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이야기

희망직장인
- 작성일
- 2021.5.18
마지막 고래잡이
- 글쓴이
- 더그 복 클락 저
소소의책
15,000개의 언어가 존재했고, 수렵채집인이 전세계의 3분의1를 차지했던 시기를 넘어 항해기술과 무기의 발달로 언어와 문화가 소멸하였다. 16세기에 우럽인이 다른 대륙을 식민지화하기 시작한 이후 가속화한 문화소멸의 파도가 전세계 문화수를 잘반으로 줄여 20세기에만 수천개의 문화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렇듯 비주류 문화가 사라져가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프리랜서 작가와 뉴욕 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더그 복 클락(Doug Bock Clark)>의 <마지막 고래잡이(The Last Whaiers)> (양병찬 옮김, 소소의책 펴냄)는 라말레라 부족과 함께한 3년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인도네시아 렘바타섬의 라말레라 부족은 고래잡이를 주요 생계업으로 삼고 있다. 이 부족은 1년에 평균 20여마리의 향유고래를 잡아 1,500여명의 부족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라말레라 부족은 목재로 만들어진 고래잡이선 테나를 이용해 숙련된 작살잡이를 칭하는 '라파마'가 고래를 향해 몸을 던져 작살을 던지는 전통적 고래잡이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고래잡이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부족의 삶 속에 작가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약 3년간 함께 하며 그들의 삶을 글로 담아냈다.
이 책에는 하리오나 가족과 세란 블리코롤롱 가족, 베디오나 가문의 미쿠랑구파, 우존 가족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환경에 적합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물품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생활을 유지한다. 각 부족간에는 삶의 방식이 다른만큼 적대시하는 부분도 상당히 많이 나타난다. 더욱이 남녀간의 사랑문제는 확연한 차이를 들어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살잡이가 되려고 애쓰는 청년으로, VJO라는 모토보트의 관리인 "욘"은 생부가 라말레라 부족이 아니다. 그의 생부는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거절당하고 그로 인해 많은 부당한 대우도 받게 된다. 전통적인 고래잡이 방식을 두고 문명의 발달은 부족내 갈등으로 나타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아니었을까?
심지어 어떤 연장자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때, 존손 때문에 부족원들에게 돌아가는 고기의 양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모터보트는 (테나에서 잡아 모든 부족원을 몇 달 동안 배불리 먹일 수 있는) 거대한 범고래나 향유고래를 다룰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인류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테나에서 공동작업으로 고래를 잡았던 라말레라 사람들'이 '삼판이나 존손에서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잡았던 사람들'보다 장기적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획득할 수 있었다. 다만 고래를 잡아 올리는 사이사이의 시간이 더 길었을 뿐이다. 어쨌거나 청년들에게 동기를 부여한 것은 단기적인 성과였기 때문에 연장자들조차도 '설사 잔챙이일망정 존손에서는 공치는 날이 단 하루도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테나는 가문의 공동재산이기 때문에 테나에서 잡은 동물을 모든 구성원에게 골고루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존손은 대개 소규모 집단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선원들에게 더 많는 고기를 배분할 수 있었는데, 이 점이야말로 사냥꾼들을 사로잡았다. - 본문 중에서 -
고래 사냥은 라말레나 부족의 삶과 문화, 그리고 정체성을 확립한 근간이다. 지구상의 많은 토착 부족이 고유의 전통을 이어가지 못하고 밀려드는 현대 문명에 흡수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들은 자신들만의 전통을 유지하며 조상님들을 숭배하고 기독교 속에서도 샤머니즘 의식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원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라말레라 부족은 도시생활의 환상에 사로잡힌 청년, 기업형 유자망 어업의 도입 등으로 인한 변화를 갈망하는 쪽과 환경보호 활동가, 전통을 보존하려는 부족 원로들과의 의견이 대립하는 모습을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지구 전체를 통틀어 여러 지역에서 농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땅을 더 잘 경작하기 하기 위해 정착 생활을 하며 대규모의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점차 증가하는 농경 집단은 알짜배기 영토를 놓고 수렵채집인과 경쟁했다. 농경 집단은 여러 이점을 갖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수적 우위', '상비군과(진보된 기술 창조에 특화된) 기능인을 부양할 정도로 풍부한 잉여농산물'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마을이었던 농업 사회는 도시국가, 왕국, 제국으로 성장해왔다. 제국은 더욱 다양해진 사람들을 통합하기 위해 단일 문화를 필요로 했고, 일탈한 생활 방식은 간혹 칙령에 의해 탄압받았다. 설사 노골적 탄압에서 벗어난 소수파라도 다수파의 이점을 취하기 위해 자신들의 전통을 포기하고 동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수렵채집인인 문명화에 합류하거나 제고되면서 언어와 문화의 수는 줄어들었다. - 본문 중에서 -
작살잡이 라파마를 꿈꾸는 '욘'은 휴대폰을 통해 본 도시생활에 대한 욕망이 꿈틀대는 것을 느낀다. 공식적인 규정집도 없고 구전으로 내려온 지침만 있는 상황에서 조상님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상황에 대해 최소한의 힌트조차 주지 않은 것으로 느끼게 된다. 일부 연장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일부 성공작인 라파마들이 휴대전화로 채팅을 즐기고 있는데 도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아야하는지, 영적 균형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그의 다리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는 스스로 '라파마는 레파 기간에 섹스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이 미신에 불과하다고 믿기도 한다. 라파마의 방식은 때로 그에게 슈퍼맨이 되기를 요구하는 것 같았고 ㄱ문의 구성원들에게 단 한순간도 화를 내지 않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을 갖는다. '욘'은 기존의 전통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라파마 방식'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많은 고뇌속에서 그는 스스로 라파마의 길을 선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전통적인 고래잡이는 어쩌면 그 동안 문명의 발달로 돌이킬 수 없는 자연환경 파괴의 모습에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존을 위해 부족 전체가 벌이는 고래와의 투쟁은 현대 문명인들의 멈출지 모르는 물질에 대한 욕망과는 너무도 다르게 느껴진다.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지키고 있는 한 부족의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가슴에 큰 여운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희망을 잃지 말되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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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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