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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 작성일
- 2021.5.2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 글쓴이
- 정희진 저
교양인
정희진 작가는 서문에 ‘전압이 높은 책, 나를 소생시키는 책’을 좋아한다고 썼다. 내게 정희진 작가의 책 대부분이 그런 고압선이자, 심폐소생술기이다. 전압이 높은 만큼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다. 읽고 나면 전과 다르게 살아야 하기에 더 힘들다. 다섯 권으로 예정된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의 세 번째 책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도 그런 책이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읽고 치열하게’ 쓴 서평집이다.
책은 ‘아픔으로 말 걸기’, ‘우리에겐 불편한 언어가 필요하다’, ‘몸의 평화가 깨지는 순간’이라는 3개의 장으로 나누어지고 있고, 이 세 화두는 책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첫 장 ‘아픔으로 말 걸기’는 몸과 자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철저하게 개별적인 나의 몸과 내 몸이 겪고 있는 아픔을 바라보는 것,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몸의 이미지와 다른 내 몸을 긍정하고 몸과 자아에 가해지는 고통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들이 소개된다. 자신의 몸을 모르면, 아픔을 설명할 수 없다. ‘아프다’고만 하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묻는 질문이 돌아오고 그 말들은 아픈 이에게도, 묻는 이에게도 상처가 된다(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누군가의 폭력으로 아픈 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이 때 용서는 과연 미덕인가.
다만 나는 ‘고통에 대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말을 걸고 싶다. 고통에 대한 고통이란, 침묵과 망각 외에는 고통에 대처할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용서’는 이 문제가 ‘해결’된 다음의 이슈여야 한다. p.50. 용서는 분노보다 우월한가?
내게 용서는 저절로 잊히는 것이지, 용서를 위해 고민하거나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내겐 용서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고 참을 수 없는 부정의다. 내가 생각하는 용서는 관련된 사건을 잊는 것이다. 사건을 무시한다(ignore). 살기 위해 나 자신에게 몰두하고, 그 일을 잊는다. p.53. 용서는 분노보다 우월한가?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에서 작가의 지인들이 새벽 세 시의 겪는 아픔들이 와 닿았다. 나 역시 세벽 세시에 깨어 있었던 적이 있어 그럴 것이다. 아픔 때문에 깨어있든, 아픔을 외면하기 위해 깨어있든 새벽 세 시에 아파 본 사람들은 그 아픔의 무게를 알 것이다.
두 번째 장에서는 본능, 진화, 관습, 자본주의 등의 이름으로 여성을 불편하게 했던 것들이 이야기 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육아나 가사 활동에 특화되도록 진화해 왔다고 해서, 성별 분업이 당위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원래 사실과 가치는 구분되지 않는다. 사실(事實)은 언제나 사실(史實)의 산물이다. p.134. 다윈은 ‘우리 편’
소개된 책 들 중 호주에서 살고 있는 작가 애너벨 크랩의 ‘아내 가뭄’을 읽게 된 이유는 ‘내게도 아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나 역시 너무나 자주, 간절히 했기 때문이다. 외부 노동도 그렇겠지만, 가사노동은 육체적으로 강도 높은 노동은 물론 감정적으로도 강도 높은 노동을 요한다. 잘 해내지 못 하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 덤도 있다. 외부노동과 가사노동을 병행하며 심지어 아프기도 한 내게 ‘아내’의 존재는 지금도 절실하다.
마지막 장 몸의 평화의 깨지는 순간은 작가가 글로, 혹은 세상으로 경험한 ‘평화가 깨지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코로나 시국이 이어져서 그런지 이 거리두기, 비대면의 일상 속에서 여성들이 마주하게 되는 또 다른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와 닿았다. 외출을 삼가고, 집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가정폭력이 더 심각해졌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가지 않아도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집에 머무르고, 노인들을 위한 기관들이 문을 닫으면서 많은 여성들이 돌봄의 역할은 전적으로 맡게 되면서 여성이 집안에서 감당해야 하는 신체적, 정서적 노동은 훨씬 더 늘었다.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는 그 어떤 책보다 서평을 쓰기가 어려웠다. 일단 소개된 책들 중 읽은 책이 거의 없어 그 책들을 먼저 찾아 읽느라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그럼에도 몇 권도 채 읽지 못 했다), 글 쓰는 이들 가운데서도 알려진 정희진 작가의 서평을 다시 평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지만 전압 높은 글을 필사적으로 읽으며 조금은 성장했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서평은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작성하지 못 해 소개된 책들을 좀 더 읽고 다시 작성할 예정입니다.
yes24서평단의 자격으로 작성하였으며 작가와 출판사를 응원하며 책은 별도로 구매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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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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