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재리뷰(술/음식문화/여행)

iseeman
- 작성일
- 2021.5.16
마지막 고래잡이
- 글쓴이
- 더그 복 클락 저
소소의책
'라말레라 부족과 함께한 3년간의 기록'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섬나라인 인도네시아의 동쪽 끝에 자리 잡은 렘바타섬에서 고래잡이로 살아가는 라말레라 부족의 삶을 경험하고 체험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기록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이 부족은 3개의 주요 가문들과 사제 역할을 하는 우존 가문이 주요 성원들이며, 3개의 가문은 ‘하리오나’와 ‘세란 블리코롤롱’ 그리고 베디오나 가문의 ‘미쿠랑구파’ 가족들이다. 이밖에도 주요 가문은 아니지만 라말레라 부족을 형성하는 이들도 등장한다. 이들 부족원들에게는 고래잡이 배인 테나를 소유하고, 그 중에서도 맨 처음 작살을 던질 수 있는 라마파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발달한 첨단 기술문화가 스며들어, 전통적으로 노를 저어 운항하던 테나는 이제 엔진이 달린 배에 예인되는 등의 변화를 겪고 있다.
약 3년 동안 그들과 함께 생활했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들 부족의 역사에서부터 시작되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방식까지 소개하고 있다. 그들의 삶을 관찰한 기록이지만, 마치 소설처럼 흥미로운 문체와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이지만, 하말레라 부족 역시 전통을 고수하려는 기성세대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젊은 세대 사이의 갈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주변의 변화에 따라 그들의 생활 방식도 조금씩 변해가기 마련이며, 점차 빠르게 침투하는 첨단 기술로 인해 아마도 멀지 않은 시점에 라말레라 사람들의 전통적 삶의 방식도 사라져갈 것이라고 예견이 된다.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이들도 있지만, 도시에서의 학교교육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족들의 집단으로부터 이탈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통문화는 삶의 방식으로부터 이탈이 되면 자연스럽게 박제화되어 사져버리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제까지 남아있을 지 모르겠으나, 이들의 전통이 유의미하게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에, 고래잡이로 삶을 꾸려가는 라말레라 부족의 현재를 진단하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준비 기간을 포함해 8년 정도를 투자했으며, 그 가운데 3년 동안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지켜보았다고 한다. 자신의 관찰이 외부인의 피상적인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1백여 명의 라말레라 부족원들을 인터뷰했고 자신이 쓴 내용을 그들에게 확인받기도 했다. 저자의 인터뷰에 응한 라말레라 사람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공유하면 우리의 문화에 대한 기록물을 만들 수 있고, 갈수록 냉랭해지는 세상에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와 왜 우리가 선택한 삶을 살도록 허용되어야 하는지를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표명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기술하면서'가능한 한 뒷전에 서려고 노력했'으며, 그래서 책의 내용에는 저자의 위치가 전혀 노출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독자들이 이 책을 기억할 때마다 라말레라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서' 이러한 서술 방식을 채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마치 소설의 '전지적 관찰자 시점'인 듯이 보이는 서술 체계는 라말레라 사람들의 입장에서 기술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그 내용을 더욱 생동감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라말레라 부족들의 신화와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후손들, 도시와 접촉하면서 그들의 생활방식은 점점 기술에 압도되지만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점진적으로 현대문화를 접맥시키려는 사람들을 부족원들은 경계하지만, 조금씩 스며드는 기술문명을 마냥 거부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족들의 삶의 방식을 의논하기 위해 1년에 한번씩 모든 부족원들이 해변에 모여 '해변평의회'를 열고, 거기에서 결정된 사항을 준수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해변평의회'의 권위는 부족원들에게 더이상 존중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마지막 고래잡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래를 잡는 모습도 사라질 것이다. 저자도 지적하고 있듯이, 멸종 위기종인 고래잡이를 막으려는 환경단체의 압박이 점점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부족원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존속 기간은 언제까지나 연장될 것이라 기대한다. 부족원들의 삶과 함께 개개인들의 생각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저자 자신의 부족원들과의 교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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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