pp. 13~14]
굳이 기획자가 되기 위한 자격증이나 스펙[specification]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로 들린다. 다만, 소비자 모두가 불편을 느끼지만 극복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문제, 혹은 문제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끄집어내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벤처기업’으로 분류되는, 막 사업을 시작하는 작은 기업들이 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료제의 영향을 받아 아무 문제 없이 루틴에 의지해 돌아가는 느리고 안온한 시장에 안주하는, 낡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주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버텨낼 수 없다.
예비 유니콘 기업의 기획자들
‘5장 판교의 젊은 기획자들’에 실린, 가까운 미래가 가장 기대되는 다섯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의 인터뷰 부분은 생생하면서도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이에게 소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당근마켓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박선영은 “대다수의 중고거래 서비스들이 ‘상품’에 집중하여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면, 그와 달리 플리마켓과 (당근마켓의 모태인) 판교장터는 ‘동네사람 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로 중고거래를 (바라보았다고)” [p. 223] 말하고 있다. 이것이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수수료보다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에 지향점을 둔 이유이고, 지역 기반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런칭(launching)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때 명문대 입학이 개인의 신분상승과 출세를 위한 지름길로 인식되었던 만큼 교육 기회의 평등과 공정은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교육 기회가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것도 현실이다. Q&A 방식의 플랫폼으로 시작한 콴다(매스프레소)는 PO인 이정민에 의하면, 콴다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비효율을 해소하는 교육 서비스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한다. 사기업이 교육의 불평등 해소에 나선다는 얘긴데, 뭔가 아이러니한 기분이 든다.
금융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자산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가계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뱅크샐러드도 독특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디어젠은 코로나 유행으로 인한 현재의 상황때문에 더욱 관심이 간다. 앞에서 언급한 VR콘서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AmazeVR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기획자가 무엇을 해야 할 지, 또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그 편린을 엿볼 수 있다.
옥의 티
p. 222
‘중고거래’를 ‘지역 커뮤니티에서의 커뮤티케이션’으로 재해석했습니다. ⇒ ‘중고거래’를 ‘지역 커뮤니티에서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재해석했습니다
*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주)멀리깊이’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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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