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단 리뷰
굿샷
- 작성일
- 2021.5.16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 글쓴이
- 김두엽 저
북로그컴퍼니
이 책을 만나기 불과 며칠 전 "94세 노모와 아들의 전시전"이라는 뉴스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그냥 화가모자가 전시회를 여는가 보다 하고 대충 넘겼는데,
우연히 다시 기사를 보게 되어,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읽어보니
꽤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기사였다.
<< 두 사진 뒤로 보이는 배경은 이현영 작가님의 작품이다. 오월의 숲 300x300 >>
이현영작가님(1970년 生) 과 그의 어머니 김두엽 (1928년 生)작가님의 이야기다.
우선 어느 덧 12년차 화가이신 김두엽 할머니는
83세에 심심풀이로 달력 뒤에 연필로 그린 사과 하나가 화가의 길로 이끌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연을 접한 나의 생각은
그 "사과 하나" 가 아니라
"그 사과를 아주 잘 그렸다는 아드님의 칭찬 한 마디"가 지금의 할머니를 존재하게 했다고 믿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 라는 말도 있다.
칭찬에 신이 나신 할머니는 집안 주변의 모습들을 그리기 시작하셨다.
당시에는 같이 살지 않아 주말마다 어머니를 뵈러 오던 아들에게 점점 더 많은 그림을 선보이셨고, 아드님의 칭찬도 끊이질 않았다.
아드님의 칭찬은 마르지 않는 화수분 같다고 하셨다.
<<초창기의 할머니 그림들>>
그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니 무료함과 심심함을 느낄 시간도 없으셨다.
처음에는 달력 뒷장에 연필로 그리다가, 얼마 뒤부터는 색연필과 도화지에 그리셨고, 그 뒤에는 물감과 붓으로 점점 발전^^하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지금 그냥 할머니가 아니라 화가 김두엽님이시다.
하지만, 할머니의 삶이 평안했던 것은 아니다.
1928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18살 까지 일본에서 살다가 해방이 된 그 다음해 도망치듯 한국으로 들어오셨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간다는 이별의 인사 한마다 전하지 못하고...
<< 해 보지 못한 연인과의 데이트를 상상하며 그리신 그림들 >>
한국에 들어와서는 일본에서 벌어 온 모든 돈을 소매치기 당하면서 외가에 얹혀 지내며 가난을 경험하시고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도 가는 줄도 모르고 가셨다고 하네요 ㅠㅠ
차비만 있었어도 도망쳤을 거라는 말씀에 또한번 가슴이 아파왔다.
아이한번 안아주지 않는 다정하지 못한 남편이었지만,
시어머님 만큼은 따뜻한 분이셨다.
70세가 다 되어서도 하시던 세탁소를 접고 막내아드님 밥이라도 챙겨주시려고 올라온 서울에 몸 하나 누일 방이 없어서 목욕탕에서 빨래를 해 주며 숙식을 해결하셨다고 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막내 아드님이 이현영작가님^^ 지금은 결혼하셔서 할머님과 다정하게 살고 계십니다~~~)
지금이야 웃으며 추억이려니 하지만, 참 오랜 세월 많은 고생을 하셨다.
그림에는 마을 풍경과 가족들의 행복을 그린 작품이 꽤 많다.
작품하나하나에서 사람들의 하하 호호 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아드님 이현영 작가님 역시 많은 고생을 하셨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미술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지만, 성인이 되서 화가의 삶은 고난의 길이었다.
늘 작업실에 박혀, 산책도, 운동도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오로지 그림만 그렸지만, 좀처럼 화가의 길이 열리지 못했다. 매일 그림을 그렸지만, 팔리지 않고 쌓이기만 하니 이제는 먹고 살 일이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더는 그림으로만 생계를 이어나갈 수가 없어 택배 기사를 겸하고 계셨다.
하루에도 수많은 아이돌 가수가 탄생하고, 또 그만큼 사라져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마음처럼 세상일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비단 예술, 예능계뿐만이 아니다.
아주 유명하지 않은 한 먹고 살기 힘들다는 예술의 세계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어쩔 수 없이 택한 택배기사가 어쩌면 신의 한 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진택배에 소속중이신데 한진그룹에서 가정의 달을 맞아 모자의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이현영 작가님의 그림도 몇 작품 소개되어 있는데
그림에 문외한이 내가 봐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멋진 작품이다.
<< 위 - 강아지들 / 아래 - 봄이 오는 마을 >>
음악이 주는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배경음악이 더 유명한 영화도 있고, 때론 잔잔하고, 때론 긴박하게 깔리는 음악이 그 순간을 더 의미있게 만든다.
연인과 헤어지면 세상 이별송이 다 나의 이야기 같고, 반대로 사랑을 할때면 사랑을 속삭이는 모든 노래가 다 나의 맘 같으니 음악은 항상 우리네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이다.
그림도 그러하다는 것을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깨달았다.
할머니의 그림을 접하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때론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공감이 가고, 이해가 가고,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그 그림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게 되고, 나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 엄마, 우리 할머니를 떠올리게 되었고, 나는 어떤 딸, 어떤 손녀였을까 하는 생각에
기쁨이나 좋은 추억보다 후회가 밀려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원망해 보기도 했다.
우리 엄마가 뭐 했을 때 나는 잘했어요, 우리 엄마 소질 있네 라는 따뜻한 말을 건넸었던가??
지나간 일 후회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제라도 잘 해드려야지.
그리고, 사실 나는 완전 똥손^^이라, 맨 처음 할머니처럼 사과 하나를 그려도 동그라미에 작대기 하나 긋는 게 다였다. 나름 노력을 한다고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아 포기하기 일쑤였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나처럼 그림 못그리는 사람 처음 봤다는 사람들의 말이 더더욱 할 의지를 꺾은 것도 사실이다.
대단하게 잘 그리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 시절,
누군가 나에게도 "너가 그린 사과 진짜 느낌있어" 라고 말해줬더라면 지금의 난 달라졌을까??
다행인 것은 나는 심하게 긍정적인 편이라 아무리 못 그려도 그림이 좋다^^
할머니에게 막내 아드님의 칭찬이 있었듯이
모든 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요즘 시대인 것 같다.
말 한마디가 보통의 할머니를 지금의 할머니로 성장시킬 수 있었듯이 (물론 본인의 의지와 흥미 노력이 많이 필요했음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주변의 지치고 힘든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말 한마디 건넬수 있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나는 오늘도 또 그림을 그려요. 내일도 그릴 거예요. 내년에도 그리고 싶어요. 그림이 주는 행복이 매우 크기에, 힘들어도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P124) |
할머니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YES 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