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

밀크티
- 작성일
- 2021.5.12
상처받은 나를 위한 애도 수업
- 글쓴이
- 강은호 저
생각정원
현실의 나를 옭아매는 마법 같은 주문이 있다. 바로 가정형 '~걸' 이다. 그때 그걸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거 말고 이거 했어야 했는데 등등 그 생각에 한번 빠지고 나면 좀처럼 헤어나올 수가 없다. 시간도 훌쩍 잘 간다. 이 책에서는 프로이트가 조언하는 후회와 자책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이제는 나를 괴롭히는 수많은 감정들과 작별하고 나 자신에게 토닥토닥 위로해 주고 당당하게 서고 싶어서 이 책 『상처받은 나를 위한 애도 수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강은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정신분석의 가장 핵심적인 전제 중 하나는, 언제 어떤 식으로 문제가 시작되었든 간에 해결의 열쇠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신분석에 대해 내가 황홀하게 느끼는 것은, 내 안에 있는 그 바위 몇 개를 찾아내고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으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문제의 원인을 자신 탓으로 돌리는 것과는 분명히 구분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내가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이것만큼 삶에서 매혹적이고 감동적인 것도 없다. (11~12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아파하되 자책하지 말 것', 2장 '충분히 분노하고 온전히 슬퍼할 것', 3장 '오직 나를 위해 울 것', 4장 '비로소 자유로울 것'으로 나뉜다. 내 탓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 '아직도 모자라. 더 열심히 해야 해',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한 공포, 슬픔을 대가로 자유를 얻다, 감정의 둑을 무너뜨리는 일, 사랑인 줄 알고 삼킨 것들, 나를 붙드는 당연한 두려움, 어디까지 문제인지 파악하기, 공허한 내면을 채우는 법, 감출수록 나빠진다, 반복되는 이 길을 빠져나가는 방법, 몸과 마음이 말하는 모든 이야기를 듣기,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하여, 마음속의 '가드' 내리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찾기, 리셋이 아닌 리페어의 삶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1장의 소제목이 '아파하되 자책하지 말 것'이다. 이것 참 어려운 감정이다. 아프면 자책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파하면서 자책하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저자는 약간의 죄책감과 자책감은 우리 삶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감정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자기 성찰로 이어지고 그것들은 다음 단계를 위한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설명만 들으면 약간 추상적인 느낌이 드는데, 본격적으로 실제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각각의 사례에 집중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불완전하다. 세상이 불완전한 이유는 세상을 구성하는 우리 각자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내 부모 역시 그렇고, 부모의 부모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숱한 결점들을 가지고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이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때로 매우 슬픈 일일 수 있다. 기존의 이상적인 기대와 욕망들로부터 작별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슬픔을 대가로 우리는 조금이나마 진정으로 자유로운 충족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74쪽)
특히 리셋과 리페어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러고 보니 인간은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생을 리셋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인데, 가끔은 새로 싹 갈아엎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영화 <건축학개론>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는데 그것이 인상적이다.
리페어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이는 현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가 불가능한 부분은 받아들이고, 변화가 가능한 부분은 조금씩 바꾸어가는 것이다. 리페어를 통해 흉한 발자국이 찍힌 작은 연못이 앙증맞은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나 자신을 수용하면서 조금씩 우리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굴레로부터 서서히 벗어날 수 있다. 리셋 대신 리페어를 선택할 때, 우리 삶이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질 여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302쪽)
다양한 예시와 영화나 문학 등의 요소를 가미하여 술술 읽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면서 무언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발견하며 생각에 잠긴다.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열쇠를 발견한 느낌이 든다. 읽어나가다 보면 현재의 내 마음에 불쑥 들어와서 깨달음을 주는 부분이 있다. 삶이 늘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가끔씩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자세를 이 책에서 배운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